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새누리당이 2차 면담을 진행한 다음날인 28일 각 일간지들은 면담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적인 논조의 일간지들은 이 소식에 작은 비중을 둬 보도했는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특히 세월호특별법과 다른 법안들을 분리처리 해야 한다는 여론조사를 1면에 보도하면서 미묘한 톤의 차이를 보였다.

▲ 경향신문 28일자 지면.

▲ 한국일보 28일자 지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27일 진행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간의 면담을 보도하면서 특검후보추천위원 추천을 둘러싼 합의 가능성을 점쳤다. 특검후보추천위원 중 여당 몫 2인에 대해 유가족 측이 일정 숫자 이상의 후보군을 제시하면 새누리당이 이 중 2명을 선택하는 방안이 여권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신문은 각각 <‘유족이 추천하면 여당이 선택’ 검토>, <특검추천위원 ‘유족 제시 뒤 여 동의’ 방식 접근 가능성> 등의 제목을 달아 이와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 한겨레 28일자 지면.

반면, <한겨레>는 애초 여당이 이와 같은 양보안을 준비하였으나 유가족 측이 세월호특별법을 통해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안을 재차 주장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이와 같은 사실을 <‘수사·기소권’ 원점 맴돌아…여당-유족, 간극만 확인>이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 28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새누리당-유가족 면담 관련 기사(빨간 박스) 비중.

이러한 보도와는 달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의 2차면담을 건조하게 보도했다. 이 세 신문은 이 소식을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형태로 배치하면서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을 비판적 어조로 전하는 기사를 크게 키웠다.

이 중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특이하게도 1면을 통해 세월호특별법과 다른 법안의 분리처리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특별법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전체 응답자의 78.5%에 달한다고 보도했고, <중앙일보>는 민생법안의 분리처리에 전체 응답자의 68%가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기관 등의 차이를 감안하면 대략 유사한 흐름의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중앙일보 28일자 1면.

하지만 기사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미묘한 톤 차이가 드러난다. <중앙일보>는 이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민생법안 분리 처리” 찬 68% 반 31%>라는 제목을 달았으면서 기사를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과 관련해 ‘유가족들이 반대하는 만큼 여야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51.5%로 나타났다. ‘재합의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46.1%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일반적인 기사 쓰기의 과정으로 볼 때 해당 문장을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야가 유가족의 뜻을 수용해서 합의를 다시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색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중앙일보 28일자 사설.

같은 날 <중앙일보>의 사설을 보면 <중앙일보>가 반복해서 대통령과 여당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날 <중앙일보>는 <세월호 해법, 여권·유가족의 신뢰에 달렸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내 온건파들의 역할에 기대감을 실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을 직접 만나 세련된 정치력을 발휘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앙일보>가 이러한 입장을 반복해서 표명하고 있는 것은 지난 26일, 27일에 이어 3일째다.

반면, <조선일보>는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과정에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40%, 대통령이 직접 나설 일이 아니라는 여론이 57%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와 같은 결과를 전하면서 “야당이 대통령을 끌어들이려는 것에 대해 국민은 반감을 느낀다는 증거”,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메시지”라는 단국대학교 가상준 교수의 해석을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세월호특별법 제정 과정에 대한 대통령의 역할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조사에서 여론은 49.5% 대 49.5%로 동률이었다.

▲ 조선일보의 28일자 여론조사 관련 보도. 분산 배치되어 있는 기사들을 임의로 모아서 편집하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확언할 수는 없지만 <조선일보>에 실린 광고들을 보면 여론의 맥락을 눈치챌 수 있을 것 같다. <조선일보> 34면, 35면 하단에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과 ‘국민행동본부’의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들은 각각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친북 전문시위꾼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내용과 문재인 의원이 단식 투쟁을 통해 대통령을 흔들고 있지만 대통령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 보수애국세력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단체들이 조선일보 28일자 지면에 낸 광고.

이러한 광고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자칭 ‘보수애국세력’ 내부의 어떤 여론 흐름이다. 이 흐름을 <조선일보>가 보다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고 <중앙일보>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을 위한 국회정상화를 강하게 바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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