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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신부' 외면했던 언론, '거리의 교황' 열광하는 언론'거리의 신부' 종북으로 몰던 언론의 프란치스코 열광
권순택 기자 | 승인 2014.08.14 13:10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한국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더 낮은 곳을 향해’ 시선을 두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강정·밀양 주민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교황은 이미 한국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지고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MBC는 철저한 예외다. MBC 뉴스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환호는 있지만 그가 만나는 세월호와 강정, 밀양, 쌍용차를 찾을 수 없다. 또한 많은 언론들 역시 ‘거리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는 열광하지만, 한국 천주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MBC, 프란치스코가 만나는 세월호·밀양·강정보다 “경제적 효과”에 주목

MBC <뉴스데스크>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하루를 앞둔 13일 <“한국으로의 여정 시작”…교황, 트위터에 한국어 인사말 올려>, <광화문·명동성당 등 교황 맞이로 분주…환영 분위기 물씬>, <교황,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 선택…단독 방문 이유는?> 리포트를 배치했다.

MBC 뉴스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열기는 있었지만 정작 교황이 ‘한국에 온 의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MBC가 본 ‘단독 방문 이유’는 고작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 방문 첫 목적”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6천여 명의 청년이 모이는데 가톨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에서 신자 수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이들을 만나 직접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한국만의 특수성’이라면서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선교사 없이도 뿌리 내리고 갖은 박해에도 신자 수가 날로 늘어난 한국만의 천주교 역사도 바티칸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 13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JTBC <뉴스9>와 비교하면 확연하다. 손석희 앵커는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주민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라면서 “그가 왜 우리에게 오는지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로 알 수 있다”고 전했다. 

MBC가 주목한 것은 따로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침체된 내수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경제적 효과였다. MBC는 교황의 방한이 가지는 의미 전달보다는 ‘태극문양에 비둘기가 어우러진 은화와 십자가에 무궁화가 자리잡은 황동화’ 등 기념주화 예약이 4만 건이 넘었고, 기념우표 또한 130만 장이 발행 당일 모두 팔려나갔으며, 교황 관련 서적 판매량은 10배 이상 급증했고, 광화문 일대 호텔은 객실 예약이 마감됐다는 소식의 가치를 더 높게 봤다. MBC는 또한 ‘한국어로 인사말’을 중요하게 봤다.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은 보도다.

아이러니한 것은 MBC가 앞서 <“한국으로의 여정 시작”…교황, 트위터에 한국어 인사말 올려> 리포트에서 ‘교황청은 한국방문에 앞서 두 가지를 당부했다’면서 “대규모 행사보다는 교황이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지 메시지에 귀를 기울려 달라는 것과 교황과 신자들이 눈을 마주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는 점이다. 과연, 교황청의 당부를 전하는 MBC가 그에 충실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KBS, 유일하게 한국 천주교에 주목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이유는 뭘까. MBC 뉴스처럼 기념 주화나 우표, 관련 서적이 인기인 이유 말이다. 그것은 바로 교황이 가지는 ‘낮은 곳을 향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교황’이라고 붙여진 그의 행보에 대한 열광이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열풍과 한국 천주교는 별개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언론은 '거리의 교황'에 주목하면서도 한국 천주교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정진석·염수정 추기경은 무얼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으로 언론의 이중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KBS는 13일 <‘약자에 대변…’ 정치·사회 변혁과 함께 한 천주교> 리포트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천주교는 단순한 종교에 머물지 않는다’고 시작되는 KBS 뉴스는 지상파3사 중 유일하게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8월 13일자 KBS '뉴스9' 화면 캡처
KBS는 이날 뉴스에서 “정치, 사회적 변혁의 과정에 천주교가 함께 있었고,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변해왔다”면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숨졌다’는 박종철 열사로부터 시작된 6월혁명에 주목했다. 또한 “더 거슬러가 감시당하고, 잡혀가고 또 고문당하던 시절. 차마 입에 올리지도 못했던 군부 독재에 대한 비판에도 주저하지 않았다”며 “성당은 민주화 운동의 중심이거나 수배자나 시위대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로 불렸다”고 전했다.

KBS는 이어, “최근의 밀양 송전탑과 용산 참사, 쌍용차 사태 때도 사제들은 약자와 함께했다”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의 천막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강우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의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고 예수님과 사랑의 미사를 거행할 수 없습니다”라는 멘트도 들어갔다.

한국 천주교에도 오래 전부터 ‘거리의 신부들’이 있었다. 밀양과 용산, 강정, 쌍용차 사태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기 이전부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항상 그들과 함께 했다. 하지만 교황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과 달리 신부들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가혹할 정도로 야박했다. 외려 ‘종북’으로 몰리기도 했다. 

한국에도 ‘거리의 신부들’이 있습니다

먼 이야기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는 “18대 대선에서 드러난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불법·부정선거”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에 돌입했다. 당시 박창신 신부의 강론이 논란이 됐다. 박 신부는 연평도 포격을 옹호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지상파 방송들은 그의 강론 전체 중 일부만 그야 말로 짜깁기해 종북몰이에 동참했다.

   
▲ 2013년 11월 23일 KBS 뉴스9 캡처
KBS 역시 당시 “민주화 이후 사제단은 지나치게 현실정치에 개입했다”라면서 <세속의 구제? 사제단 정치 참여…논란의 역사> 리포트를 배치했다. 당시 KBS의 ‘거리의 신부들’에 대한 평가는 아래와 같았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가 가짜라 주장하는가 하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선 정부의 발표를 부인하면서 국민들의 정서와 괴리가 커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삼대 세습과 인권탄압 등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세속의 구제’를 위해 나선 종교의 힘은 숭고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언로가 보장돼 있고 민주적인 절차가 지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를 등에 업고 정치 구호를 외치면서 분란과 갈등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9>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기성언론의 평가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KBS가 당시 비판한 ‘숭고하기 했지만’이라는 과거형의 평가는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세계인들의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리로 나가라”,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문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교황’에 열광하는 언론, 그러나 한국의 ‘거리의 신부들’의 행보에 대해서는 “현실정치 개입은 안된다”고 말했던 언론이다. 이렇듯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역으로 한국 언론매체들의 ‘거리의 신부들’을 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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