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메이커> 특집으로 기획된 택시에서 뜻밖에 첫 테이프를 끊은 손님은 다름 아닌 김가연-임요환 부부였다. 택시에 앉기 전 메인mc 오만석은 이 부부를 ‘고소미 커플’로 소개했다. 깜찍하게 “저만 그래요.”라고 응수하는 김가연과 “저는 평화주의자예요.”라는 몸 사림으로 웃음을 안겨준 임요환.

그들이 좌석에 앉자마자 후다닥 바뀌는 소제목 ‘악플계의 잔 다르크, 김가연♥임요환’에서 이들을 연예계 트러블 메이커로 소개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지 관리 때문에 욕설과 루머 등 웬만한 악성 댓글에도 참아야만 하는 기존 연예계의 풍조와 달리, 당당하게 칼을 빼어들어 악플러를 몇 차례나 처단한 김가연의 용기가 이날의 주제나 다름 아니었다.

“악플계의 잔다르크!” 껄껄 웃는 오만석과 “악플이 그렇게 많아요?” 눈이 휘둥그레진 이영자를 향해 김가연은 악플러 킬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사연을 공개했다. “초등학생, 중학생은 그런 글을 남기지 않습니다. (중략)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은요. 성인이에요.” 난 80개의 악플을 처단했다는 기사가 나가고 불어난 11개의 악성 댓글을 추가해 무려 91개의 댓글을 고소한 김가연은 이제는 거의 프로파일러 수준이었다.

김가연 또한 처음부터 악성 댓글에 민감했던 것은 아니었다. 정도를 알고 도리를 알고 워낙 똑 부러지는 성격의 김가연은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서 “시작은 인신공격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라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얘기했으니까. 그녀가 택한 사람이 워낙 인기 많은 남자였으니 시기심 수준에서 그치는 악성댓글은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8살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인 두 사람의 결혼 발표 이후 쏟아지는 댓글의 수위는 한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임요환의 입을 빌려 가족에게 쏟아지는 악성 댓글을 참아내지 못 하더라는 김가연. 그 와중에도 그녀는 똑똑히 사실을 정정한다. “그냥 가족 정도가 아니라요. 이를테면 저랑 남편이랑 나이차이가 8살 차이잖아요. 저희 딸이 19살이에요. (그만큼 어린 나이다보니까) 남편이 저랑 결혼하는 이유는 (어린) 딸 때문이다. 뭐 이런 거 있잖아요.”

너그러운 평화주의자 임요환의 만류와 네티즌을 공격함으로써 얻게 될 야박한 이미지를 감내하고 결국, 잔다르크의 칼을 뽑아들었던 것은 스스로의 상처 이전에 한창 예민한 딸이 처벌 받지 않은 악플을 직접적으로 목격했을 때 받게 될 상처를 염려해서였다.

김가연이 밝힌 악플러의 사례는 제3자가 듣기에도 치가 떨리는 패륜적 악성 댓글이었지만, 방송에서 공개하지 못한 댓글의 수위는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것도 있었다. 고소 진행을 위해 검사가 전화를 하자 하도 잦은 신고에 어떤 케이스인지도 몰랐던 김가연이 댓글의 내용을 읽어달라고 하자 갖은 험악한 범죄에 익숙해져있을 검사조차도 차마 운을 떼지 못한 채 애먼 김가연의 이름만 되풀이했다. 그것은 차마 읽어내지도 못할 만큼 심한 악플이었기에.

91개의 고소. 관용의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 도를 넘어선 악성 댓글마저 웃으면서 넘겨야 하는 무수한 연예인들이 즐비한 이 시대에 김가연의 단호한 태도는 일부 충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딸을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가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91개의 고소 이력은 모성의 증거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가연이 그토록 사랑하는 19살의 딸에게 임요환이 전화를 걸었을 때, 딸이 전하는 한 마디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랑받는 아이의 행복을 증명하고 있었다. “지금 엄마가 아빠랑 결혼해서 행복한 것 같애?”라는 이영자의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엄청!”이라고 대답하는 아이.

나도 엄마와 아빠 같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도 행복하다는 아이. 다정한 아빠와 용감한 엄마의 사랑을 받고 큰 아이가 ‘행복’을 이야기한다. 김가연의 91개의 고소 이력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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