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상인 안규호 씨는 우여곡절 끝에 청계천을 떠나 가든파이브에 새 둥지를 틀게 된다. 당초 서울시가 약속했던 것보다 형편없는 조건이었지만, 초대형 복합 상가에서 새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주 상인들이 고액의 분양가를 견디지 못하고 이주를 포기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저조한 분양률로 이어졌다. 1조 3천억을 들였지만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가든파이브, 다급해진 SH공사는 공실을 메꾸기 위해 대형 키 테넌트 시설을 유치하게 되었고, 이는 오히려 청계천 이주 상인들의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상인들은 점차 영세 임대 사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가든파이브라는 대마를 살리는 것에 몰두했던 서울시와 SH공사에겐 이주 상인들의 불만은 뒷전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가든파이브의 불안한 출발

“처음 (가든파이브) 분양가가 발표되기 전부터, 청계천 상인 단체장들은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나왔지만 전체적으로 아웃라인을 알고 있었어.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공유면적이 클 수록 고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전용면적 7평 짜리에 분양 평수는 무려 23평이 넘었다고. 이건 원래 약속한 원가가 아니지 않느냐. 공유면적이 이렇게나 많이 책정될 줄은 몰랐다. 이런 것이 우리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단체장들은 분양을 하지 말자고 했지. 그런데 일부 단체장들이 자기네들끼리 속닥속닥해서 분양을 받은거에요. 2008년 제일 처음 분양했을 때. 회원들도 아직 따라가지 않았는데, 단체장들이 먼저 들어간거지. 그때 들어간 사람들이 관리단이 된거야. (SH공사랑) 야합을 한거지.

다른 상인들은... 가든파이브 들어간 사람도 있고 아예 안들어간 사람도 있고. 청계천 상인 단체장들 중에서도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 약속하고 다르게 엉터리다 해서 신경을 끊어버린 사람도 많이 있었어. 결국 나처럼 분양 받아 들어간 사람들도 워낙 분양가가 비싸니까 집회도 많이 하고.. 1인 시위도 하고... 그러다가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막 차수 때 많이 들어갔지. 그래도 첫 분양하기 전까지는 (서울시와의) 대화창구가 나였으니까 어느 정도 가든파이브 정보를 알았는데, 서울시에서 약속했던 것들, 그러니까 상거래 환경 인프라 구축, 물류유통 단지 이런 것을 어느 정도는 믿었기 때문에 특별 분양을 받아서 들어가는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이 있었어. 첫 분양하고 나서 먼저 들어갔던 단체장들이 관리단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대화 창구가 그 사람들로 바뀌면서 (저조한) 분양 상황을 잘 알지는 못했지. 그 당시에는 툴 동보다는 라이프 동이 지하철역하고도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입지 조건도 낫다고 봤고 어느 정도 인프라 환경이 갖춰지고 나면, 조금만 노력하면 장사가 될거라고 생각했어.“

▲ 가든파이브는 현빈·손담비 등 인기 스타들을 앞세워 TV CF를 내보낼 정도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분양률 미비로 인해 2008년 12월을 목표로 했던 개장일을 2009년 4월, 2009년 9월, 2010년 2월, 2010년 3월로 계속 미루게 된다. 결국 키 테넌트인 NC백화점 유치에 맞추어 개장 2010년 6월에야 정식 개장하게 된다. (가든파이브 분양 TV CF)

‘갑’이 된 키 테넌트, 임대업자가 된 영세상인들

“그런데 서울시나 SH공사에서는 전혀,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은 신경도 못쓰고 있던 거야. 키 테넌트 유치에 혈안이 되서, 컨설팅 회사부터 거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까. 키테넌트(NC백화점)는 우위를 줘서 고객 동선이나 이런 것들도 임의적으로 변형을 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키 테넌트는 잘 되는데, 우리 영세 상인들은 고객 동선에서도 은폐되고 PR도 밀리고.. 그러면서 버티지 못하게 된거지. 지금 장사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어려운 사람이 많아. 은행 융자를 70~80퍼센트를 받고 들어왔는데, 그 이자 감당하랴 관리비 감당하랴...

처음 키테넌트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는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NC백화점이 들어오면서 그래도 고객 유인이 되는 효과가 많이 있지 않겠는가, 그러면 더불어서 살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었어. 나는 사실 공간이 많이 비어있으니까 (그 공간에) 청계천 상인들을 위해 시스템들을 만들어주지 않겠는가 기대했는데, 대신 키테넌트를 유치하면서 거기 위주로 다 바꿔버리니까. 곤혹스러웠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몰랐지만 막상 기대했던 것하고 정말 다르게 흘러갔으니까.

NC백화점이 부분 소유자들하고 계약을 했잖아. 이때는 오히려 NC백화점이 갑이고, 부분 소유자들이 을이 되서 계약을 하게 된다는거지. 모셔오는 것이었으니까 NC백화점이 바라는 요건대로 세팅을 할 수 밖에 없었던거야. NC백화점 입장에서는 그냥 땅짚고 헤엄치기 했던거지. 아직도 거기 임대를 준 부분소유자들도, 대출 낀거 금리라도 갚아야하니까. 임차를 주면서도 자기가 다른 곳에서라도 돈을 벌어서 매꿔야할 상황이 된 사람들도 많아요. 장사하던 사람들이 임대업자가 되었는데, 그래도 간당간당한 사람들이 많아요. 울먹이면서 하소연 하는 그런 사람이 많은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든파이브 민원 다 해결했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민원 해결한게 아니라 민원 해결을 목적으로 행정처리만 했던거지. 어떻게 고기 잡으러 온 사람(상인)에게 고기 잡을 수 있는 환경(상거래 인프라)를 세팅해주는게 맞지 고기 몇 마리(임대소득) 던져준다고 끝나나. 그게 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그저께도 가봤는데 상황이 어려워. 굉장히 어려워서 죽을라 그러더라고. 여덟시만 되도 다들 문 닫고 가고. 가든파이브에서도 패션관하고 영관이 가장 활성화된 쪽인데, 제일 영업하는 사람들도 많이 입점을 했는데도 그 정도야.“

▲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가든파이브를 잇는 ‘만남의 광장’. 보통 사람이 붐비기 마련인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만남의 광장’에 만날 사람이 없다. (김예찬)

▲ 가든파이브 리빙관의 경우 영업하는 점포를 찾아보기 힘들며, 분양된 점포 역시 단기 임대용 창고로 쓰이기도 한다. (김예찬)

답답한 SH공사, 움직이지 않는 관리단

“(청계천 이주 영세) 상인들이 이렇게 죽을 쑤는 상황에서, 아무리 상인들이 민원을 전달해도 개선되는 부분이 전혀 없어. 지금 가든파이브 관리단 대표들이 상인 대표 겸, 모든 가든파이브 행정들을 관리단을 통해서 맡고 있는데, 정작 상인들 민원은 무시를 해버리고 있어. 원래 관리단이라는 것은 집합건물법(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건물 관리를 하고 있는 대표잖아. 가든파이브가 원래 상가 잖아요. 그럼 상가 활성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인들의 창구가 되어서 개선점이나, 문제점 해결에 대해서 관리단이 SH공사랑 협조를 해서 처리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되는데, 정작 상인들 말은 무시하고 관리단은 SH공사 뜻에만 따르고 그렇게 융통성 없이 흘러가고 있는거지 뭐.

지금 가든파이브에 몇천 점포가 텅텅 비어있고, 분양된 곳이라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분양은 해놓고 임대가 안되니까 비워져 있는 가게들도 많아요. 실제 영업을 할 사람이 분양을 받아서 영업을 해야하는데, 투자자들이 물건은 사놓고 오픈은 안하고 방치해놓고 있는거죠. 상가 활성화가 되려면, 분양 안되고 있는 곳을 그냥 놔두느니 (실제 영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관리비만 조금 받고서라도 일단 영업을 시켜놔야 되는데, 그런 것도 안해. 원래 일반 사기업 같은 경우라면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건물에 가격을 낮춰서라도 입점을 시키고, 영업이 잘 되면 임대료를 달라 이렇게 융통성 있게 해야 하는데, 공기업의 맹점이라는게 있는거지. SH공사는 만약 그렇게 하면 형평성에 안맞고, 이게 또 여론을 통해 비난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냥 자기들이 책임을 지기 싫다 이런거야. 물론 이해는 가지만, 정작 들어와있는 영세 상인들은 죽는 날만 기다리는 꼴이 되잖아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아, 이거 안되겠다, 이건 언론을 통해서라도 여론화를 해서 개선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명박의 정책 실패, 방관하는 서울시

“그래서 지금까지 (활동을) 해온건데, 벌써 5년 째인데 바뀌는게 없어. 정작 처음에 이 자리를 활성화 단지로 만들겠다, 물류 유통 단지도 들어오고 오피스텔 아파트도 들어오고 해서 네트워크가 잘 될거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서 좋은 상권이 될거다 하고 큰 소리 쳤던 장본인들은 이제 남몰라라 해버리고. 사실 오세훈, 박원순 시장은 아무 것도 모르는 시장들이지. 자기 정책도 아니었으니까 모르겠다, 대형 자본을 들여서 가든파이브라도 살아야 되는거 아니냐 이러는데, 자기 정책이 아니었지만 가든파이브에 들어온 청계 상인들에게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똑같이 서울시민이고, 서울시 약속으로 여기 들어온 사람들이고. 서울 시민의 민원이기 때문에, 자기가 낸 정책 사업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책임 져야죠. 못하겠다면 서울시장 하지 말아야죠. 내가 얘기하는건 그런 도의적인 거라고. SH공사에서는 지금 영세상인들의 맹점을 알고, 임대료라도 받아라 하는건데 고기를 잡아 던져주는게 아니라, 고기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고기가 유입이 되게 인프라 구성을 해줘야 했는데 그게 안되었다는거지.

가든파이브에 대해 정책 감사를 해야 한다는 것도 그런 얘기에요. 근본적으로 청계천 복원 공사로 인한 피해 보상의 차원에서 특별 분양을 해서 가든 파이브에 입주시켰으면, 과연 그게 원래 정책대로 되었느냐 하는 것. 법원에 가서 호소하려 하면 판검사들이 뭐 문서화 된게 있느냐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가서 물어보면 알거에요. 이명박 자서전에도 청계천 복원 공사하면서, 자기가 굳이 문서화 할 필요 없이 특단의 조치를 내려주겠다고. 자기는 약속한건 확실히 해준다고 그렇게 얘기가 되있다고. 근데 이게 고도의 빠져나가기 방식으로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명확한 약속은 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자신이 해줄 양 했던 비굴한 수법이었어.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태라는거죠.

이명박 전 시장 뿐 아니라 서울시도 마찬가지에요. 가든파이브 입점하기 전에는 균형발전추진본주라고, 재개발 전담반하고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 전담반, 이렇게 두 부서가 있었어. 그러다가 점점 서울시가 뉴타운 이런게 많이 있으니까 동남권유통단지 비중은 적어지고, 가든파이브 입점하고 나서는 거기서도 우리 소관이 아니다, 이렇게 되었지. 지금은 가든파이브 문제가지고 서울시에 찾아가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관리하는, 그쪽 담당 팀장이 한명 있어요. 근데 거기는 아무런 의사소통이... 대화는 하더라도 개선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거야. 가든파이브 문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지금 서울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책임지려는 부서가 하나도 없는 겁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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