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미 공통의 시각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북미에서의 활약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대규모로 개봉하고 관객이 잇따르면서 놀라운 속도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에 이어, <해적>까지 개봉하면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졌습니다. 결국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명량>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십분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개봉한 날 보고 쓴 글에서 저는 이 영화가 국내에서 큰 환영을 받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조금은 놀랍게도 북미에서조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지금과 같은 성공을 확신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먼저 북미 박스 오피스 소식에서 전했다시피 '박스 오피스 모조'가 예상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말 수입은 6천만 불 가량이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땠나요? 자그마치 9천만 불을 돌파하면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마블은 자신의 가치와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굉장한 성과로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와 북미는 비슷한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트랜스포머 4>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북미에서도 혹평이 빗발쳤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트랜스포머 4>의 북미 박스 오피스 최종 성적은 호평이 자자했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불과 약 1,700만 불 차이로 뒤졌습니다. 설상가상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하면 개봉 후 8일차까지를 기준으로 조금 앞섰습니다. 이걸 보면 각 영화마다 관객의 층과 폭이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의의

흥미로운 글을 하나 봤습니다. 'MSNBC'와 'CNN'에서 근무했던 저널리스트인 '카를로스 왓슨'이 설립한 디지털 미디어 사이트 'OZY'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성공을 논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0년 여름에 마블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나 같은 슈퍼히어로 '덕후들(Geeks)'조차도 웃었다" 어지간히 넓어진 슈퍼히어로에 대한 시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독특한 캐릭터 조합은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게 뭘 우려한 것인지 십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 분야의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이트인 'Ain't It Cool News'에서는 "라쿤은 마블의 몰락이 될 것이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반관객도 아닌 팬 사이에서의 이런 회의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는 건 아주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반면 또 다른 코믹스 팬 사이트인 '슈퍼히어로하이프'의 스펜서 페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사람들이 말하는 너구리와 나무를 수용하지 못하고 아주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늘 이상했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 2차 대전에서 냉동상태로 있다가 현대로 돌아온 슈퍼 솔져(=캡틴 아메리카)'를 받아들였다. 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한번 기이한 상품이 먹히면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첫 번째 리뷰와 두 번째 리뷰에서 거듭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 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블에게 있어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도 헤아려야 한다고 했던 것과 일치합니다.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제임스 건이 남겼던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촬영 중에 제임스 건이 케빈 파이기에게 하워드 덕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들었던 대답도 이랬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성공한다면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일단 여기에 집중하자" 물론 케빈 파이기가 했던 말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성공하면 제임스 건이 ​그만큼 영향력 있는 감독이 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으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현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북미에서 개봉 2주차에 이르자 조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요일에 개봉한 <닌자터틀>에게 1천만 불 이상의 격차로 뒤지면서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대로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또 한번 예상을 빗나가면서 북미 박스 오피스 2주 연속 1위에 실패하는 데다가, 지난 주말 대비하여 상당한 하락율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스 오피스 모조'에서는 호평이 가득했던 것조차 흥행에 더 많은 탄력을 주진 못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곧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북미에서의 관객층도 다소 한정적이란 것입니다.

<닌자터틀>도 '돌연변이로 탄생한 말하는 거북이'를 다루고 있으니 피차일반일 텐데 왜 상당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인 것인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닌자터틀>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비하면 약 20년 늦게 만화로 출판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는 먼저 선을 보이면서 대중적인 반응을 끌어냈었고, 우리나라에서마저도 일찌감치 영화가 개봉하고 애니메이션이 방영됐습니다. 이것으로 점점 더 인지도를 확보하는 동시에 관객들과의 사이에 놓인 괴리감도 줄였다는 것은 당연히 흥행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가진 가치도 바로 이런 것이고, 두 번째 리뷰에서 "더 중요한 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우주로 관객을 초대하면서 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던 이유입니다.

북미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성공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관점으로 바라봤으면 합니다. 비록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러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나, 이것을 기점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의 다른 캐릭터까지 속속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을 것은 틀림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마블의 영화가 <어벤져스>로 인해 이점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라면 더 그렇습니다. 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하죠? 이 말을 연애에 대입하면, "한번씩 다가갈수록 상대방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이 점차 완화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은 저도 같지만 당장의 부진에 너무 실망하거나 분노를 토하지 말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마블의 미래를 기대해주세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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