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청춘들의 여행지 페루. 그 페루의 마지막 여정지인 마추픽추를 앞두고 세 명의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국내 최고의 뮤지션이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여행지에서 그들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꽃보다 청춘>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꽃보다 시리즈의 완결판;
진짜 청춘들이 펼치는 페루 여행, 최고의 뮤지션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럽게 떠난 페루 여행.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 여행을 떠나는 그들에게는 준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전 미팅을 한다는 말에 평상시 입던 복장으로 편하게 등장했던 삼인방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페루로 떠나야 했습니다. 반바지에 샌들 하나신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이들의 여행은 순탄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페루로 날아간 이들의 여행은 의외로 안정적이며 흥미로웠습니다. 윤상과 유희열, 이적이라는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허름한 복장으로 준비물도 없이 페루로 떠난 그들은 하지만 의외로 여행을 익숙하게 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들은 기존의 <꽃보다 시리즈>에서 보여준 방식이 아닌 철저하게 진정한 자유 여행을 떠난 이들의 모습은 특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할배들과 누나들이 철저한 준비와 제작진들의 보호, 그리고 이들을 돕는 이들까지 함께 하며 배낭여행을 형식을 취한 것과 달리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었습니다. 페루에서 산 옷과 신발로 여행을 하는 이들은 모습은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리더 감성변태 희열의 대단한 능력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반가웠습니다. 부실하지만 아이처럼 순수한 윤상, 막내로서 잔일들을 모두 책임지는 이적은 환상의 조합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그들의 철저한 현지화는 그래서 시청자들은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들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이들만이 펼쳐놓는 여행은 <꽃보다 시리즈> 최고의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첫 날 당황스러움은 페루에 도착하면서 이내 현지화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곱게 자란 윤상이 잠자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힘겨워하기는 했지만 유희열과 이적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현지화는 시작되었고, 이들은 페루에서 오랜 생활을 한 듯한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여행 중 고산병으로 몸져누운 윤상으로 인해 걱정한 이들의 모습은 따뜻한 우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체력적인 한계를 경험하며 누울 수밖에 없었던 윤상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아이 생일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미안함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윤상이 여행을 떠나는 전 날 미국에 있던 부인과 아이들이 4년 만에 도착한 시점이었다고 합니다. 홀로 귀국하기 전 얻은 둘째 아들. 첫 돌을 제외하고 한 번도 생일을 함께 보내지 못한 아빠 윤상은 이번에도 생일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제대로 함께 하지 못했던 둘째 아이의 생일날 몸도 아파 누운 윤상에게 가장 마음 쓰이고 아팠던 것은 바로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었습니다. 몸은 아프고 생일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의 마음이 겹치며 윤상은 더욱 서럽고 힘들기만 했습니다.
윤상의 마음을 아는 것은 유희열과 이적이었습니다. 20년을 함께 지낸 동료이자 친형제 같은 이들은 윤상의 외로움과 힘겨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힘겨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거부하는 윤상을 위해 희열은 현지 음식들을 준비해 윤상과 함께 하기로 합니다. 아무 것도 먹기 싫다는 윤상을 일깨운 것은 바로 유희열이었습니다. 나스카 라인을 보는 경비행기에서도 타기를 두려워하는 윤상을 강력하게 이끌었던 유희열의 리더십은 이번에도 통했습니다.
식사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힘겨워하던 윤상에게 강하게 함께 식사를 하자는 유희열의 이런 방식은 윤상에게는 가장 적합한 일이었습니다. 누군가 강하기 리드를 해주기를 원하는 윤상과 그런 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유희열의 행동은 일어나기도 힘겨워하던 윤상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웃으며 원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여행이기에 가능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원기를 회복한 이들의 화제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윤상의 둘째 아들 생일을 축하하는 통화를 시작으로 이적과 유희열은 모두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대단한 뮤지션들이지만, 그들 역시 어쩔 수 없는 아버지라는 점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 역시 여행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윤상이 누워있는 동안 유희열과 이적이 옷가게에 들려 현지 여성들의 복장으로 여행객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모습은 시청자들도 행복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이들의 마지막 여행지를 향한 모습 속에서 현지 아이와 마주한 유희열의 모습은 아빠 유희열은 어떤 모습인지를 잘 볼 수 있게 했습니다.
페루 아이가 애써 자신의 옷에 인형을 담아 등에 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귀엽기만 했습니다. 이런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아이를 위해 직접 등짐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희열의 모습에서 착한 아빠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한 없이 행복해 하는 그를 보며 시청자들 역시 동일한 마음이었을 듯합니다.
페루 여행의 마지막 여정지인 마추픽추를 향하는 이들의 마음은 들뜬 아이들처럼 흥분해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 해발 3,000미터에 만들어진 신의 선물이라 불리는 페루 염전은 장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페루인들에게 염전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알 수는 없지만, 외지인들이 바라보는 그곳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장관이었습니다.
라마에 흠뻑 빠진 희열은 아구아스 칼리엔테에서 산 티셔츠 중 자신의 것에 '라마'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그려진 옷을 보며 한 없이 즐거워하는 희열의 모습은 감성변태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갑자기 꽂힌 라마에 무한 애정과 사랑을 보내던 희열에게 운명처럼 찾아 온 '라마'티셔츠는 희열의 라마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었습니다.
마추픽추를 가기 전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먹자는 말에 대뜸 '자장면'을 외치는 이적과 그럼 중국집을 가자는 말에 황당해한 제작진들은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그곳에도 중국집은 존재했기 때문이지요. 멀리서 홍등을 발견하고 기적처럼 중국집을 찾은 이들의 모습은 제작진들에게는 고역이었습니다. 할배와 누나 편에서는 제작진들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들을 많이 보였고, 이를 통해 나름의 재미들을 만들어냈던 그들에게 이들 청춘들은 당혹스러움이었습니다.
가이드도 필요 없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는 그들에게 방송은 무의미했습니다. 언어 소통 가능하고, 현지 음식 잘 먹고, 여행에 대한 두려움 없는 이들에게 거칠 것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제작진들이 현지인들의 해설을 통역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역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청춘 삼인방의 아빠 모드는 페루에서 찾은 중국집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통화를 하고 있는 아빠에게 다가선 아들이 잘못해 음식을 모두 쏟아버린 상황은 뻔한 예상을 하게 했습니다. 크게 꾸짖는 것이 우리가 봐왔던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페루 아버지는 달랐습니다. 쏟아진 음식이 아니라 아들에게 뽀뽀를 하며 괜찮다는 다독이는 모습을 보는 청춘 삼인방은 다시 한 번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이면서도 아버지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여전히 고민이 많은 이 40대 청춘들의 여행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이들이 느끼는 아버지라는 롤 모델은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는 이들의 페루 여행은 그래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안개가 가득한 마추픽추가 과연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 40대 청춘의 페루 여행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큰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때로는 철없는 청춘의 모습을 하다가도 그들이 아빠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모습도 보이는 <꽃보다 청춘>은 왜 그들이 꽃보다 완결판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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