46일간 단식을 진행한 ‘유민 아빠’ 김영오 씨에 대한 폄훼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혼 후 10여 년간 두 딸의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서 값비싼 국궁을 즐기는 비정한 아버지로 묘사되고 있고, 금속노조 소속이라는 점까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주치의 서울동부병원 이보라 과장이 통합진보당 대의원이었다는 색깔론까지 번진 상황이다. 김 씨의 단식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던지기 위한 기사들이다. 조선일보와 TV조선, 동아일보와 채널A가 그리고 MBC가 특히 심각하다.

‘창현아빠’ 이남석 씨, 조선·동아·MBC 향해 “제대로 보도하라”

▲ 고 이창현 군 아버지 이남석 씨ⓒ미디어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5반 고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29일 오후12시 동아일보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각오한 아빠’ 마음 폄훼하고 세월호 민심 왜곡하는 기레기 언론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씨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46일간 곡기를 끊은 사람을 위로하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죽으라고 짓밟고 있는 게 우리나라 언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씨는 김영오 씨와 함께 단식을 시작했으나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단식을 중단했다.

이남석 씨는 이 자리에서 “엊그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법에 없는 특별법’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세월호특별법은 대한민국변호사협회(변협)에서 수년간 법조 생활을 하신 분들이 법을 어겨가며 법을 만들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이남석 씨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죽은 우리 아이들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게 아니다. 대대손손 안전한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 필요한 법”이라며 “그런 특별법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할 언론이 왜 침묵하고 있는지 유가족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과 동아 그리고 MBC를 직접 거론하며 “소외된 계층에 귀를 기울이는 게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니냐”면서 “힘 있는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 제대로 된 언론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 씨는 자신의 발언 또한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정치를 잘 모른다”라고 소개했다.

“세월호 참사 ‘슬픔’ 한 가지 감정을 정쟁화시킨 기레기 언론”

언론계 인사들 역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전을 펼치고 있는 <조선일보>, <동아일보>그리고 MBC에 대해 김영오 씨를 ‘인격살해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강성남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슬픔’ 한 가지였다”면서 “그리고 당시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짐했었다. 그런데 지금 세월호 참사는 정쟁과 갈등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뒤에는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확산시키는 기레기 언론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최근 남부지역 폭우로 버스가 휩쓸려간 사건이 벌어졌다”며 “그 같은 뉴스를 본 한 식당 주인은 ‘의사자 지정해 달라고 또 지랄하겠네’라고 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보통사람들이 조선·동아·MBC보고 변해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8월 29일 점심12시 동아일보사 앞에서 "‘죽음을 각오한 아빠’ 마음 폄훼하고 세월호 민심 왜곡하는 기레기 언론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미디어스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완기 공동대표는 “언론은 ‘악성루머’에 대해 사실여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들 언론사들은 조각조각 주어들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한 인간의 사생활을 들춰내 창피를 주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가치 있는 국정원 개입, 박근혜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 등에 대해서는 정작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꼬집었다. 동아투위 김종철 대표는 조선·동아의 비인간적 보도와 관련해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며 국민의 눈고 귀를 흐리고 있는 매체들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민아빠는 인격살인…동조하면 좌파·패륜아·인간말종?”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이제는 대놓고 ‘단식하다 죽으라’고 저주하는 시대가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전규찬 대표는 “유민아빠를 인격살해했다”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 다 죽이는 무자비한 살인의 시대에 농성을 하는 게 좌파인가, 슬프다고 나선 사람이 패륜아이고, 아이들이 죽어간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게 정말 인간말종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전 대표는 조선과 동아, MBC뿐 아니라 국가재난방송사인 KBS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 100일이 다 되도록 무엇을 했냐. 조중동과 함께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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