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누리꾼이 야경꾼일지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했다. “선병맛 후중독” 야경꾼일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평가와 비평이 존재하지만 이 짧은 한마디보다 더 명쾌한 평가는 없을 것이다.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동시간대 드라마들 중에서 늦게 출발했고, 초반의 엉성한 CG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위를 유지하는 결정적 동기가 거기에 있을 것 같다. 물론 초반에 특별출연한 최원영, 유다인 등의 열연이 인상 깊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조선시대의 판타지라는 다소 불안한 구조를 극복하게 된 것은 바로 ‘병맛의 중독성’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없던, 그리고 인터넷 속어에 불과한 병맛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문화현상을 상징하는 말이 된 것처럼 근래 엔터테인먼트에서 병맛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의미가 커진 만큼 이 병맛의 정의도 이제는 쉽게 한두 가지로는 불가능해졌다. 어쨌든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효자 아이템이 돼버렸다.

야경꾼일지에서 이 병맛을 주도하는 것은 바로 죽은 내시 이세창이다. 역할이 본래 그렇지만 이세창이 거두는 병맛의 성과는 역시나 의외성에 있다. 이세창은 정말 잘 생긴 배우다. 인기 등 여타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얼굴 하나로만 본다면 장동건에게 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세창하면 떠오르는 얼굴은 장동건이 아니라 리마오리다.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병맛 테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그 개그맨이다.

이세창은 그 리마리오가 없는 지금, 리마리오와 같은 병맛으로 야경꾼일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4화의 정일우를 속이기 위해 알몸으로 목욕하는 선녀 흉내를 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귀신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정일우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다는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귀신들의 말처럼 아닌 게 아니라 연못에는 아리따운 뒤태의 여인이 삼단 같은 머리로 가녀를 어깨를 거의 가린 채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귀신들이 자신을 속이려고 일부로 흘린 말에 대한 의심보다 선녀에 대한 유혹이 더 강한 정일우는 선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때 뒤를 돌아본 것은 잔뜩 기대했던 선녀가 아니라 벌거벗은 귀신 이세창이었다. 정일우는 혼비백산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장면을 통해서 정일우가 귀신을 본다는 사실의 확증을 주었고, 동시에 시청자들은 이세창이 주는 병맛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는 없었다.

이 장면이 강렬했던 것은 바로 병맛의 작렬이었다. 그 뒤태에 속은 것은 비단 정일우만은 아니었다. 시청자 역시 모두 속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거기에는 제작진의 과감한 트릭이 있었다. 맨 마지막에 이세창이 돌아서기 전까지는 실제로 여성의 뒤태였다. 그것은 어깨 넓이만 봐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야경꾼일지 제작진은 병맛의 반전효과를 위해 대역을 써서 순간적으로 시청자의 눈까지 속였던 것이다.

그런 의도는 분명 효과를 거뒀으니 칭찬을 해야겠지만 선정적이었다는 사실까지 덮어줄 수는 없다. 이 드라마는 내용적으로 딱히 선정적이지 않고, 그럴 필요도 별로 없다. 그러나 백두산 처녀로 등장하는 고성희의 복장은 사실 불만이다. 가슴만 가리는 탑에 여미지 않은 겉옷을 입었고 게다가 치마는 무릎까지 올라가는 짧은 길이다. 이런 복장을 하고 조선시대 저자를 활보한다는 것이 내내 눈에 거슬린다. 고성희의 복장은 비단 조선시대만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상당히 과감한 수준이 아닌가. 요즘 사극에서의 고증 파괴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고성희의 복장은 많이 과해서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몰입에 방해를 주는 요소가 돼버렸다.

그러나 어쨌든 야경꾼일지는 아직 1,2회에 출연했던 최원영의 존재감을 실제 주인공들이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세창의 병맛 연기력이 드라마의 재미를 견인해주고 있다. 그리고 점점 그 병맛에 중독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이세창, 고창석 등의 역할이 어떤 변화를 갖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훌륭한 오작교의 기능을 해준 것은 분명하다. 특히 선녀로 변신한 이세창의 병맛테러는 압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