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이를 야합의 산물이며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8일 신문들의 평가는 정치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보수언론은 환영한 반면 진보언론은 유족들의 시선을 반영했다.

한겨레 사설, 합의된 특별법 문제 조목조목하게 지적
사설을 쓴 언론사는 <중앙일보>와 <한겨레>였다. 합의된 특별법을 비판한 8일자 <한겨레> 사설 제목은 <이런 특별법으로 진상규명 하겠다는 건가>였다. <한겨레> 사설은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려는 애초 취지와 목적은 매우 명확하고도 간결하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확고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제대로 된 법적 뒷받침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여야가 7일 합의한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및 특별검사 임명안 등은 과연 이런 목적에 얼마나 부응할까. 안타깝게도 애초 그리려던 호랑이는 고사하고 고양이도 그리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라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 8일자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 사설은 “여야 합의 내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진상조사위 따로, 특별검사 따로’가 돼버린 점이다. 진상조사위가 수사권은커녕 특검 추천권도 갖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인 진상규명은 오롯이 특검의 몫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설은 “문제는 과연 청와대부터가 조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제대로 진실을 파헤칠 특검이 지명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특검추천위 추천 과정에서부터 이런저런 좌고우면을 거쳐 청와대의 낙점 과정까지 이르다 보면 ‘능력있는 강골 특검’이 지명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과 책임소재가 낱낱이 드러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회의가 드는 이유다”라고 비판했다.
또 <한겨레> 사설은 “게다가 진상조사위는 대략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까지를 활동시한으로 잡고 있으나, 특검은 최장 90일에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세월호 참사 조사라는 사안의 방대성에 비춰볼 때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최악의 경우 특검은 알맹이 없는 수사를 마치고 손을 털고, 진상조사위는 세월호 백서 정도 만드는 일 정도로 임무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사설, ‘민심’을 내세우다
하지만 보수언론도 세월호 특별법을 환영하는 이유로 ‘민심’을 내세우고 있다. 8일자 <중앙일보>는 <반가운 세월호 특별법 타결>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런 부분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불안과 혼돈에 휩싸였던 정치권이 모처럼 희망의 싹을 보여줬다. 어제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수습을 위한 국회 일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유족이나 야당 지지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가치평가다.
▲ 8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그러나 <중앙일보> 사설이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능과 책임회피, 숱한 인사 실패를 거듭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정치권은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세월호 이슈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해 국민의 환멸을 샀다. 특히 7·30 재·보궐 선거에서 유권자는 새정치연합의 ‘세월호 정치화 전략’을 엄중히 경고했다. 참패한 야당이 국민의 경고를 무섭게 여겨 더 이상 세월호 협상에서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된 게 타결의 배경이 됐다”라고 말한 것은 쉽게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국민대책위, 대한변협이 함께 만들고 350만 국민들이 서명한 ‘4.16 특별법’의 가치는 막중하다. 제1야당이 이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보지도 않고 타협안을 제시하다 ‘타협안의 절충안’에 서명하게 된 현실도 개탄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타협의 배후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매듭짓고 싶어 하고 선거에서 야권을 심판한 다른 ‘민심’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가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소통 부재’의 문제는 있었다
그렇더라도 엊그제까지 ‘강경파’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하루 아침에 ‘역적’ 취급을 받게 된 이유는 있다. 진보언론의 기사들은 그러한 부분들을 잘 설명해준다.
8일자 <한겨레> 3면 기사 <유족이 믿었던 박영선 왜?>란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정황들이 나온다. <한겨레> 기사는 “세월호 참사 99일째인 지난달 23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하루 종일 빗속을 걸었다(...) 진정성이 있다고 믿었던 박 원내대표가 7일 자신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새누리당과 특별법에 합의를 하고 나자, 유족들은 배신감을 숨기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실리적 차원에서 박 원내대표가 맞는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소통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야당은 그동안 여당과 협상을 벌이면서 유족들과 의견 조정을 해왔는데, 정작 결정적 국면에 이르자 이들의 뜻을 반영하지 않은 채 덜컥 합의를 해버렸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맡아온 전해철 태스크포스(TF) 간사, 특별법안을 만든 우윤근 정책위의장, 김현미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 등 이 문제와 관련된 핵심 인물들도 합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 8일자 경향신문 5면 기사
<경향신문>은 유족들이 여야 합의안에서 유일하게 수용한 청문회 개최 합의에서의 증인 채택 문제에 주목했다. 8일자 <경향신문> 5면 [기자메모]에서 정치부 강병한 기자는 새누리당이 사고 당일 ‘대통령의 7시간’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비서관)의 증인 출석을 결사반대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강병한 기자는 “베일에 가려진 7시간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로 공무원 근무 시간과 겹쳐 있다. 자칭 ‘국가와 결혼했다’는 대통령이 일과 중 7시간이나 ‘사적인 일’을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남북 정상의 세세한 대화를 온 세상에 까발린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일정 공개를 꺼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만 더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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