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양당 합의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대폭 양보로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달라는 가족대책위의 주장과 이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 사이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만을 부여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절충안조차 '수사권을 가진 특검의 진상조사위 참여'→'특검보의 진상조사위 파견'→'특검보가 업무협조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에서 활동할 수 있음'의 순서로 후퇴하면서 유가족들의 요구는 사실상 실종됐다는 평가다.
여야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박영선 대표님이 결단해 주셨다”, “야당이 모든 것을 감수했다”라고 표현하며 원하는 것을 거의 모두 얻어갔음을 암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오늘 논의 못한 건 다음 월요일 주례회동에서 논의할 것“, ”비교적 균형이 맞춰져 있다"라고 말하는 등 애써 의의를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 본회의 개최와 세월호 청문회 일정 등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7일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특별검사의 추천은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임명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대로 구성되어 양당이 서로 양보하는 대승적인 합의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싱글벙글 웃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던 이완구 원내대표와는 달리, 서로 양보한 게 있다며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유가족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7.30 재보궐 선거 전에 여야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쟁점 사안들에 대해서 대부분 실무적으로 합의에 이르렀고, 특별검사 추천에 대해서만 이견을 보여 왔다”라면서, “그러나 선거에 승리한 여당이 의견접근을 이룬 특검추천 안에 대해서 조차 후퇴하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는 결단을 내리지 않고서는 특별법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라고 이날의 합의를 해명했다.
그러나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아울러서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면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방식에 있어서 우리 당의 요구가 관철되었고, 유가족이 추천하는 조사위원이 포함되게 된 점, 그리고 특검과 진상조사위원회를 연결할 특검보의 지위가 분명해진 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권이 실질적으로 담보되게 된 점 등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이 밝힌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유일하게 양보받은 부분이다. 진상조사특위의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 총 17인으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5인을 추천하고 대법원장과 대한변협회장이 각 2인을, 유가족 측이 3인을 추천키로 했다. 이른바 ‘5:5:4:3’ 안인데,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유가족 추천인을 2인으로 하는 ‘5:5:4:2’안을 고수해 왔다. 또한 합의문에서 특검은 특검보를 진상조사위원회에 업무 협조차 활동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역시 정치권 인사 배제 원칙을 주장한 새누리당이 일부 양보한 것이다.
정의당과 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은 양당 합의의 내용을 비판했다. 정의당 세월호대책위 정진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오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이 합의한 내용은 국민과 세월호 유족들을 끝내 낙담시키고 주저앉혀버렸다”라고 평가했다. 정진후 위원장은 “오늘 양당이 합의한 내용은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이 그 활동기간에서부터 불일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면서, “결국 진상조사위원회 따로, 특검 따로 이뤄지는 형식적 절차와 과정에 그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유족의 아픔과 절절한 요구를 양당이 정치적으로 봉합해버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역시 윤현식 대변인이 낸 논평에서 “양당의 이번 합의는 유족들과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이루어졌다. 350만 명의 특별법 청원 서명이 이미 국회에 제출되었고, 25일째 단식이 계속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후, “그러나 세월호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유언비어를 날조해 퍼트린 새누리당,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짚지도 못한 새정연은 국민의 염원과 가족들의 비원을 모두 묵살한 채 야합으로 특별법에 합의했다”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의 입장은 오후 7시 국회 본청 앞 기자회견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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