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와 민영 미디렙 도입을 추진 중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2일 당정협의에서 ‘코바코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포함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 3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논의 자체를 돌연 연기했다. 이에 따라 24일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3차방안 발표도 자동 연기됐다.

방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필두로 정부 여당은 도입 시기를 2009년 말까지로 못박는 등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안건이 논의돼 현행 기준시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잠정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정협의의 공기업 선진화 3차 방안에 대한 논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국회 일각에서는 10월 초나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25일 이후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종교방송 관계자는 “정부 여당이 26일 예정된 종교방송사장단과 한나라당간 면담 이후 공기업 선진화 방안 논의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철회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여당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한 당초 계획이 미뤄진 데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종교·지역방송 폄하 발언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문방위에 출석 “종교방송이 지금 너무 편하게 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했으며, 정병국 의원은 “종교방송이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스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해 종교방송사의 사퇴 압력을 받게 됐다.

방송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22일 오후 2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불교방송,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한나라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방송계와 더불어 범종교계로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반대가 확산되고 있다.

▲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여권 내부에서조차 정부 여당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의 공익적 입장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며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원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국회 문방위 소속이다.

안 의원은 또 “미디어렙 도입은 시한을 정해놓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무리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과 치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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