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단식이 어느덧 39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참사 넉 달째인데도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대통령조차 유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김영오 씨는 지난 16일 시복식 미사 때문에 광화문에 온 교황에게 간절히 말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세요”라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일에 이어 18일에도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빠진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총회를 열고 양당의 재협상안을 받을 것인지 논의했고, 20일 밤 176가정 중 137가정이 반대해 거부 의사를 굳혔다.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미디어스)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 결합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가족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래군 공동운영위원장은 “유가족 총회 이전부터 국민대책회의는 ‘유가족들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었다. 유가족들이 어제 재협상안을 거부하고 수사권,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에 의지를 모았기 때문에 저희도 유가족과 함께 계속 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래군 위원장은 40일 가까운 단식으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김영오 씨를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유가족들을 위해 더 힘을 모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는 “김영오 씨는 상당히 극한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국민대책회의는 기자회견 이후부터 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매일 촛불문화제, 토요일 집회가 열린다. 국민 여러분들도 많이 참여하셔서 ‘유가족 뜻을 쉽게 꺾으려고 하지 말라’는 뜻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지난 8월 18일 기자회견 당시(단식 36일째) 김영오 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어, “(국민대책회의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고 결단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유가족과 함께 부각해 나가려고 한다”며 “이 싸움은 유가족만의 싸움도 아니고 대책회의만의 싸움도 아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싸움이고, 416 이후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안전사회로 가기 위한 힘든 여정일 수 있다. 국민대책회의도 끝까지 힘차게 유가족들과 같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28일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열 분의 실종자들이 하루 속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한 특별법안을 거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재확인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총회 결정을 지지합니다. 대책회의는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야합을 멈추고 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바랍니다. 만약 국회 본회의에서 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특별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합니다.

오늘로써 유민아버지 단식 39일째입니다. 유민아버지가 살 수 있는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더 이상 유민아버지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만 이 짐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특별법은 세월호 가족만이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모든 시민들의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대표단을 비롯한 공동운영위원장들은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합니다. 지금도 영화인, 연극인, 언론인 등 많은 분들이 농성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이 단식농성에 동참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청와대가 응답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양당의 밀실야합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책임이 드러날까 두려워 진실을 덮으려 해서도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청와대를 향한 시민행동을 조직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결단하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지역별 새누리당사 앞 집회와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 집회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힘을 믿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가득 채우며 함께 눈물 흘려온 시민들의 힘으로, 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 서명에 동참해주신 400만 시민의 힘으로 정치권이 회피한 진실규명을 반드시 이뤄냅시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라!
- 청와대는 유가족 의견을 수용한 특별법 제정을 결단하라!

2014년 8월 2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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