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30일 째, 22일 밤부터 꼬박 청운동 동사무소 앞을 지킨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 한 번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23일 오후 3시, 청와대 부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에 박근혜 대통령이 빠른 답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3일 오후 3시,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대통령 면담 재요청'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팩트TV 생중계 화면 캡처)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지금 저희가 왜 여기에 서 있어야 되는지 정말 묻고 싶다”며 “힘든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만나 얘기하자고 애원하는데 대통령께서는 왜, 무엇이 무서워서 자꾸 안 만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가족대책위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 동안 단식을 하다 병원으로 후송된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어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김영오 씨는 대통령 면담을 위해 청운동으로 향했으나 번번이 경찰에 막혔고, 지난 20일 경찰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기력이 소진돼 건강이 악화됐다. 결국 22일 오전 서울 시립동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측의 식사 제공을 거부하고 물과 쌀을 끓인 물 약간만으로 단식을 지속하고 있다.

김병권 위원장은 “(김영오 씨는) 대통령님을 만나서 자기의 얘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정말 정부가 잘못이 없다면 당연히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만나줘야 하는 것 아닌가.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왜 대답이 없나. 어려운 것도 아니고, 힘들게 단식하며 걸어온 사람에게…”라고 말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지금 김영오 씨가 다 죽어가고 있다”며 “저희가 믿을 분은 대통령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답을 주십시오. 김영오 씨 한 번 만나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일반인 갈라놓으려는 정부여당 규탄

가족대책위는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을 해산시키려는 새누리당 행태 등 정부여당을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원내 몇몇 당직자들이 저희 세월호 가족들을 분열시키고자 몇몇 가족을 만나고자 한 행동을 알고 있다. 이런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도 “대통령은 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국회에 자료제출조차 안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김재원 의원 중심으로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을 해산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려고 한다. 그 전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결단해 준다면 더욱 좋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부위원장은 면담 요청 공개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3시 31분 경 청와대로 갔다. 가족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응답을 기다리는 한편, 유가족들의 생각과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같이 해 나갈 예정이다. 청와대 분수대 앞 1인 시위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쓰기,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 노란 리본 달기 등을 진행한다.

단원고 고 박성호 학생 어머니 정혜숙 씨는 “정부는 필요할 때만 민생을 찾는다. 세월호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민생 민생 하면서 민생을 핑계로 깡통 특별법을 만들어 유가족을 두 번 죽이려고 한다”며 “저희는 연좌농성만 하고 있을 수 없어 1인 시위를 하려고 한다. 우리의 생각과 의지를, 여러분들에게 또 정부에 피력하려고 한다. 함께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 지 43일째, 병원에 실려간 이후에도 미음조차 거부하며 김영오 씨가 단식한 지 41일째, 팽목항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애타게 기다린 지 130일째… 이 모든 것들을 남의 일인 양 방치하고 있는 청와대는, 여전히 답이 없다.

▲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인 23일 오후 32분 경,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사진=팩트TV 생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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