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채널 TV조선과 채널A가 탈북자들을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시키며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탈북여성을 통해 ‘순종’과 ‘순수성’의 여성 차별적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윤정주, 이하 미디어운동본부)는 26일, 지난 7월 한 달 간 방송된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와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집중 모니터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해당 프로그램들이 “남과 북이 화합하고 통일을 준비한다는 기획의도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에 대해 왜곡되게 그려 오히려 남과 북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탈북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와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두 프로그램에 대해 “남한 측 출연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며 “진정한 남과 북의 소통을 위한다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해 북한과 탈북자에 대해 무엇을 전달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 ‘평등부부’보다는 ‘순종아내’ 모습 강조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는 20대 탈북여성 박수애 씨와 김은아 씨가 각각 40대인 박수홍 씨와 양준혁 씨를 가상 결혼의 파트너로 등장시킨 연예오락 프로그램이다.

▲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 홈페이지 캡처
미디어운동본부는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와 관련해 “‘남과 북은 얼마나 다르고 또 얼마나 같을지 피부에 와 닿는 통일이야기를 결혼이라는 상황으로 그려낸다’는 기획의도가 무색할 정도로 여성 출연자의 외모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기획의도는 허울뿐이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요소로 그녀들의 외모를 내세우는 뻔한 의도”라고 꼬집었다.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는 “남한 여성에는 없는 순수성을 상징으로 다루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해당 프로그램에서 박수홍 씨는 가상 아내 박수애 씨에 대해 “남한 여성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소녀”라고 발언한다.

또한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는 ‘가상부부’라는 콘셉을 가지고 있으면서 평등한 부부관계보다는 가부장적 관계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문제 또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박수홍 씨는 스킨십을 요구하며 박수애 씨를 곤혹스럽게 하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가학성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라면서 “시청자들은 성희롱 수준의 스킨십보다는 진심으로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남북녀>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리고 남편을 하늘같이 떠받드는 ‘순종적인 아내’에 대한 판타지까지 생산해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또한 “두 가상부부는 모두 40대의 남한 남성과 한국에 정착한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20대 탈북 여성”이라며 “아직 남한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북한여성과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남성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두 가상부부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심지어 여성 출연자와 남성 출연자는 20살 정도 차이가 나도록 연출해 부부가 대등하게 소통하기 더욱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북한문제만…탈북자, 남한에선 행복할까?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북한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7월 6일 방송분)에서 ‘피할 수 없는 더위! 북한에서 여름나기’라는 주제로 토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 이순심 씨는 북한에서 한여름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도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어버이 수령님의 사랑을 전하고, 행복으로 받고 감동으로 받고, 울고불고 만세 불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한다. 이 과정에서 채널A는 이 씨의 발언을 붉은 글씨체로 강조해 자막을 처리했다. 같은 날 출연한 조명옥 씨 역시 “(북한에서는) 여자들이 쌀 식량전선 나가야 한다”는 등 북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강조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이와 관련해 “탈북 여성들을 통한 북한에서의 경험을 부정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며 “북한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이 강요에 의한 행동은 아닐지라도, 탈북자들은 남한에서의 삶 또한 마냥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탈북자들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생계급여 수급율 40% 육박하고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은 50%대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해당 프로그램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북한체제에 대한 비난 일색이고 남한에서 겪는 어려움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의 이해가 아니라 남한체제선전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또한 북한 여성탈북자를 통해 ‘여성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진행자 남희석 씨는 “이런 것 좀 배워요. 되게 여성스럽지 않아요?”라고 발언하거나 ‘남자의 가슴을 울리는 여성미’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