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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사병 휴대폰 허용’ 두고 다투는 조선-중앙포퓰리즘이 본질 가리는 군 인권 개선 대책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8.11 11:33

11일자 <조선일보>가 <軍 폭력 대책이 기강·규율 무너뜨리는 것일 순 없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사병 휴대전화 소지 허용’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사설은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군 안팎에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군 기강(紀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조선일보>는 “원인이 이렇다면 처방도 군 기강과 규율을 바로 세우는 데 우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군 안팎에서 논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책 중엔 그게 아닌 엉뚱한 방향도 눈에 띄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병사에게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는 문제다”라며 사병 휴대전화 소지 허용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보안통제시스템 개발에 많은 예산이 필요한 데다, 휴대전화 중독 문화가 군에까지 이어질 경우 군 기강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군 내부 상황을 시시콜콜 부모에게 일러바치는 일이 일상화하면 지휘관들에게 전투 임무는 뒷전이 된다. 과거 휴대전화 단속이 미비했을 때 병사들이 훈련 상황을 휴대폰으로 밖에 알린 일이 비일비재하기도 했다”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조선일보> 사설의 나머지 부분은 전투 훈련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의로 채워졌다. <조선일보>는 “우리 군이 전투형 군대 육성을 위해 전투 훈련을 강화한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완전히 본말(本末)이 뒤바뀐 발상이고 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위험한 포퓰리즘이다. 군이 전투력을 잃으면 군내 폭력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적 참사를 겪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것이야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보수언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논의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일보> 사설은 “군 폭력을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군의 전투력을 갉아먹는 이적(利敵) 행위이기 때문이다. 내무반 내에 사적 가혹 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가능한 모든 지혜를 짜내되, 전쟁을 막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이 존재한다는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로 마무리 된다.
 
그런데 ‘사병 휴대전화 소지 허용’이 그러한 ‘군의 근본’을 역행하는 처사인지 의문이 든다. 같은 날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은 공교롭게도 <병사의 휴대폰 사용 허용하라>란 제목의 칼럼에서 <조선일보> 사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 11일자 중앙일보 30면 칼럼
이철호 논설위원은 “전 세계 선진 군대들을 보자. 미군에선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됐다. 올해 초 삼성전자도 미 국방부와 국가안보국(NSA)에 갤럭시를 공급했다. 얼마 전 아프간 전쟁터에서 아이폰이 자살테러 파편을 막아준 덕분에 미 병사가 생명을 건졌다. 지금 하마스와 전투 중인 이스라엘 병사들은 어떨까. 내무반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자유다. 다만 작전 때만 금지다. 심지어 크림반도에 파견된 러시아 병사조차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사병 휴대전화 소지 금지조치가 군의 전투력과는 상관이 없고 군의 사병에 대한 용이한 통제와 더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철호 논설위원은 오히려 군이 전투력 향상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영국군은 아예 스마트폰을 이용해 급조 폭발물을 찾아내는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아프간에서 희생장병을 줄이기 위한 자구 조치다. 일본 자위대도 마찬가지다. 동일본 대지진 때 전용회선이 먹통 된 경험을 교훈 삼아 스마트폰 기반의 통신체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군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철호 논설위원은 “요즘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세월호 참사를 조용히 복기하고 있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선실 내부의 참상을 외부에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전한 통로는 카카오톡과 휴대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 순이었다. 122·119는 선원들과 해경·소방본부의 ‘그들만의 전화’에 불과했다. 이런 반성 위에 이통업체들은 긴급상황 시 구호요청자와 경찰·군·소방본부·정부가 실시간으로 현장 정보를 공유하는 공동플랫홈 개설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무리는 없다. ‘정보 보안’을 고집하는 정부 입장이 바뀔지가 의문‘이라 말했다”라고 전했다. 
 
결국 발달한 기술력을 업무에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보안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무사안일과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사병 휴대전화 소지 허용’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라면 군 당국이 결코 허용할 수 없었을 대안이 국방부에서 검토 가능하다는 말까지 흘러나온 건 윤모 일병 사건의 충격파 때문이다. 이럴 때 언론이 더 강하게 압박하지는 못할망정 <조선일보>처럼 역성을 들어서야 답이 없다. 이는 국가안보를 빌미로 ‘군피아’를 돕는 행위다.
 
‘군의 근본은 전쟁을 대비하는 것이며 군 기강이 바로 선 곳에선 인권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는 <조선일보>의 진단인 원론적으로는 옳은 말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은 군에서 말하는 ‘군 기강’에 인권의식이 확립되어 있을 때에야 맞는 말이다. 
 
11일자 <경향신문> 6면 보도에 따르면, 국군양주병원 이재혁 병원장(대령)이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계기로 열린 ‘전군 특별 인권교육’에서 “(7·30) 보궐선거에서 국민이 세월호에 굉장히 피로해 한다는 게 증명되자 뭔가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걸(윤 일병 사건) 선택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재혁 병원장은 구타 및 가혹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윤 일병이 좀 행동이 굼뜨고 그랬던 모양인데… 화가 날 때 두들겨 패서 애가 맞아 죽는 것 하고, 꼬셔서 일을 시키는 것하고 어떤 것이 나한테(자신에게) 유리한지 병사들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 11일자 경향신문 6면 기사
 
또 같은 날 <경향신문> 같은 면 기사에서 군 당국이 군 인권침해 피해자를 돕기 위해 개설될 예정인 민간 상담전화를 병사들이 이용하면 징계하겠다고 예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육군본부는 지난 6월3일 각 부대에 ‘민간단체의 군내 인권문제 상담전화 운영에 따른 조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민간 상담전화를 이용하면 군인 복무규율 제25조를 위반한다는 점을 장병들에게 상기시키라고 전했다고 한다. 인복무규율 제25조는 “군인은 법령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 외부에 복무와 관련한 고충사항의 해결을 요청해서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시 근신, 영창 등 징계를 받는다. 
 
이처럼 군 당국이 생각하는 ‘군 기강’에 인권의식이 전무할 경우 ‘군 기강’의 확립은 ‘구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구타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 그 사실이 흘러나가지 않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군내 사망자의 규모와 그 원인을 민간이 모를 뿐 사망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역대 군대 사망자 수를 봐도 확인된다. 한국전쟁 이후 군대 사망자 수를 보면 이승만 정권기(1954~1959)에 연평균 2412명, 박정희 정권 초기(1960~1965)에 연평균 1452명, 베트남 파병기(1966~1972)에 연평균 2462명, 유신정권기(1973~1979)에 연평균 1403명에 달한다. 전두환 집권기(1980~1987)에야 연평균 740명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민주화 이행기(1988~1997)에 연평균 386명, 민주정권 시기(1998~2005)에 연평균 173명으로 떨어진다. 
 
   
▲ 2013년 3월 9일자 한겨레 토요판 한홍구 칼럼에 실린 표
 
최근 추세를 봐도 2006년 128명에서 2013년 117명까지 군대 사망자 수는 하락세다. 보수정부 탄생 이후 군내 인권이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와 증언과 통계가 일부 있지만 아직까지 사망자 수의 증가로 나타나진 않고 있다. <조선일보> 식대로라면 이는 군 기강이 강화되어 가고 있는 증거가 아닐까.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면 ‘군 기강’과 ‘군 인권’의 문제는 분리해서 사고해야 한다.
 
   
▲ 국방부에서 발표한 최근의 군 사망사고 현황. 사망 사유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총계를 믿지 않기도 어렵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이며 전 인권위원장이었던 안경환 명예교수의 <이젠 募兵制(모병제)를 논의할 때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모병제가 실시되면 사병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할 방도는 없다. 휴대전화 소지도 금지되는 직장에 수십 만의 청년을 유치할 수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물론 외부 기고자의 견해에 해당 언론이 책임을 져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군 인권 개선 대책에서 보수언론이 오락가락 하는 모습은 그들이 추상적인 언어로 권위를 내세우는 것 이외에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듯하다.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논거에 대해 <조선일보>는 뭐라고 반응할 것인가.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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