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 의혹을 받고 있는 임 아무개 씨의 가정부가 TV조선 출연 대가로 43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가 제기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는 ‘국민들의 알 권리’라는 억지 논리로 포장됐고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그 여세를 몰아 <조선일보>가 소유한 종편 TV조선은 임 아무개 씨의 가정부를 TV화면으로 끌어들이는 데까지 성공했다. TV조선 측은 ‘특종’이라고 자찬했지만 일각에서는 ‘조폭 언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 뒤에 추악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새롭게 드러났다. <조선일보>의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9월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보도는 <조선일보> 입장에서 권력의 핵심을 낙마시키는데 일조했다는 데에서 펄쩍 뛸 듯 기뻐할만한 일이었겠지만, 한국 언론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사건이다. 이는 비단 <조선일보>의 보도가 ‘공직자의 사생활’을 건드렸다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 보도, ‘공직자 사생활’만의 문제아냐

▲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관계로 얻은 아들을 숨겨왔다는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의 6일자 기사.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보도는 ‘1면’에 배치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컸다. 당시 채 전 총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케한 것에 대해 정권의 핵심부로부터 불만이 제기됐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청와대 배후설이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안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자신들의 권력 운용에 걸림돌이 되는 검찰 총장을 제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당시 대정부 질의과정에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8월 중순 조선일보 편집국장에게 ‘채동욱 검찰총장을 날리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은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가 ‘권언유착’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총장을 ‘날려서’ 박근혜 정부에 충성맹세를 하고 그 스스로 권력을 획득한 것이다. 이후 TV조선을 통해 임 아무개 씨의 가정부 이 아무개 씨를 공개한 것 역시 그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진아 변호사는 <조선일보>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 보도를 두고 “어떤 불순한 의도가 ‘알권리’로 둔갑될 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아 변호사는 “이 사건은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 문제를 넘어서 언론이 아예 권력과 한 몸이 돼 보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화 된 언론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해당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정부 이 씨는 TV조선에 나와 “(채 전 총장이) 내 자식이 아니면 일부러 찾아와서 목마를 태우고 놀고 그랬겠어요?”라고 발언했다. 또, 채 전 총장이 아이의 첫 생일 때 집에 와 잔치를 했고 사진관에서 돌 사진을 찍었으며, 임 씨에게 ‘채 군을 잘 키워주고 돌봐줘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줬다는 등 지극히 ‘사적인’ 일들에 대한 폭로를 쏟아냈다.

당시 TV조선은 가정부 이 모 씨가 방송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임 씨로부터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랬던 가정부가 법원에서 “TV조선 인터뷰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43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 2013년 9월 30일 TV조선 '뉴스특보' 캡처
TV조선 인터뷰 대가 430만원…타 방송매체 기자들 “통상 5만원인데”

TV조선의 430만원 인터뷰 대가를 두고 통상적으로 언론매체들이 인터뷰 대가를 지불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방송사들의 기자들은 “없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영방송 소속 A기자는 “뉴스 출연료 명목으로 거액을 집행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사례비라는 게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하더라도 거액을 집행하지 않는다. 대학교수나 총장, 장관 등 차등 없이 통상 5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더 주려고 한다면 따로 상부에 요청해야하는데 통과되지 않으면 집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이어, “430만원을 주기로 한 것은 TV조선이 가정부 이 모 씨의 출연을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 텐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영방송 소속 B기자 역시 “통상 ‘영상을 제보’하는 등의 경우 사례금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인터뷰 대상에게 돈을 주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B기자는 “통상적으로 천안함 등 재난사태에서 전문가를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 모셔서 방송을 하는 경우에도 50만 원 정도를 기본으로 준다”며 “TV조선 측에서 먼저 준다고 했는지 아니면 가정부 측에서 요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건 돈이 오갔다는 것은 해당 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거액의 돈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해당 방송사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TV조선이 가정부에게 건넨 인터뷰 대가 430만원의 의미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가정부 이 씨가 돈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 매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TV조선이 430만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한 것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TV조선은 채동욱 전 총장은 물론 개인 임 씨의 사생활을 폭로하는데 큰 가치(430만원)를 뒀다. 취재원을 돈주고 샀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해당 돈이 권언유착의 대가로 사용됐다는 것도 문제다. 결국, TV조선의 430만원은 스스로가 막장 언론임을 드러내고 자신들을 권력화 하는데 사용된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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