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노조가 법치주의를 무시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방송이 위협받는 비상시국이고, 언론으로서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쟁에 나선 겁니다."

YTN 현직기자가 다음 카페에 남긴 '기자 얼굴 없는 YTN 뉴스'라는 글이 네티즌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기자는 지난달 29일에도 "YTN은 그동안 목숨처럼 지켜온 365일 24시간 생방송 뉴스를 멈출지도 모른다"고 글을 남겨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은 바 있다.

다음 카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 '어린달님' 아이디로 글을 올린 이 기자는 "이런 사태만 아니었다면 법 없이도 살면서 일했을 사원들이 모두 징계 대상들이고 고소된 사람들"이라며 "(노조원들) 모두 업무방해 혐의로 잡아간다면 기꺼이 잡혀갈 각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사 쪽이 징계 명단에 10명을 추가해 23명을 올렸다. 이러다 회사 쪽은 노조원 400명 모두를 징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저희들의 의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관망하던 사원들까지도 회사 쪽 대응에 분노해 투쟁 일선에 뛰쳐나오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 지난 16일, YTN지부가 <뉴스의 현장> 생방송 도중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송선영
그는 지난 16일 <뉴스의 현장> 생방송 도중 강행된 YTN노조의 손팻말 시위와 공정방송 배지와 리본을 단 스탠드업(취재기자가 얼굴을 내놓고 멘트를 하는 장면)을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사실 방송에서 노조의 목소리를 끼워넣기 식으로 집어넣는다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YTN노조가 이렇게까지 하게 된 데에는 '파업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원들 징계와 고소로 맞서는 구본홍 측의 뻔뻔스러운 대응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부들은 '방송 가지고 장난하지 말라'며 노조원들을 막았지만 회사 사장 자리와 공정방송을 가지고 장난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간부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다"고 일갈했다.

또 "피켓 시위로 허를 찔린 회사 쪽이 열심히 간부들을 동원해 기자 얼굴이 나오는 장면을 일일이 다른 화면으로 덮어 씌웠다"며 "평소에 구씨와 낮부터 폭탄주 마시면서 느긋하던 간부들이 일일이 기사를 확인하고 편집하느라 자정까지 퇴근도 못했다는 후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간부들을 오래간만에 보니 한동안 YTN뉴스에서 기자들의 얼굴을 못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장기화되는 투쟁에 가끔은 지친다. 경제가 워낙 어려워 언론 장악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느껴질 때면 힘이 많이 빠진다"면서, 마지막으로 YTN사태를 외면하는 다른 언론사에 대한 섭섭함도 내비쳤다.

"특히 KBS나 MBC같은 방송이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다음 타겟은 자기들일 텐데 말이죠."

▲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기자 얼굴 없는 YTN 뉴스' 글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
이날 오전 이 글이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후, 오전 11시 현재 "응원한다" "힘내라" "자랑스럽다"는 의견의 지지 댓글 100여개가 달렸다.

네티즌 '징검다리-민'은 "YTN 자랑스럽다. 당신들같은 바른 언론인이 있어 언론의 중요성을, 언론인의 바른 자세를 보고 있다"며 "힘내라 YTN"이라고 응원했다. 네티즌 'kbs국민꺼'도 "고맙다. 요즘 같은 때에 YTN 노조 여러분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힘이 돼주지 못해 미안하고 끝까지 YTN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가 카페에 올린 글 전문이다.

기자 얼굴 없는 YTN 뉴스

어린달님입니다.

지난 번 글을 올리면서 언제까지 투쟁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달을 넘어서 구본홍 출근저지 63일 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러다 눈발날릴 때까지도 싸우고 있을 지 모릅니다 --;

16일 오후 뉴스에 등장한 저희 피켓 시위를 보셨는지요?

방송, 전파는 공공재입니다. 사실 방송에서 노조의 목소리를 이렇게 끼워넣기 식으로 집어넣는다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희의 목적을 위해서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한 셈이니까요.

그 부분에서 시청자들의 질책이 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생방송 중에 시위까지 하게 된 것이 저희도 마냥 자랑스럽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많은 시청자 분들이 저희를 지지하고 성원해 주시더군요)

저희 회사 간부들은 '방송 가지고 장난하지 말라'며 저희를 막아섰지만, 회사의 사장 자리와 공정방송을가지고 장난하는 데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간부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합니다.

YTN 노조가 이렇게까지 하게 된 데에는 '파업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원들 징계와 고소로 맞서는 구본홍 측의 뻔뻔스러운 대응에 원인이 있습니다.

구본홍은 보도국 독립성을 짓밟는 부팀장급 인사를 낸 데 이어서 노조의 파업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원 인사를 냈습니다. 인사 대상이 된 노조원들은 현재까지 100% 인사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인사발령이 난 부장들의 지시 역시 받지 않고 있고요.

9월 2일부터 총파업 투표에 들어간 노조는 투표를 하고도 한동안 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측에 부당한 인사를 철회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으나, 회사가 한 일은 조합원 6명을 남대문경찰서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이었습니다.

10일 오후 파업투표함을 열었고, 결과는 76.4%의 찬성으로 나왔습니다.

추석 연휴가 지난 후 사측은 6명의 사원을 추가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인사를 따르지 않는 조합원들을 징계 명단에 올리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피켓시위는 이런 사측의 막가파식 조치에 항의한 대응입니다. 당장 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단계별 파업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그중 첫번째가 피켓시위였고, 어제부터는 취재기자가 얼굴을 내놓고 멘트를 하는 장면 (스탠드 업이라고 부릅니다)에서 낙하산 반대 배지와 리본을 달고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요.

어제 현장 취재를 나선 기자들 전원이 이렇게 스탠드업 장면을 촬영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아직 저희 뉴스에서 이렇게 반대 배지를 단 기자 얼굴을 못 보셨을 겁니다. 아니, 특파원과 몇몇 연차가 어려 노조원이 못 된 기자를 제외하고는 저희 뉴스에서 아예 기자 얼굴을 못 보셨을 겁니다.

일례로 황보연 기자의 리포트를 볼까요.
http://search.ytn.co.kr/ytn/mov.php?s_mcd=0101&key=200809172114027580

왜 기자 얼굴이 없냐고요? 피켓 시위로 허를 찔린 사측이 열심히 간부들을 동원해 촬영 테이프를 수거해다가 기자 얼굴이 나오는 장면을 일일이 다른 화면으로 덮어 씌웠기 때문입니다. 황 기자의 리포트 끝 부분 문장에 오디오 톤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들으실 수 있는데 현장에서 녹음한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화면은 덮어 씌운거고요.

평소에는 구씨랑 낮부터 폭탄주 마시면서 참 느긋하던 간부들이 기자들의 기사를 일일이 다 확인하고 편집까지 하느라고 자정까지 퇴근도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간부들을 오래간만에 보니 앞으로도 한동안 YTN 뉴스에서는 기자들의 얼굴을 못 보실 것 같네요.

줄서기하는 간부들, 공정방송을 짓밟는 구씨 앞에서 비겁하게 침묵하는 간부들 말을 하자면 끝이 없지만 제 스스로가 회사 얼굴에 침뱉기를 하는 것 같고 너무 쪽팔려서 그만하겠습니다.

이런 투쟁 과정을 지나오는 동안 항상 저희 옆을 지켜주신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경찰이죠. 구씨는 남대문 경찰서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는데, 파업 결의를 한 전후로 해서 늘 경찰 기동대가 회사 주변에 상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남대문 서장이 친히 회사 안에까지 그것도 정복을 입고 들어와서 '불법 행위'를 운운하다 노조원들의 강력한 항의로 쫓겨간 적이 있습니다. 간부들은 공공연히 '공권력 투입은 시간문제다'라고 말하곤 하지요.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되면 저희는 100명 단위로 돌아가면서 연가투쟁에 나설 계획입니다.

조금 전 노조에서 문자가 왔는데 징계 명단에 10명을 추가해서 32명을 올렸다는 소식이군요. 이러다가 사측은 노조원 400명을 모두 징계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저희들의 의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그동안 노조의 투쟁 방식에 동의하지 않아 관망하던 사원들까지도 징계와 고소로 일관하는 사측의 대응에 분노해서 투쟁 일선에 뛰쳐나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언론인으로서의 보여야 할 자세가 있는데, YTN 노조가 법치주의를 무시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이런 사태만 아니었다면 법 없이도 살면서 묵묵히 일했을 사원들이 모두 징계 대상들이고 고소된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수차례 징계받은 간부들이 구씨를 둘러싸고 있지요. 저희는 모두 업무방해 혐의로 잡아간다면 기꺼이 잡혀갈 각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방송이 위협받는 비상 시국이고 저희의 언론으로서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쟁에 나선 겁니다.

장기화되는 투쟁 속에 저희도 가끔은 지칩니다. 경제가 워낙 어려워서 사람들이 언론 장악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느껴질때면 힘이 많이 빠집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도 저희를 지지해 주신다면 많이 여론화해 주세요. 가끔은 같은 언론사의 투쟁을 외면하는 다른 언론사, 특히 KBS나 MBC 같은 방송이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다음 타겟은 자기들일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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