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 산업은 지난 1995년 시작됐습니다. 당시는 각 자치구별로 한 개 정도씩 케이블 회사(SO)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민주 현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이 케이블회사를 하나씩 사들여 씨앤앰이라는 이름으로 그룹화했습니다. 이후 맥쿼리, MBK파트너스가 지난 2007~2008년 국민유선방송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사모펀드로 각각 24.91%의 지분을 가지고 씨앤앰의 지분을 완전히 인수했습니다. MBK파트너스(MBK Partners)는 2005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대의 사모펀드입니다. 운용자금은 2012년 현재 약 4조원에 이르며 회장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박태준의 사위인 김병주입니다. 또 외환은행이 인수될 당시 승인된 회사가 바로 MBK파트너스입니다.

문제는 저희 노동자들의 여건이 갈수록 악화됐다는 것입니다. 맥쿼리-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의 대주주로 자리 잡은 이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익은 많이 남기려는 행태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저희 노동자들은 하청, 재하청 구조로 전락했습니다. 씨앤앰이 처음 설립됐을 때만 해도 저희는 모두 씨앤앰 정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맥쿼리-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을 인수한 이후 설치 및 AS 부문이 아웃소싱으로 전환됐습니다. 씨앤앰 정직원에서 하청업체 정직원이 된 것입니다. 이어 저희는 하청업체에서조차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저희는 ‘쥐어짜기’ 먹이사슬의 가장 맨 아래에 위치하게 됐습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저희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설립했습니다. 그 결과 그나마 하청업체 정직원이 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앞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노사교섭이 결렬되고 저희 노조는 부분파업 등을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하청업체 3곳은 계약만료를 빌미로 조합원 74명을 해고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노조가 7월 9일 노숙농성에 돌입하자 협력업체 18개 하청업체가 동시에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습니다. 또 직장폐쇄 후 지난 7월 31일부로 경기도의 한 하청업체가 계약만료 되자 25명을 추가 해고했습니다. 지난해 맺은 임단협에는 하청업체의 교체가 이뤄질 경우 고용승계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했지만 비조합원만을 선별 채용하고 25명의 조합원은 표적 해고 되었습니다. 500명이 넘는 씨앤앰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졸지에 거리로 내몰린 이유입니다.

▲ 지난달 8일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수십 명이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주변 노숙농성에 돌입한 날,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 걸린 걸개그림. (사진=미디어스)

저희는 그저 일밖에 몰랐고 순진했습니다. 진작 노조를 설립해 목소리를 냈다면 이런 상황까진 오진 않았을 것입니다.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은 설치, AS 업무는 기본이고 현실적으로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영업 건수를 강요했습니다. 지표가 10개라고 치면 그 중 겨우겨우 9개를 달성해도 1개를 달성 못하면 깨지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하청업체들을 놓고 상대평가를 하다 보니 쥐어짜기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각 하청업체 별로 A등급부터 D등급까지 등급을 매겨놓고 D등급을 3번 연속으로 맞게 되면 하청업체는 퇴출되어야만 했습니다. 명색이 서비스 센터인데 영업 지표를 못 맞추면 C등급을 맞기도 어려운 평가 기준을 만들어 놓고 이를 맞춰야 했습니다. 케이블 기사들이 사기영업을 많이 했다는 내용은 한번쯤 접해 보셨을 겁니다. 이는 저희 정식기사들이 아닌 하청업체에서 영업목표를 맞추기 위해 고용한 방문판매 기사로 일정기간 동안 지사별 센터에 들어와 영업목표를 맞추고 빠지는 기사들이었습니다. 하청업체는 버티기 위해서 방문판매 기사를 고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악질적인 쥐어짜기는 결국 씨앤앰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어떻게든 실적을 채워야하다 보니 고객들을 속이는 일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굳이 필요 없는 장비를 설치하게 하고 실적을 채운 것입니다. 저희의 근로환경의 안전문제도 심각합니다. 케이블TV 설치 및 AS 작업은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봇대나 난간, 지붕 위에 올라가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하지만 그 흔한 헬멧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의 안전 보다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죽기 싫어서 일도 해야 하는데 회사가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일을 하려면 기사 개인의 주머니를 털어 공구며 장비를 사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 하청업체별로 기준이 틀리지만 일을 하다 공구가 망가지면 하청업체에서 구비해놓은 공구를 사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다치는 일이 벌어지면 그 책임은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됐습니다. 하청업체에서도 비정규직이었던 탓에 4대 보험조차 제대로 가입돼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 다치면 네 실수로 다친 것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만 했습니다. 원청인 씨앤앰은 안전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쳐서 쉬는 날이나 개인차로 일을 하기 때문에 차가 고장 나거나 하면 저희는 무급으로 쉬어야만 했습니다. 또 인력의 배분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아파도 마음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한사람이 쉬면 다른 동료들이 그 지역을 커버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눈치가 보여 쉴 수가 없었고, 돈을 벌 수 없었기 때문에 쉴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쥐어짜 벌어들인 돈은 배당을 통해 고스란히 대주주 맥쿼리-MBK파트너스로 돌아갔습니다. 애초에 거액의 돈을 빌려 씨앤앰을 인수한 맥쿼리-MBK파트너스는 씨앤앰이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고 있습니다. 또 적절한 시기에 씨앤앰의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한다고 합니다. 결국 저희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은 악화되고 투기자본만 배를 불리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씨앤앰은 아시다시피 적자가 아닙니다. 빚을 갚고 남은 이익은 회사에 투자도 없이 80%이상이 배당금으로 배분됩니다. 사모펀드이니 이익을 내서 배당을 하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현장에 대한 투자 하나 없이 배당에만 치중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씨앤앰을 이용하고 있는 가입자와 저희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회사는 회생할 수 없는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 리모컨을 받은 날은 아침부터 기분 좋게 일을 했습니다. 대부분 중고 리모컨을 닦아서 나가야했고, 셋탑, 모뎀도 모두 중고였습니다. 그나마 설치 기사는 가끔 신품 기계를 들고 나가는 일이 있었지만 AS기사들은 설치기사를 위해 중고 기계를 걸레로 닦아서 나갔습니다. 하필 중고 리모컨 배터리 넣는 곳에서 벌레가 나와 민원을 먹고 CS점수 0점을 맞아도 그건 기사 책임이었습니다. 받는 기계가 다 그래서 그 기계를 가지고 나갔는데 씨앤앰 원청은 책임이 없습니다.

저희 씨앤앰 비정규직 노조는 8월15일부로 노숙농성은 39일째, 파업은 61일째를 맞았습니다. 한 여름 폭염과 장대비 속에 이어진 저희 투쟁은 함께하는 동료들의 건강이 가장 걱정됩니다. 실제로 지난 7월 21일에는 40대 조합원이 호흡곤란으로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여전히 병원 입원치료를 하고 있으며, 건강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사태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막막한 상황입니다. 원청 씨앤앰과 대주주 맥쿼리-MBK파트너스 모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씨앤앰 비정규직 노조의 이야기가 조금씩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엔 지역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씨앤앰 가입해지운동이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리한 배당금 분배와 비상식적인 몸통불리기 영업정책으로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품을 이용하는데 어떤 가입자는 22,000원을 신규 가입자에게는 5,500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요금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어떻게든 몸통을 불려 비싼 값에 매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씨앤앰은 망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일터가 망가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대체인력이라고 투입된 아르바이트 기사들의 저희 일터를 망가뜨리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국내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먹튀가 아니라는 MBK파트너스. 하지만 투기로 회사를 망가뜨리고 팔아먹기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 씨앤앰 비정규직 노조가 원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입니다. 고용안정과 안전한 일터, 그 기본적인 것을 얻기 위해 저희는 투쟁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할당이 있으면 퇴근시간 전까지 점심도 못 먹고 일했습니다. 국방, 납세 국민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부탁드립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를 원합니다. 국민으로서 대우해주십시오. 저희의 투쟁은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내일은 광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문으로 시복미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늘 아침 갑작스레 경찰들이 저희를 포위했습니다. 저희는 아마 오늘 들려나가거나 연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내고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저희가 부끄러운가봅니다. 경찰버스로 저희가 안보이도록 길을 막아서고 오늘 아침에는 저희를 포위해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대한민국은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도 없는 걸까요? 저희는 국민이 아닙니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민들의 소비를 늘리도록 하겠다는 정부는 서민이 안보이는 것일까요? 프란치스코 교종은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이 외면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분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도 저희는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투쟁에서 질 수 없는 이유는 가족입니다. 500대오의 뒤에 약 2,000명의 가족이 있습니다. 저희가 지면 2,500여명이 먹고 살 길이 없어집니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바로 저희들을 죽일 수도 있는 경제적인 살인자들입니다.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