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일 취임식을 갖고 곧바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4시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취임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가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별다른 이견 없이 채택한 이후 일사천리다.

전날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즉시 장관에 취임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8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김명수 교수의 낙마와 서남수 장관 퇴임 등 교육부의 업무 공백이 길어진 탓에 황 후보자가 바로 취임하는 것"이라면서 "교육수장으로서 첫 공식 일정은 주말 현충원 참배 등이 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고 한다.
▲ 황우여 신임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무원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무에 복귀한 황우여 장관이 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국사 교과서의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과연 실제로 추진할지 주목된다. 황우여 장관은 "객관적인 역사 교육을 위한 국정교과서에 강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는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의 질의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다"며 "자라나는 학생에게 역사의 중요한 부분은 (특정) 정권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한 가지로 가르쳐야 국론분열 씨앗을 거둘 수 있다는게 제 소신"이라고 답했다.
또 황우여 장관은 국정교과서 전환 시 편향적이고 획일화된 시각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의 지적에 대해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많은 갈등과 대립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국민통합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내 소신은 역사 교실이 치유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사가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가르치고 확신을 주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한편 황우여 장관은 “의원으로서 발언한 것과 장관으로서 주장하는 것은 간극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장관이 되더라도 공론화 과정에서 제 소신 아래 국회와 많이 의논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청문회를 두고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발언을 자세히 뜯어보면 알 수 있듯, 황우여 장관은 소신을 밝혔을 뿐 정책화의 의지를 밝힌 것은 아니다.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로의 회귀에 대한 의견은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채택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1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몇몇 학교에서 선택이 되었다가 대부분 철회가 되는 상황이 펼쳐지자 교육부는 그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발표했고 새누리당 일각에선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의 주장은 ‘체면을 구긴’ 뉴라이트 진영을 위로하기 위한 ‘억지 시늉’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개편된 지 십 년이 넘은 상황에서,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만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보도에 등장한 청와대나 교육부 관료들의 반응도 국정교과서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국정교과서 체제라면 교학사 교과서와 같은 것이 만들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검인정 체제를 전제로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명분삼아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만듦새의 부실함과 역사관의 문제로 시민사회에서 비판받고 거부되자 이제는 국가권력의 힘으로 복귀하려고 국정교과서를 운운한다. 교학사 교과서가 여러 교과서 중 하나인 세상까지는 용인이 되겠으나, 교학사 교과서 부류가 유일한 해석으로 군림하며 여타 교과서를 ‘좌파’. ‘민족주의’, ‘김일성주의’로까지 몰아가는 상황은 끔찍하다.
황우여 장관의 발언에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으로 첨예하게 양분된 한국의 정치현실, 이 두 정치세력이 한국 현대사를 전혀 다른 잣대로 해석하는 현실은 사회적 합의와 공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이를 담보할 좋은 방법이 아니다.
국정교과서이든 검인정교과서이든 교과서는 사회적 합의와 공론의 장이 아니다. 오히려 그 결과물이 산출되는 영역일 뿐이다. 적어도 역사관이 다른 두 진영의 공청회라도 실시하며 의견을 수렴한다고 해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이지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교과서를 뜯어 고치려고 한다면 특정 역사관을 강요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와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뉴라이트 교과서’를 반대한 그 모든 세력을 결집하게 할 ‘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화’를 추진할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황우여 장관의 소신 발언이 단순한 ‘뉴라이트 편들기’가 아니라 사회 통합의 필요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라면, 교육부의 정책은 국정교과서 제정이 아니라 역사논쟁의 중립지대를 구성하는 것일 터이다. 이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를 진영을 넘어 문의한다면 의외의 성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도의 노력도 기울이기 싫다면,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논란과 관련해서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정권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현명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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