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교황님. 주님의 이름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새날교회 목사 우성구입니다. 저는 서울 강북구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협동하는 삶,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가난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개신교 목사입니다.

저는 교황님의 이번 방한 기간 중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현장, 평택 쌍용차 노동자, 세월호 유족을 만나고 위로한다는 소식을 SNS와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평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는 소문이 진짜였구나 제 주변분들도 다 놀라고 반가워했습니다.

주님께서 이 땅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힘겨운 삶, 눈물과 괴로운 고통에 처한 이들을 찾아 오셨듯, 교황께서도 가난하고 힘겨운 이들을 찾아주신다니 눈물이 핑 돌고 반갑고 고맙기만 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교황님께서 찾아오신 이 땅에는 정치가 죽었습니다. ‘죽은 정치인들의 사회’입니다. 윤리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연민과 사랑을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사회입니다. 이미 가진자들의 추악한 탐욕과 그들의 탐욕을 통경하는 이들의 욕망이 빚어낸 병든 사회, 자살율 세계 1위의 자살공화국입니다. 저는 그 책임이 교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의한 시대 교회가 희망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죄책 고백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합니다. 더 뼈저린 교회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는 정치실종, 윤리실종의 한국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최악의 사건이었습니다. 120여일이 지나도 사건의 진상과 실체를 가리려는 음모와 방해만 난무할 뿐 정치인 어느 누구도 나서질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며 국가가 실종되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난민들인 셈입니다.

광화문과 국회 앞에서 유가족과 국민단식단 수백명이 단식을 해도 정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얼음공화국입니다.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여당대표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 사회의 적폐의 단면입니다.

그런데 이 국가는 참 이상합니다.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모든 정당한 권리는 불법으로 만들고 손해배상가압류로 가난한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는 자본을 보호하는데는 선수입니다.

대대손손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야만 하는 이들의 고통, 수천년을 유구히 흘러온 강의 죽음과 죽어가는 생명의 탄식, 계약 파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생존권 투쟁에 이 국가, 이 사회는 침묵하고 오히려 입을 틀어 막고 있습니다. 직장폐쇄, 노동조합 억압으로 길거리 거리 잠을 자는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언론도 다루지 않는 ‘무관심’, ‘무책임’의 “외면 사회”입니다.

저는 주님께서는 정의와 평화 생명의 기운 넘치는 세상을 이 땅에 만들어 가도록 우리를 부르시고 일하게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불의가 더욱 강해지고 평화보다는 갈등이 커지고 온 생명은 추악한 자본에 의해 멸절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한국사회는 어쩌면 희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절망의 늪으로 빠지고 희망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절대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게 지키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알기 위해 굶으며 호소하고, 억울해서 피토하는 이들의 눈물이 헛되지 않고 작은 희망의 결실을 맺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한국 땅에 도착하시겠네요.

첫 일정이 오후에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신다고 하는데, 제발 세월호 희생자들을 저렇게 비참하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충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돌이키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아무쪼록 이번 방한 중 계획하시는 모든 일정이 주안에서 성황리에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014. 8. 14 자정

삼양동 빨래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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