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업계획서 미이행을 이유로 방통위가 종편4사에 부과했던 3750만 원의 과징금을 전부 취소해야한다고 판결했다. 2기 방통위가 시행명령을 잘못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3기 방통위 역시 잘못된 행정 행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28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이 종편4사(TV조선, JTBC, 채널A, MBN)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3750만원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대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법원의 판결은 방송사업자에 대한 행정제재를 무력화한 결정이라기보다 당초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방통위 차원의 대책 논의가 필요했다. 법원은 방통위가 2013년 8월 21일에 12월 말까지 ‘2013년 재방비율 준수’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을 취소했다.(▷관련기사 : 방통위가 종편에 부과한 과징금을 법원은 왜 취소했을까?)

방통위, 잘못된 시정명령 반성보다는 ‘유감표명’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시정명령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보다는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에 집중됐다. 또, 법원 역시 방송사업자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반드시 이행해야할 승인조건이라고 결정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법 했지만 전무했다.

야당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송사업자가 사업계획서상 위반한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없게 만드는 전례가 될 수 있다”며 “(방통위의) 시정명령이 산술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명령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비합리적”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편4사는 승인조건 중 사업계획서를 성실 이행하는 것은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반드시 이행해야한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편4사가 최초 승인 될 때 제출했던 사업계획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면서 “이번 재승인 심사 시 방송의 공적책무 및 콘텐츠 투자계획 등을 제출하고 점검받도록 승인 조건을 부과하기도 했다.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 또한 “종편4사 자신들이 약속한 사업계획 이행이 안 되어서 시정명령을 내렸고 그걸 하지 않아 과징금을 부과한 것인데 혼란스럽다”며 “그러면, 애초 지킬 수 없는 사업계획서를 내놓고 허가받은 뒤 ‘현실적으로 이행불가능하다’고 뻗어버리면 우리가 할 일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종편4사가 애초 불가능한 허가조건을 내놓은 게 문제인지, 불가능한 걸 하라고 한 우리의 잘못인지 논의해 대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법관출신’ 최성준 위원장…“변호사 자격증 보유 직원 채용” 계획만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문제점을 제대로 인지한 사람은 ‘법관출신’ 최성준 방통위원장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 위원장 또한 ‘시정명령에 대한 신속한 심사’와 ‘변호사 자격증 보유 직원 채용’이라는 대책밖에 내놓지 못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의 패소 판결에 대해 “결국, 시정명령이 여러 심사 때문에 늦어져 남은기간 열심히 해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시정명령을 할 때 신속히 심사해야 한다”며 “또, 시정명령 중에도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없지만 중간단계의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향후 실효성 있는 시정명령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직원 역량 강화’를 강조하면서 “하반기에 우선 변호사 자격을 가진 직원을 2사람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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