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경영진의 <PD수첩> 사과방송 결정과 책임자 인사조치 이후 시사교양국 일부 CP들이 집단으로 보직을 사퇴하는 등 내부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 대다수가 <PD수첩> 사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의 행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파업과 경영진 퇴진운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노조 집행부의 투쟁 방침 역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어, <PD수첩> 사태로 촉발된 MBC 경영진과 내부 구성원간의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MBC본부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서울지부 조합원(1,019명)을 대상(70.1% 참여)으로 경영진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해 22일 발표한 <문화방송노보>를 통해 밝혀졌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박성제)가 22일 발표한 <문화방송노보>.
조사 결과, MBC 노조 조합원 86.7%가 "미 쇠고기 협상과 촛불 뉴스와 PD수첩 보도, 공익적 목적에 부합했다"는 의견을 나타냈으며, 79.6%가 MBC 경영진의 <PD수첩> 사과 방송 결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또, 응답자의 79%가 "현 경영진에게 공영방송 수호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답했으며, MBC 민영화 저지를 위한 노조의 총파업 투쟁과 경영진 퇴진운동 방침 역시 조합원 85.6%가 찬성해 <PD수첩> 사과방송의 후폭풍이 갈수록 심화되는 형국이다.

사과방송 이후 진행자, 팀장, 시사교양국장 교체를 비롯한 경영진의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조합원의 69.9%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부당한 조치'로 보았다. 또, 75.7%는 이같은 경영진의 행동이 향후 MBC 프로그램의 권력감시와 비판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했다.

MBC 노보는 "그동안 경영진은 사과방송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해왔으나, 내부 구성원들 대다수가 사과방송에 있어 경영진의 판단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경영진은 편법 사과방송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조합원 대다수가 현 경영진을 공영방송 수장으로 신뢰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경영진의 경영 활동 등에 대한 질문에서도 내부 구성원들은 압도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경영진의 지난 6개월간 활동에 대해서 "잘못했다"는 의견이 77.4%에 이르렀다. 특히 편제(4.4%), 보도(8.8%), 기술(6.3%), 영미(3.7%) 등 4개 부문 모두에서 "잘했다"는 의견은 한자리수에 그쳤다.

"현 경영진 출범후 MBC 프로그램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76.7%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업무추진비, 통신비 지원 축소, 항공권 등급 조정 등 회사가 최근 발표한 비상경영방안에 대해서도 조합원 84.1%가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이 도입 의지를 밝힌 '프로그램 본부장 책임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70.7%)이 압도적이었다. 노보는 "본부장 책임제가 도입될 경우 정권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영진이 프로그램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권과 경영진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통해 채택된 '프로그램 국장책임제'의 긍정적 기능을 조합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본부는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당당히 맞서지 못함으로써 MBC 구성원들의 자존심과 투쟁의지를 무너뜨린 경영진은 대오각성하고 사과하라"며 "특히 백기투항을 주도한 김세영 부사장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이 즉각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두 사람을 몰아내기 위한 본격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BC본부는 "PD수첩 사과방송 직후 한 임원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으나, 제갈공명이 마속의 목을 친 것은 큰 전투를 앞두고 무너진 기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뼈를 깎는 결단이었다"라며 "지휘관(경영진)이 싸우기는커녕 도망갈 생각만 하면서 장수의 목을 치는 게 무슨 '읍참마속'인가. 오히려 '백기투항'이라 불려야 마땅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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