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다. MBC 뉴스가 이상하다는 비판은 이미 오래 일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는 ‘보도참사’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 마디 않던 MBC였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수차례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지만, MBC 뉴스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KBS와 SBS 등 타 매체들이 ‘교황이 특별히 세월호 참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주목한 것과도 큰 차이가 있었다. MBC 뉴스는 기준점을 어디로 잡더라도 낙제수준이다.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 보도 역시 참사 수준이다.

MBC, 박근혜 대통령 욕설한 김영오 씨라는 수식

MBC <뉴스데스크>는 29일 TOP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 수해현장 방문 <“수해 현장 특별재난지역 검토”> 리포트를 배치했다. 그리고 곧이어 두 번째 리포트로 <김영오 씨 단식 중단>을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리포트는 김 씨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욕설 논란을 포함하는 등 타 매체와의 리포트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 8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캡처
MBC는 “지난달 14일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영오 씨는, 병원에 실려 간 뒤에도 수액을 맞으며 단식을 계속했다”며 “그리고 단식 46일째인 오늘 단식을 중단했다. 딸과 어머니의 설득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씨는 세월호 특별법이 언제 타결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몸을 회복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단식을 멈추는 것이 그동안의 요구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리포트에서 MBC는 중립·객관적인 단어만을 사용해 이를 전했다. MBC는 지난 7월 이주영 장관에 대해서는 “(세월호)사고 직후 줄곧 진도에 머물렀고,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울먹이기도 했다”는 등 수척해진 모습을 부각시켰었지만, 김영오 씨에 관해서는 어떤 감상적 표현도 넣지 않았다. 반면, MBC는 김 씨에 대해 전혀 다른 점을 부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김씨는, 10년 전 이혼한 후 두 딸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처남이라는 사람의 글을 직접 해명하며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세월호 참사 다음날 진도 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남경필 도지사에게 욕설을 한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_<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중>

MBC는 김영오 씨가 46일간 단식을 하는 기간 이를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김 씨의 ‘아빠자격’에 관한 논란이 붙이자, 그제서야 관련 리포트(25일)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MBC는 이미 김 씨가 해명을 충분히 한 상황에서도 ‘공방이 있다’고 다뤘다. 김 씨는 양육비 뿐 아니라 딸들의 보험료까지 납부하고 있는 통장내역과 함께 딸과 나눈 카톡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MBC는 여기에 대해서는 다시 침묵했다.

필요할 땐 부각하고, 부각해야 할 땐 외면했던 MBC가 김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 욕설을 했다고 하니 다시 뉴스에 등장시킨 것이다. 교묘하면서도 악의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보도의 배치가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수해지역 방문을 한 직후라는 점도 의도를 의심해볼만 하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김 씨에 대한 악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닌지 말이다. 방송 3사의 해당 이슈 리포트를 비교해보면,지금 MBC 뉴스의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 8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김영오 씨 단식 중단 리포트 구성
▲ 같은 날 KBS '뉴스9' 리포트 구성
▲ 같은 날 SBS '8뉴스' 리포트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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