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총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양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1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된다고 말하면 이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유가족의 최소한의 뜻을 받아 안지 못하는 이유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타협론자로 알려진 이완구 원내대표가 저렇게 완강한 태도로 나오는 것과 김무성 대표가 야당추천 특검을 말씀하셨다가 거두어들인 것도 같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의당 의원단 단식돌입 기자회견'에서 심상정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김제남, 박원석, 심상정, 정진후, 서기호 의원. (연합뉴스)

심상정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은 유가족들이 먼저 제기하고 대통령께서 세 번이나 약속을 한 사항이다”라면서 “세월호특별법 때문에 정국이 막혀있는데 대통령이 6월 이후 이에 대한 한 마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이 여야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야 합의안은) 수사, 기소권 보장을 요구하는 세월호 가족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고, 정부 입맛에 맞는 특검은 안 된다는 최소한의 조건도 보장이 안 된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는 중요한 거는 지난 1차 합의 때도 지적이 됐지만 재협상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사전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수많은 특검을 해봤고, 야당이 추천했던 특검도 해봤지만 특검을 통해서 정의가 바로 세워진 경험을 우리 국민들은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참담한 아픔을 겪은 유가족의 시선으로 제대로 진상조사하자는 특별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여야가 합의한대로 세월호특별법 관련 입법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여야 합의대로 빨리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유가족들의 고통스럽고 힘든 정서를 그대로 쫓아가서 어떻게 정치가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인제 최고위원은 “진상조사위원회 수사, 기소권을 주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무너뜨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면서 “유가족들의 순수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국가라는 큰 틀이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이인제 최고위원은 “야당이 처음부터 그러한 원칙을 가지고 유가족분들에게 설명도 드리고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여야의 합의안을 그대로 표결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사태가 벌어지긴 무슨 사태가 벌어지나”라면서 “세월호 유가족분 들께서도 우리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의 반대 결정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오늘, 내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면서 “오늘 의원총회를 할 지 등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부대표는 “진퇴양난의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서 “지금 비대위라고 할 수 있는 국민공감혁신위원회도 아직 꾸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당히 어렵다”며 난감해하기도 했다.

김영록 부대표는 “재재협상을 다시 시도해야 된다고 의원총회에서 결론날 경우 문제는 새누리당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은 재재협상은 정당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고 정당정치가 아니라고까지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부대표는 “새누리당에서 재재협상은 무조건 없다, 이렇게만 말하지 말고 다시 머리를 맞대고 국가적 과제로 생각을 해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지금 제가 재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여야 간 협상해서 합의한 약속을 깨고 다시 또 재재협상을 하게 된다면 박영선 대표 체제가 협상에 나서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면서 “유가족들과 야권이 협상안을 만들고 여당과 협상을 했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영환 의원은 “이런 상태에서 또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취약한 당내지도부를 포함해 당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광화문 농성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에 동조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김영환 의원은 “단식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당 지도부와 함께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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