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를 만든 뤽 베송 감독이 “최민식은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라면서 “만약 캐스팅을 거절했다면 죽였을 것”이라는 농담을 남겼다.

20일 오후 4시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용산 CGV에서 뤽 베송 감독과 최민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을 옛날부터 존경했다”면서 “금발의 서양인 루시와 대조를 위해 꼭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동양인 배우를 원했다”며 최민식을 미스터 장에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뤽 베송 감독의 “캐스팅을 거절했다면 죽였을 것”이라는 농담에 대해 최민식은 “살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응수함으로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최민식은 스칼렛 요한슨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스칼렛 요한슨과 연기하면서 언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스칼렛 요한슨의 눈빛을 보면 제 연기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감하는 걸 분명히 느꼈다. 처음 경험하는 짜릿함”이라고 표현했다.

▲ 배우 최민식(왼쪽)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루시' 언론시사회에서 뤽 베송 감독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4.8.20 (사진=연합뉴스)

뤽 베송 감독의 작품 <루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최민식은 “영화인이라면 80년대 뤽 베송 감독의 <그랑 블루>나 <니키타><레옹>을 보고 매료된 기억이 있을 거다. 한 길을 꾸준히 연기 생활하니 뤽 베송 감독에게 섭외 받는 날도 오는구나 했다”라며 “뤽 베송 감독은 2시간 동안 <루시>를 성심성의껏 (제게) 설명했는데 감동적”이었다면서 “<올드 보이>가 세계적인 평판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저는 아시아의 배우일 뿐이다. 그런데 뤽 베송 감독이 제게 성심성의껏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이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국 작품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민식은 “위국 작품 섭외에 대해 고집을 부린 건 아니다”라며 “배우는 몸과 언어로 연기를 표현해야 한다. 소통에 있어 우리말 뉘앙스와 외국어 뉘앙스는 다르다. 그런 딜레마를 극복하면서 외국 작품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최민식은 “외국 작품을 한다고 해서 출세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뤽 베송 감독처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 감독과 배우가 있다면 안정적으로 밀착되게 작업했을 것이다. 저 스스로가 (연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한 번만 더 가자고 감독님을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뤽 베송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다른 테이크를 제안하는 배우만큼 만족하는 게 없다. 최민식이 ‘다르게 해 보겠습니다’ 하고 (추가 촬영을) 바라는 게 좋았다”며 흔쾌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민식이 출연한 <명량>이 <아바타>를 넘어 15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대해 최민식은 “너무 과분하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이 영화가 남긴 긍정적인 기능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승리의 한순간을 곱씹으며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명량>이다. 사회적인 기능을 뿜어내는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에 대해 기쁨이 크다”는 소회를 밝혔다.

최민식에게는 아흔을 바라보는 외가 친척 아저씨가 있다. 십 년에 한 번 영화를 볼까 말까 하는 친척 아저씨도 <명량>을 보았다는 최민식은 “김한민 감독에게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이 됩니다. 조만간 현충사에 가시죠’라는 문자를 받았다. <명량>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얼떨떨하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든 영웅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명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뤽 베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이 주연한 <루시>는 9월 4일 개봉 예정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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