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재출발했지만 신문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다. 5일자 조간신문에서 해당 사안은 4면에서 8면 사이에 보도되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8면 기사에,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5면 기사에, <경향신문>은 4면 기사에 담았다. <중앙일보>의 경우 해당 사안을 다룬 <박영선 "다들 독배 마시라고 하니 마시고 죽겠다">란 제목의 8면 기사보다 <박영선 비대위 출범한 날 … 야당 중진 3명 조준한 검찰>란 제목의 기사가 6면으로 더 앞에 실렸다. 사설을 쓴 신문도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정도였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원내대표와 겸임이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당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능을 가진다. 비대위원 인선이 일임되었고 현재 공석인 전국 246곳 지역위원장은 물론 중앙위원회ㆍ당무위원회 구성 등 당의 근간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위원장은 당대표 투표권을 갖는 대의원을 선정할 수 있는데, 지역위원장 선출방식을 비대위원이 결정하게 된다.
특기해야 할 사안은 박영선 비대위원장 출범으로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쏙 들어갔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8면 기사 <박영선 “黨이 없으면 나도 없다”>에서 “비대위 체제는 내년 1월 말에서 3월 사이에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대까지 사실상 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5면 기사 <비대위원장에 박영선…“무당무사”>에서 “박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이번 비대위가 임시지도부지만, 내년 1~3월께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위기에 빠진 당을 새롭게 변모시킬 ‘혁신형’으로 가게 될 것을 의미한다”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역시 <野 박영선 비대위 닻 올렸지만… 계파 갈등 해소 등 가시밭>란 제목의 5면 기사에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돼 내년 1~3월 치러지는 전당대회까지 최소 5개월간 당을 이끌게 됐다”고 서술했다.
▲ 5일자 중앙일보 8면 기사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현실적으로 지역위원장 임명 등 당 조직을 재건하는데 5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하루 빨리 구축하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비대위원 구성과 지역위원장 선임 등에 계파 간의 힘싸움이 재연될 것이 유력하다는 말도 된다. 몇몇 신문의 서술은 박영선 비대위는 일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계파간 줄다리기의 균형(?)’에 의한 ‘권력의 진공 상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박영선 비대위, 지금까지와는 다른 야당 길 보여달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박 위원장은 내년 1~3월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새정치연합의 임시 지도부를 이끌게 된다”라고 전망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새정치연합은 박 위원장이 '당 혁신 과제'를 책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투쟁 일변도 체질 개선, 오락가락해온 이념 정체성 확립, 계파 정치 청산 등 '박영선 비대위'의 과제는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반년 정도이다. 이 기간에 당 혁신을 모두 끝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욕심에 가깝다. '박영선 비대위'로선 당이 왜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됐는지 원인을 정확히 짚어 새 지도부에게 해법의 밑그림이라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민주당 시절 외부에 맡겨 총선·대선 패배 원인 보고서까지 내고서도 계파 간 이견 때문에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적이 있다. 박 위원장 체제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새정치연합의 새 출발은 진작에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을 우려했다.
또한 <조선일보> 사설은 “박 위원장은 당장 비대위원 인선에서부터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어떻게 저런 사람까지 쓸 생각을 했느냐'며 놀랄 정도로 당의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자력(自力)으로 병을 고치기 힘든 상태라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영선 비대위'가 과거 야당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까지 함으로써 국민을 놀라게 하는 횟수가 잦을수록 새정치연합의 재기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5일자 경향신문 4면에 실린 사진
<한국일보>는 <박영선 새정치연합이 세워야 할 '믿음과 책임‘>이란 제목의 사설의 말미에서 “정작 우려되는 것은 당 재건 과정에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조정해 낼 박 대표의 리더십 역량이다. 민주당 시절의 김한길 대표 체제나 그 후 김한길ㆍ안철수 체제에서 보듯이 끊임없는 계파갈등 속에서 리더십의 한계와 불안정성이 노출됐다. 공개적으로 당 대표를 비난하는 일도 빈번했다. 야당의 지도력 부재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큰 요인이다. 당 재건 작업은 박 대표의 역량에만 달려있지 않고, 의원 모두가 사리나 계파의식을 버리고 위기감 속에 협력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조만간 있을 비대위 구성과 운영이 첫 시험대다”라고 지적했다.
두 신문 사설의 내용은 신문들이 예측하는 ‘박영선 비대위’의 한계 속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비대위원의 당내 인사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계파 간 안배가 이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당외 인사의 선임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는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 전에 했듯 당의 구태의연하고 무기력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인선과 그들에 대한 권한 부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 작업이 있을 때, ‘박영선 비대위’는 신문에서 훨씬 더 비중있게 보도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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