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과 의료진들의 만류에도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김영오 씨는 “빨리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제발 빨리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며 식사를 거부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시킨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째 단식 중이었던 김영오 씨가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으로 실려 왔다. 21일부터 근력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도 앉아있지 못했던 김영오 씨의 몸 상태가 22일 새벽부터 더욱 나빠졌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현재도 식사가 가능하다고 판단, 점심부터 미음을 제공할 계획이었으나 김영오 씨는 거부한 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병실에 누워 있는 김영오 씨의 모습 (사진 제공=미디어오늘)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22일 오후 1시 30분 경, 시립동부병원 3층 로비에서 브리핑을 진행해 김영오 씨의 상태 및 가족대책위의 입장을 밝혔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22일 아침 김영오 씨와 나눈 대화를 전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어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면 좋겠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안산에 가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는 것이다. 정말 빨리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제발 빨리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 멈출 수 없다. 의료진과 가족들의 강력한 권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왔지만 안정을 좀 취하고 나면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 계속 단식을 할 것이다. 반드시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을 확인해야만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광화문을 떠날 수 없다. 저를 걱정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지만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것도 못 보고 여기서 멈추면 저는 유민이를 볼 낯이 안 설뿐만 아니라 저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걸 볼 때까지 광화문 제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셔야, 국민 여러분들의 힘이 모아져야 특별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김영오 씨 주치의를 맡고 있는 이보라 시립동부병원 내과 과장은 “장기간 단식한 분에게 부족한 무기질과 비타민 등의 미량 원소를 주입하는 수액을 넣었다”며 “(병원에 왔으니) 당연히 점심 되면 식사 드실 것으로 생각해 장기간 단식자를 위한 걸러낸 맑은 미음을 200cc 준비했으나 드시지 않겠다고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영오 씨는 간 수치가 52로 정상범위인 40보다 높고, 저혈당 증세를 겪고 있다. 이보라 과장은 “어젯밤에 67, 오늘은 57, 병원 와서는 55였다. 그 정도면 현기증, 어지러움, 의식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정도”라며 “간 수치는 아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정상범위 넘어간 것이어서 말한 것이다. 지금 측정한 건 아니다. 반복해서 측정하는 걸 힘들어하셔서…”라고 설명했다.

이보라 과장은 “식사를 계속 거부하시면 에너지 공급에 있어 칼로리가 부족하니까 현재 체력 소진되고 근육 위축되는 것,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근력이 약해지는 것이 심해진다”며 “일단 병원에 와서 수액을 맞아 우려했던 미량 원소 부족은 해결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할 칼로리 문제는 식사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사로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를 묻자 “기간을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 고농도 주사만으로는 근손실을 막기 힘들다”고 답했다.

▲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김영오 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시립동부병원 내과 과장이 22일 오후 1시 30분 경 브리핑을 통해 의료진으로서의 소견과 대책위 차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유경근 대변인은 “금방 수정이 되긴 했지만 오전 일찍 나온 기사 가운데 식사가 제공되는 것처럼 나간 게 있었다. 의료진 입장에서 이보라 선생님은 (김영오 씨가) 병원까지 왔으니 식사 안 할리 없으리라는 생각에서 말한 것이지만, 그 내용을 듣고 유민아빠에게 전달했더니 굉장히 화를 냈다”고 말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억지로 병원으로 끌려오다시피 해서 온 건데 여기 와서 나보고 음식까지 먹으란 이야기냐, 하는 격앙된 표현을 하기도 했다”며 “일찍 기사 쓰신 분들이 악의적으로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의료진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주시면 정확한 내용이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가족대책위, 특별법 제정 위한 청와대 결단 촉구
“박근혜 대통령님, 우리 가족들을 죽이지 마십시오”

가족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님, 우리 가족들을 죽이지 마십시오.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하겠다는 5월 면담이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유민아빠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은 하루하루 애가 탔다. 국회로, 광화문으로 매일 같이 나오는 가족들이 있는 힘을 다했지만 특별법 제정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며 “솔직히 며칠 전부터 계속 설득했지만 유민아빠는 완고했다. 그러다 오늘 새벽 2시 경부터 건강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대 사실상 끌고 오다시피 데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는다. 면담 한 번 해 달리는 요구가 그렇게 무서웠습니까”라며 “여야가 합의했다며 들고 온 법안을 가족들이 거부했다는 말은 들었을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런 때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족대책위는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 4월 16일 팽목항에서부터 죽도록 힘을 내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 가족들은 유민아빠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라며 “안간힘을 낸 가족들이 어디로 갈지는 곧 알게 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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