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으로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특혜라고 생각하십니까?”

13일 광화문에 위치한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 앞에서 진행된 ‘세월호 진실 은폐의 공범, 조선일보(TV조선)과 동아일보(채널A)의 악질적 보도 규탄 기자회견’은 먼저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조선·동아가 세월호 참사 관련 여론을 왜곡·누락하는 방법을 동원해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뜨겁다. 기소권과 수사권 부여에 대해서는 이미 229명의 법학자들이 “헌법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보적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뿐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까지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선·동아는 이 같은 사실관계는 누락시킨 채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해 보도하고 있다.

▲ 8월 13일 오전11시 30분과 12시 30분 광화문에 위치한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 앞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악질적 보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미디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완기 공동대표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라며 “유병언은 죽은 척하고 이건희 회장은 살아있는 척하고, 검찰은 수사하는 척하고 박근혜는 상관없는 척한다는 ‘척 시리즈’가 인기”라며 “여기에 언론을 덧붙여야 한다. 언론은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하고 잘 모르는 것은 아는 척을 한다”고 꼬집었다.

“조선·동아, 세월호의 실소유주 국정원 의혹 알면서도 누락”

이완기 공동대표는 “세월호에서 건저 낸 노트북에는 국정원이 운항 등에 깊이 개입돼 있는 문서가 발견됐다”며 “그래서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그런데 조선·동아는 그걸 알면서도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 모르는 척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엄청난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걸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고 비판했다.

이완기 공동대표는 거꾸로 “조선·동아는 법리적인 문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해서 문제”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사법체계 흔들린다’는 비판에 대해 “세월호 참사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연루돼 있기 때문에 이걸 수사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독립이 된 진상조사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동아는 정부의 반대에 동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투위 김종철 대표는 “세월호 침몰 초기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자격과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었다”며 “정부의 무능이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지만 한국의 족벌신문들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지적했다.

김종철 대표는 “조선·동아는 유가족대책위가 세월호 침몰에 관해 49가지의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파헤치기는커녕 정부의 무능을 감추고 거짓말 하고 있다”며 “전파와 종이가 아깝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야합을 비판한 뒤, 재협상을 반대하고 나선 조선·동아를 향해 “새누리당이 합의를 뒤집은 게 한 두 번이냐. 그런데 재협상하는 것을 두고 당이 망한다는 등의 협박을 하고 있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된 조선,동아 일보 기사를 출력해 쓰레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미디어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이 난관에 부딪혔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세월호 규명을 외면하고 특별법 제정의 정신과 본질을 왜곡해온 언론의 책임 또한 크가”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조선·동아일보는 세월호 보도에 있어서 은폐, 왜곡, 거짓말로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을 조롱함으로써 치유하기 어려운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결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잊으라’고 강권하는 데에도 이들 언론사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동아일보, “대통령 사과 요구한 것은 지나친 행위”

세월호 보도 왜곡의 언론사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직접 지명한 것에 대해 이들 단체들은 “너무 악랄한 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동아는 은폐하는 정도이지만 조선은 있는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아일보> 보도 중 가장 문제가 많다고 본 기사는 지난달 28일자 <고난 속에서도 침착함을 명예로 여긴다>라는 이광목 미국 시애틀 거주 회계사의 칼럼이다.

<동아일보>는 “모든 책임을 정부에만 지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청와대로 행진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한 것도 지나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애틀 근교에서 벌어진 대형 산사태 사건과 관련해 “여기 사람들은 아무도 주지사나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고 시위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7월 28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또한 (유가족의 요구사항이 아닌) ‘의사자 지정’을 예로 들어 “의사자란 공공의 목적이나 정의 또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이타적 동기로 자발적으로 생명을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고는 “고난과 시련 앞에서 담담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으로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의 참모습과 인격을 발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족 여러분이 차분하게 이성과 냉정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남의 불행을 자기 고통으로 아파한 국민 마음을 헤아려주는 일”이라고 훈계하고 나섰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달 15일 <‘병자호란’을 읽는데 시진핑이 왔다>는 김대중 칼럼을 문제의 보도로 소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조선·동아의 기사를 달린 풍선을 터뜨려 쓰레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함께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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