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는 언론계 안팎에서 ‘임명직 중 최고위급 공직후보자에 대해 역사관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보도였고, 취재과정에서 언론의 기본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기자협회 등 3곳으로부터 기자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통심의위)는 KBS 문창극 보도가 “전체 강연 영상 중 일부만 발췌해 전체 강연 취지를 왜곡했다”면서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 ‘문창극 빙의’ 여당 심의위원들, KBS 보도 중징계 예고)

▲ 지난 6월 11일 KBS 뉴스9 보도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민주언론시민연합,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언론인권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28일 방통심의위의 심의결과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목하며 “심의위가 사실상 정부여당의 사후 검열기구임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대통령인수위 출신이자 친일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박효종 체제의 3기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줄곧 방청을 통해 모니터를 해왔다.

이들은 KBS 문창극 보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중징계 예고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KBS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다수결로 밀어붙인 ‘불공정’, ‘편파’, ‘표적’ 심의였다고 결론을 맺었다.

‘객관성’ 적용은 명백한 왜곡일 때 적용해야…“사실보도가 왜곡보도됐다”

KBS 문창극 보도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적용에 대해 이들은 “객관성 조항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거나 확실한 오보로 판명된 경우에 적용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KBS 문창극 보도는 이 경우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백히 오보라고 확정할 수 없을 때에는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지만, 방통심의위는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사실보도’가 ‘왜곡보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가 ‘문창극 후보에 대해 부정적 시각과 비판을 위주로 방송했다’는 것을 제재사유로 든 것은 특히, 논란이 뜨겁다. 이들은 “부정적 시각과 비판 위주로 방송한 것이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없다”며 ‘과잉심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다수의 매체는 (KBS 보도 이후) 유사한 보도를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KBS에만 중징계를 가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자의적인 잣대”라고 꼬집었다.(▷관련기사 : 방통심의위, 문창극 보도…KBS만 ‘표적’ 징계할 듯)

▲ (자료=언론연대)
방통심의위는 또한 KBS가 반론권을 보장 안했다고 판단했는데 이 또한 법정으로 가면 뒤집힐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KBS는 문창극 전 후보에게 수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의 답변은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KBS 보도를 보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유사한 타 매체의 보도들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반론권을 더 많이 받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문제없음' 등 행정제재를 결정했던 바 있다. KBS 또한 문창극 전 후보에 대한 단독 보도(문 후보가 해명은 청문회에서 하겠다던) 이후 문 전 후보가 적극적인 해명을 하자 비슷한 양을 반론을 받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KBS에 유독 불리하게 안건을 상정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러, 문 전 후보자가 적극적인 반론을 펴기 이전의 리포트 등을 중심으로 안건을 올렸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몰상식한 심의결과가 나오는 것은 이 기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정부여당추천 위원들이 방송의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검열’을 하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KBS새노조, “조대현 사장은 모든 수단 동원해 징계 막아야”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노조) 역시 27일 “이번 방통심의위 중징계 결정은 명백한 정치심의이자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KBS새노조는 “문창극 보도는 공영방송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최고위급 공직자인 총리 후보자의 역사 인식에 대한 검증 보도였다”며 “더구나 문 전 후보자의 강연 내용이 친일사관에 입각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사실은 보도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듯이 학계와 언론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쩌면 박효종 씨가 방심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 이번 결정은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KBS새노조는 조대현 사장을 직접적으로 거론해 “방통심의위에 대한 회사의 대응 방식은 KBS 저널리즘의 독립과 자존을 지키기 위해 회사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징계를 막기 위한 활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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