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에 나온 <미디어오늘> 기사 <박광온 딸 ‘랜선효녀’ 얼굴도 나이도 신비주의 전략?>가 널리 화제가 되었다. 덩달아 이 기사를 비판한 <미디어스>의 <‘랜선효녀’ 몇 살인지 알아내 '조회수' 좀 올리셨나요?>도 관심을 얻었다.

그러나 주로 트위터 상에서 이루어진 거센 비난과는 별개로, <미디어오늘> 보도를 어떤 지점에서 긍정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쟁점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듯 싶다. 블로그와 SNS를 통해 전해진 <미디어오늘> 내부 구성원의 해명은 나름의 합리성은 있었지만, 그 합리성의 빈틈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성찰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이에 다시 한번 몇 가지 쟁점을 제시하며, <미디어오늘> 기사의 의도와 공익성을 최대한 선의적으로 이해하는 틀 안에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기사의 취지와 기자에 대한 취재
2일 오전에 <미디어오늘> 기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올린 이후 오후에 기자는 해당 기사를 올린 <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는 상호 항의 겸 해명을 취지로 이십 여분 동안 이루어졌고 몇몇 쟁점에 대한 의견의 교환이 있었다. 또 <미디어오늘> 민임동기 편집국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도 <미디어오늘>의 진정성과 문제의식을 알 수 있게 했다.
▲ 2일 오전 미디어오늘 기사 화면 캡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해당 기사의 취지였다.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어떠한 취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비평 기사 내부에서 “의도를 알 수가 없다”, “공익성을 찾을 수 있을까”, “보기 민망하다”, “ ‘가십’을 ‘알 권리’로 치장하는 언론의 횡포에 매체비평지까지 동참해서는 안 될 일이다”와 같은 표현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강성원 기자 측은 “랜선효녀가 정말로 박광온 당선자의 딸인지, 선본의 기획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었다”고 말했다. 민임동기 편집국장 역시 블로그에서 “미디어오늘의 판단과 논의과정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점에 대해선 이견이 있는 사람은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회수나 올리고자’ 이런 기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강성원 기자 측은 “(우리 것은) 분명히 의도가 있는 기사였는데, 그 취지를 당사자에게 취재하여 확인하지도 않고 (<미디어스>에서) 비판 기사를 쓰니 유감스럽다”라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먼저 그런 면에서 <미디어스>의 기사가 불완전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당사자 취재를 했더라면 그날 쓴 기사의 내용이 그보다는 풍부해지고, 좀더 합리적인 쟁점들을 제시하게 되었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조회수를 노리고 그런 기사를 쓴 것처럼 묘사되니 <미디어오늘>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더 거세졌을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미디어스>의 비판 기사야 트위터 비난 여론의 ‘1/n’ 밖에 담당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어쨌든 그런 부분에서 송구한 면도 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처음 봤을 때 기사 안에서 그런 ‘의도’를 짐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리고 이는 ‘기사의 실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미디어오늘> 측도 인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또 위에 서술했듯 비판의 핵심은 ‘도대체 기사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것에 있었고 그 위에 의혹 수준의 추론으로 ‘조회수’가 언급되었다. 기자가 스스로 결정하지도 않은 <‘랜선효녀’ 몇 살인지 알아내 '조회수' 좀 올리셨나요?>가 ‘낚시 제목’이란 건 사실이나, 이는 <미디어오늘> 기사 제목인 <박광온 딸 ‘랜선효녀’ 얼굴도 나이도 신비주의 전략?>과 비슷한 수준의 ‘낚시’라고 판단한다.
‘랜선효녀’가 ‘가짜’란 의심은 합리적?
또한 기자는 그 시점에서 <미디어오늘>이 ‘랜선효녀’가 ‘가짜’일 수 있단 의심을 품을 거라고 예측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그런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랜선효녀’란 인물의 진실성에 대해선 굳이 따져보자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박광온 당선자의 딸이 ‘랜선효녀’란 계정을 실제로 자의로 인해 운영했을 가능성.
둘째, ‘랜선효녀’는 박광온 당선자의 딸이 아닌 다른 사람인데,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여 박광온 당선자가 추인했을 가능성
셋째, 박광온 후보 캠프가 박 후보에게 딸이 있음에 착안해 ‘랜선효녀’란 계정을 기획 운영했을 가능성
두 번째 가능성은 먼저 명백하게 기각된다. 트위터 계정은 당장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향후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다. ‘랜선효녀’의 ‘드립’들은 ‘딸’이라 생각하고 보더라도 위태위태해 보이는 것이었다. ‘랜선효녀’가 박광온 후보와 관련이 없는 제3자인데 박 후보가 이를 추인했다면 박 후보와 그 주변 사람들은 지나치게 멍청한 것이며, ‘폭탄’을 안고 완주한 것이다(실제로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나오듯 심지어 ‘랜선효녀’ 계정 운영자가 ‘친딸’이었음에도 박광온 캠프에게나 ‘랜선효녀’ 본인에게나 이 상황은 언제 뭐가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첫째거나 셋째다. 그런데 이 경우 ‘나이를 속였다’란 정황은 ‘랜선효녀’란 계정의 주인이 선본의 정교한 기획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을 고려하는 독립된 개인일 가능성을 더 지지한다. 트위터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랜선효녀’의 ‘드립’이 트위터 세계의 유머 코드를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므로, ‘기획설’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다 빼고 정황을 살펴보자. 선본에서 기획했다면, 당선될 경우 드러날 수밖에 없는 후보자 직계비속의 나이를 속였을까? ‘20대 여성’은 ‘30대 여성’에 비해 인터넷에서 훨씬 즉물적이고 즉자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게다가 '랜선효녀' 이벤트가 선본의 기획이었다면 처음에는 '신비주의'를 고수하더라도 특정 시점에 얼굴도 공개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비주의' 마케팅이란 것의 위력은 그것이 포기될 때에 정점을 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랜선효녀'가 선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원을 숨기기 바랐다는 것은 오히려 그녀가 선본의 기획이 아닐 거라는 강력한 정황증거가 된다.
기자가 애초의 글에서 “그러나 기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랜선효녀’가 얼굴도 드러내지 않고 나이도 ‘보정’하는 것의 이유로, ‘아버지가 국회의원이 되든 말든 그와 상관없이 내 사생활은 안전하게 보장받겠다’는 욕망 이외의 것을 찾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직접 설명을 듣기 전엔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랜선효녀’의 실체를 의심하는 공익적 의도를 결코 읽어낼 수 없었던 것도 위와 같은 합리적 추론 때문이었다.
▲ 선거운동 기간 중 운영된 @snsrohyodo 트위터 계정 화면 캡쳐 사진
‘거짓말’에 대한 강박은 공적 논의를 가로막는다
물론 기자가 단지 위에서 한 ‘합리적 추론’만으로 ‘랜선효녀’의 활동이 자발적인 것이라 확신하고 인터뷰를 게재한 것은 아니다. ‘랜선효녀’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인터뷰 기사에 공개할 수는 없었던 여러 가지 맥락적 정황들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한겨레>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한겨레>의 ‘랜선효녀’ 인터뷰 기사는 <미디어스> 기사 이후에 나왔고, 기자는 그 과정에서 두 명의 <한겨레> 기자와 통화를 했다. <한겨레> 기자와 통화할 때에는 기자가 알고 있는 것들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한겨레>는 아마도 그 과정을 통해, 혹은 추가적인 다른 접촉과정을 통해 ‘랜선효녀’의 실체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을 것이므로, <한겨레>와 <미디어스>가 충분한 근거없이 ‘랜선효녀’의 실체를 단정하고 그 발언을 중계했다고 의심을 품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좀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 강성원 기자 측은 취재를 하던 금요일에 <미디어스>와 기자 측에 두어차례 연락을 하여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통화가 되지 못했다. 만일 그때 통화가 되었다면 이 해프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그와 별개로, <미디어오늘>과 강성원 기자 측의 태도에는 일종의 ‘거짓말에 대한 강박’이 느껴진다. 그들은 기자가 위에 적은 합리적 추론, “나이를 속이는 것은 이 계정이 기획이란 것의 근거가 될 수 없다”에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인의 딸이 언론사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하는 행위는 검증하고 파헤쳐보아야 할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민임동기 편집국장의 글에서도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미 한겨레와 미디어스 등을 통해 ‘랜선 효녀’가 30대로 보도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랜선 효녀’의 나이가 뭐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 이게 보도할 만한 사안이냐, 이렇게 문제제기할 수 있다. 그런 비판과 지적은 미디어오늘도 겸허히 수용한다. (...)
다만 기자는 이런 반론은 펴고 싶다.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략적인 나이를 밝혔고, SNS상에서 박광온 당선자 딸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면 ‘이름’과 ‘나이’ 정도는 밝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나이는 본인이 밝힌 것과 달라서 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기사 가치와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을 기자가 확인 취재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에는 동의 못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민임동기 국장의 견해는 충분한 합리성이 있다. 어쩌면 기자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을 대변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남는 문제는, 1) ‘랜선효녀’의 실체를 의심한 <미디어오늘> 기자는 어떻게 ‘랜선효녀’를 그 딸과 연결지어서 실명과 나이를 공개했는가, 란 것과 2) 민임동기 국장의 견해대로라도 ‘실명’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었고 ‘나이’만 공개해도 충분하지 않았는가, 란 것이다.
강성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자는 “실체를 의심했으면서 어째서 그 사람이 확실하다 생각하고 공개할 수 있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사실 그 질문의 답이야 뻔했다. 아마도 딸이 한명 밖에 없어서 그랬을 것이고, 강성원 기자의 답변도 그랬다. 이 견해의 핵심은 ‘랜선효녀’의 답변이 사실관계와 달랐을 경우 그것은 추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며, 국회의원 자녀의 실명과 나이 정도의 정보는 이미 보호받기 어려운 영역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머지 않아 박광온 후보의 딸의 이름과 나이 정도의 정보가 포털사이트에서 ‘박광온’을 검색했을 때 뜨는 상황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논변에서 기자는 ‘거짓말’에 대한 어떤 강박을 본다.
군사독재정권이 오랫동안 통치했던 한국 사회는 ‘도덕’에 대한 강조가 엄격한 나라다. 차가 지나다니지 않아도 빨간불이면 건너가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공중도덕에 대한 교조적 강조가 있고, 개인의 정직성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있다. 개인들이 각자의 도덕성을 너무 엄하게 감시하느라 국가가 뭘 하는지 신경도 못 쓰고 막연히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 되겠거니, 라고 믿었던 것이 한국 사회였다.
국가가 개인에게 하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들은 적당히 변명으로 퉁치면서도, 개인이 국가를 약간이라도 속일 경우 무언가 큰 음모나 의도가 있다고 말하며 이런 죄 저런 죄를 뒤집어 씌우는 나라였다. 가령 유우성씨의 진술 중 신빙성이 없는 것이 있단 이유로, 국가가 그를 간첩이라 뒤집어 씌우는 것을 묵인하는 나라였다. 개인은 자신의 비밀을 남에게 숨길 수 있는 반면, 국가는 공적 업무에 대해서 시민에게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는 준칙이 상식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이런 사회에서 언론은 자신을 권력기관에 감정이입하여, “어찌 감히 내게 거짓말을~”이란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매체비평지 입장에선 재미있게도, ‘랜선효녀’의 나이에 대한 진술은 언론들이 만들어낸 것을 '랜선효녀'가 승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랜선효녀'는 이에 대해 "17일 <뉴스1> 보도에서 '30대 초반 직장인'이란 표현이 나왔다. 취재없이 쓴 기사였다. 아마 내가 '아버지와 30년 산 어머니를 리스펙트'라는 트윗을 올렸고, 직장을 다닌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추론한 것 같다. 다음날 <한겨레> 보도에서 아버지와 통화한 이후 '홍대 앞 인디밴드에 소속된 기획자'란 표현이 나왔다. 그걸 보고 '어라? 언론에서 마음대로 신원을 만드네?' 싶었다. 그런데 사실에서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30대 직장인이고, 인디밴드에 소속된 공연기획자'라고 썼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박광온 당선자의 나이와 '랜선효녀'의 드립의 내용으로 볼 때, 그녀의 나이에 대한 추정은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사이' 정도로 특정될 수 있었다. 언론은 그 추측의 영역 내에서 특정한 '진실'을 선택했고, '랜선효녀'는 그것을 승인했다. 그리고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바, 스물 여덟의 나이는 서른에서 그리 먼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큰 일이었을까.
공적 영역이므로 감수했어야 한다는 태도에 대해
강성원 기자 측은 "국회의원 선거운동은 공적인 영역에 들어가고, 이에 참여한 국회의원의 자녀는 공적인 영역에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이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기자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성원 기자 측은 "선거운동원이 신원을 숨긴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말했지만, 기자는 "아마도 선거운동원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프라인 영역의 규제와 비교할 때 불평등의 소지는 있지만 SNS상 선거운동 규제는 위헌판결을 받아 현재 제약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랜선효녀' 측도 "(트위터 계정을) 시작하기 전에 선거법을 숙지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랜선효녀'의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가 모종의 의아함을 낳았던 것은 사실이다. '랜선효녀'는 이메일을 공개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여 지인의 이메일을 사용하여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임했다. '랜선효녀'의 인터뷰 과정을 알고 있는 한 <한겨레> 기자는 "사실 후보자의 자녀가 선거운동을 한 것이므로 이미 공적인 영역에 들어왔다고 보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런 태도가 의아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의아한 것과 실체를 의심한다는 건 별개다. 그런다고 선본의 기획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마치 기자에게 고분고분하게 대해주지 않아 기사로 보복하는 것 같은 모양새이지 않는가"라고 <미디어오늘> 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 7·30 재보선에서 당선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수원정)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일간지 기자는 "트위터리안들은 페이스북과도 달리 대체로 오프라인 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계정을 운영한다. 그래서 계정의 신원이 확인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 트위터리안들의 <미디어오늘>에 대한 과도한 비판들은 그런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 기자는 "우리 입장에선, 국회의원 자녀의 이름과 실명 정도는 공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왜' 했느냐가 문제가 있는데, <미디어오늘> 기사에선 그 '왜'가 안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강성원 기자 측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지 않느냐. 캔디고, 고희경씨 (고승덕 후보 딸)이나 '국민 미개' 발언을 한 정몽준의 아들의 경우 실명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스>도 그렇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 가지 케이스는 각각 상황이 다르다. 일단 두 가지 경우는 본인이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페이스북이고, 다른 하나는 그저 'SNS로 효도란 걸 해보자'라고 적혀 있는 트위터 계정이었다. 대부분 실명으로 운영되는 페이스북 계정과 달리 트위터 계정은 실명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고 익명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대체로 신원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꺼리게 되는데, <미디어오늘>은 이 부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또 고승덕 후보 딸의 경우 본인이 서울시민을 수신자로 하여 아버지가 교육감으로 적절하지 않은 이유를 공적으로 제기했다. 언론사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정몽준 후보 아들의 경우 페이스북에서의 개인의 발언이 이미 인터넷에서 널리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누리꾼들 상당수는 실명을 알고 있었는데, 언론보도 될 때엔 이름을 가려준 언론도 있고 그렇지 않은 언론도 있었다. 박광온 당선자의 딸의 경우도 공적 영역에 들어왔다고 평가해야겠으나 언론사 인터뷰에서도 실명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랜선효녀'의 경우 아직까지 많은 사람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실명을 공개해야 할 공익적 가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 핵심이다. 이는 원칙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사생활 공개는 공인에 대해서라도 공적인 이유로 필요할 때만 한다는 원칙 말이다.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랜선효녀'에게도 국회의원 선거운동에 뛰어든 이상 그 정도는 감내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말이 성립한다 한들 <미디어오늘>의 보도를 정당화할 논리는 못 된다. 같은 식이라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권력에 대항하는 검사로 살려면 몸가짐을 반듯이 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임동기 편집국장의 항변 중 타당한 부분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미디어오늘>의 해당 보도를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자녀 보도 등과 비교할 수는 없다.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격차가 있다. 그래서 <조선일보>나 종편과 함께 엮어서 비판받는 것에 억울함이 있었을 것이다. 기자 역시 지난 비평 기사 말미에 "<조선일보>는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을 보도하고, 공중파와 종편은 유씨 일가의 식습관에 탐닉하는 세상에서, 그들을 감시해야 할 매체비평지의 품위는 갖춰야 하지 않았는가"라고 적었다는 점에서 송구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기자는 재빨리 "너무 거대한 '악'들과 비교했다고 억울해 한다면, '모래알도 바위도 가라앉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올드보이> 이우진의 대사를 생각해보자"라고 덧붙이면서 <미디어오늘> 보도와 다른 것들 사이의 현저한 격차는 다시 한번 지적했다. 다만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한 것이다. 중립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전혀 다른 사안을 끌어다놓고 '고승덕과 정몽준의 자녀의 이름을 공개했으니 이쪽도 공개할 수 있다'라고 믿는 우도 피해야 한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들이야말로 독자들이 진보언론 및 매체비평지에 기대하는 것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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