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남자 성추행은 문제없나

“엄마, 이러면 어떡해요.”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의 에릭남이 방송도중 라미란에게 기습 뽀뽀를 당해 화제가 됐다. ‘키스 못하는 남자’에 대한 상담을 놓고 패널 양배추, 조세호는 휴지를 이용한 본인의 키스 스킬을 자랑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명 ‘키스 부심 있는 남자’라나.

양쪽 관자놀이까지 휴지가 닿으면 미인이라는 설득력 있는 구실로 여자 친구의 눈가리개를 하고 그 사이에 기습 뽀뽀를 한다는 조세호가 메인MC 박지윤에게 다가가 눈을 가리고 이 다음을 설명했다. 물론 입술과 입술이 닿아야 하는 이 다음의 전개는 설명으로 전할뿐 시행하지는 않았었다.

박지윤은 너스레를 떨며 “어머, 난 괜찮은데. 어머.”하고 두근두근 로맨스를 깔았지만 만약 그 상황에서 조세호가 설명이라는 핑계로 실제 박지윤에게 입을 맞추었다면 방송 사고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설사 박지윤이 괜찮다 하더라도 시청자는 분명 이건 성추행이라고 조세호와 이 프로그램을 지탄했으리라. “오빠가 휴지 마술 보여줄게.”하며 또 다른 휴지 키스 스킬을 선보였을 때도 조세호는 그저 시늉만 했을 뿐 옆 자리의 이국주의 입에 입술을 맞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 단순히 남과 여의 성별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날 일어난 돌발 키스는 성추행이 아닌 재미난 해프닝으로 마무리된다. 그 자리의 미소년 포지션을 가진 에릭남을 이국주가 부르짖자 그는 양 사이드의 이국주, 라미란에 붙들려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물론 워낙 매너 좋은 남자로 알려진 에릭남이니 싫은 표현을 하지 못하고 그저 사람 좋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자막 또한 ‘누나랑 하자!’며 라미란을 가르치고 사면초가에 놓인 에릭남은 푹하고 한숨을 쉬다 얼떨결에 기습 키스를 당하고야 말았다. “얘,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라는 라미란에게 조세호의 설명으로 그치겠지 싶었던 에릭남이 천진하게 “네, 뭔데요?”라고 묻자 자리에 앉은 메인mc들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 휴지를 뗀 라미란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에릭남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진짜 닿았어!!” 에릭남은 고함을 지르며 “엄마! 이러면 어떡해요!!”라고 항변했고 다소 얼떨떨한 얼굴의 전현무는 정색을 하며, “아니 스튜디오에서 하는 예능에서 왜 진짜 뽀뽀를 하는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이후 이창훈의 “에릭아, 살다보면 길을 가다 개똥을 밟을 수도 있어.”라는 모욕적인 말이 전혀 심하게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황당한 것은 이날의 사건이 유쾌한 해프닝으로 회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선상에서 여성의 상품화를 꾸짖으며 크게 논란이 되었던, 1박2일의 비키니 사건이나 무한도전의 노홍철 장가 특집 등의 사례를 떠올리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TV도 아닌 광고 행사장인 물총축제에서 걸그룹 미스에이의 멤버, 수지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인터넷이 발칵 뒤집혀졌던 사건은 또 어떠한가.

성추행은커녕 오히려 수지를 향한 지극정성의 배려가 각도의 오해 때문에 나쁜손으로 명명됐던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약혼녀의 신상까지 파헤쳐지며 무시무시한 비난을 받았었다. 행사 주최측은 물론 수지의 기획사 또한 성추행은 없었다라고 밝혔고 올라온 자료 또한 성추행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저 수지가 얼굴을 찌푸렸다는 우연을 빌미삼아 멀쩡한 사람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갔던 네티즌의 경솔함은 그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야 말았다. 누더기가 되도록 파헤쳐진 이 사람의 상처는 누가 보답해줄 것인가.

방송가의 성희롱, 성추행을 향한 대중의 역차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에릭남만큼이나 예쁘장하게 생긴 임시완은 모태솔로를 선언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폭력적인 성희롱이 쏟아진다. 비틀즈코드에 출연한 그를 두고 “첫 경험이 언제예요? 시완 씨, 총각 아니죠?”를 스스럼없이 던지던 탁재훈. 맘마미야에서 임시완의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엉덩이를 주물럭거려 대중을 당황케 했던 이영자. 무한걸스에 초대 받은 에릭남 또한 여자 개그맨들에게 ‘첫 경험이 언제였냐.’는 집단 희롱을 당하면서도 사람 좋게 웃고 섰어야 했다.

이들이 안타까운 것은 분명 성추행임이 당연한 폭력적 행위를 당하고 있음에도 거부 의사는 물론 싫은 기색 또한 내비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성추행하는 당사자가 대중에게 그리 여성성을 어필하는 스타일이 아닌 외모 자학 개그의 일인자들이기 때문에 피해자이면서도 그들은 싫다는 표현을 하지 못한다.

성추행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일 뿐인데 오히려 그 행동이 매너 없는 남자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에릭남이나 임시완이 성추행에 정색하는 대상이 미녀 배우였다면 오히려 그 행동이 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여자 개그맨이기 때문에 쉽사리 싫다는 표현을 하지도 못한다. 사람을 외모로 판별하는 저질로 낙인찍히긴 싫을 테니까.

▲ 수지 ⓒ뉴스1
만약 남자 연예인 누군가가 휴지로 마술을 부려 보이겠다며 수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면 대중의 반응은 어땠을까? 논란을 떠나서 그가 과연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어린 여배우나 아이돌을 향해 “첫 경험이 언제예요. 누구씨, 처녀 아니죠?”라고 탁재훈이 질문을 던졌더라면 아마도 비틀즈코드는 폐지되고도 남았으리라.

드라마와 예능 연예계 핫이슈 모든 문화에 대한 어설픈 리뷰 http://doctorcal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