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관련 보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여일째 단식 농성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유언비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은 김영오씨가 대통령에게 막말을 했다는 식의 보도를 통해 김영오씨에 대한 ‘흠집내기’에 나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7일 각각 사회10면과 사회12면에 거의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17일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영오씨가 격앙돼 거친 욕설을 내뱉는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더해 <동아일보>는 지난 8일 김영오씨가 일부 매체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난지도 보다 못한 곳”,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들이 사는 곳”이라며 반발했다는 사실을 함께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치평론가 변 모씨가 교황청대사관에 김영오씨가 교황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의 항의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을 함께 보도했다.

앞서의 보도와 연관지어 기사의 맥락을 판단할 때 위에 언급된 기사들은 김영오씨에 대한 전형적인 흠집내기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식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버지가 구조의 책임자들을 앞에 놓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굳이 ‘막말, ’거짓말‘ 등과 연관된 사건 또한 기사에 덧붙이는 것은 김영오씨가 본래 과격하고 의뭉스런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형성하기 위한 의도의 보도라고 밖에는 평가할 수 없다.

▲ 27일 동아일보 사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날 사설을 통해서도 야당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강하게 날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단식으로 새정연 장외투쟁 몰고 간 문재인, 자랑스러운가>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친노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문재인 의원이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친노 강경파가 지도부를 압박해 제1야당이 본격적인 대여투쟁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은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협상이 유가족 측에 의해 2차례나 거부된 이후 달리 내놓을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늘 그렇듯 ‘친노 강경파’에 뒤집어 씌우는 <동아일보>의 이 사설은 일종의 이간책으로 비쳐진다.

▲ 조선일보의 27일 사설.

<조선일보>는 <여·유족 대화, 정부·국회가 할 수 있는 일 못할 일 부터>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새누리당의 유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일정 부분 양보를 하더라도 이후 더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나라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본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이 주장은 원론적으로야 맞는 말이겠지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반복해서 자신들의 안이 아니더라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요지부동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연성을 발휘하려는 여당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반면 같은 보수언론인 <중앙일보>는 이들과는 약간 다른 포지션을 취해 의도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세월호 악순환의 고리를 풀 방법은 없는가> 제하의 기사를 통해 대형사태가 야당의 강경투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유가족 측 입장이 도에 지나치다면서도 야당을 포함해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7일 중앙일보의 '세련된' 사설

<중앙일보>의 이러한 입장은 집권여당과 대통령이 현재 정국을 해소하기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당 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35면 <프란치스코식 세월호 탈출법>이란 제목의 논설주간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나서면 세월호특별법 정국을 둘러싼 불신과 분노가 설 땅을 잃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34면 <보기 딱한 야당의 정치적 퇴행>이란 제목의 내부 칼럼을 통해 야당이 장외투쟁에 집중해 중도층들을 새누리당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감사패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보면 두 칼럼 모두 지금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장기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방식이 현명한 것인지 <중앙일보>의 대응이 영리한 것인지는 시간이 좀 지나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중앙일보>의 방식이 훨씬 더 정치적으로 세련됐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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