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로 변질된 사랑은 슬프다. 그것은 받는 쪽도, 주는 쪽도 마찬가지다. 향후 십년 이내에는 재건될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괴물 예능 ‘1박 2일’의 에이스라 불리었던 남자. 앨범 안의 모든 음악이 타이틀곡이라 불릴 만큼 본업인 가수로서 또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그 시기의 MC몽은 정말 뭘 해도 될 것만 같은 180도의 사나이였다.
‘1박 2일 원년 멤버는 한 번씩 만나 회포를 푼다. 오랜만에 만난 모임에서 인사치레로 던진 ’우리 한번 뭉치자.‘는 말이 MC몽의 컴백 시기와 맞물려 예능 복귀라는 대전제로 와전된 것 같다.’는 것.
지난 행적으로 불거진 2010년의 병역 기피 논란에 결국 ‘1박 2일’을 비롯한 고정 방송을 그만두고 오랜 자숙의 기간을 가졌던 MC몽이 4년여 만에 공식적인 복귀 선언을 했다. 가장 최근 앨범이 2009년에 발표한 5집 ‘휴매니얼’이었으니 무려 5년 만의 새 앨범을 듣게 되는 셈이다.
한창때의 MC몽은 부업인 버라이어티의 에이스에 이어 본업인 가수 활동 또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전성기를 보냈었다. 180도, 너에게 쓰는 편지 Part 2, 서커스, 아이스크림, So fresh 등. 단순하게 파고드는 가사와 무엇보다 랩보다 잘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던 발군의 피처링 섭외 능력은 MC몽의 노래를 듣는 즐거움이었다. 그가 병역 기피 문제로 뭇매를 맞을 때도 ‘노래 하나만큼은 참 좋았는데 아쉽다.’는 의견 또한 즐비했으니까.
하지만 무려 반 십년의 자숙 기간과 지난 추억의 회상만으로는 아직 대중에게 MC몽은 불편한 존재인 듯하다. 지난 4월, 연예 기획사 웰메이드예당과 전속 계약을 맺은 이후 본격화된 MC몽의 복귀 소식이 한 차례씩 인터넷 헤드라인을 강타할 때마다 네티즌은 부지런히 그를 쫓아가 나는 아직 당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표시를 냈다.
물론 MC몽의 컴백에 온전히 부정적인 의견만 쏟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 여론의 큰 목소리에 묻혀 비록 미약하지만 그를 환영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아이러니한 것은 찬성과 반대를 결정하는 동기 부여가 결국 ‘부조리를 향한 반감’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MC몽의 복귀를 찬성하는 여론의 전제는 측은지심이다. “이쯤하면 됐다.” “MC몽도 먹고는 살아야지.” 하는. 그리고 “더 심한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도 잘만 활동하는데 왜 MC몽만 못 나오느냐.”라는 부조리를 향한 의문. 편법과 브로커 도입으로 병역 비리 논란을 일으킨 MC몽의 부조리를 또한 ‘부조리에 당했다.’며 동정하는 것이 아이러니다.
나는 “쟤는 되는데 얘는 왜 안 돼?”라는 논리를 접할 때마다 묘한 반감이 생긴다. 차라리 MC몽의 재능을 썩힐 수 없어서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다는 소속사 대표의 전언이 더 와 닿을 정도니까.
물의를 일으킨 모든 연예인이 MC몽과 같은 전철을 밟진 않는다. 말 한마디가 범죄 이상의 취급을 받는 연예인도 있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숙의 기간을 갖지 않는 연예인 또한 있다. ‘MC몽보다 더한 짓’의 명확한 기준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대중의 사랑까지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연예인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과연 MC몽의 복귀를 막는 것은 부조리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MC몽의 복귀 기준이 ‘더 나쁜 짓을 했는데도 활동하는 사람이 있으니까.’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섬뜩하다. 이런 논리라면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 그 누구도 자숙을 해야 할 의무가 없다. 심장에 비수를 꽂는 망언을 하건 상습적인 도박, 마약, 폭행 문제로 대법원의 판결을 받든지 간에 더 나쁜 짓을 했는데도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자숙을 해야 하고 방송 정지를 당해야 하나?
분명 대중은 법이 아니다. 그 기준은 자비롭지도 공평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대법원의 판결처럼 사회봉사 며칠로 죄를 사면해주는 시스템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때론 극단적으로 변덕스럽고 때론 지극히 편파적이다. 여론을 이끄는 모든 기준은 판례가 아닌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니까.
‘가끔은 대중을 속고 속이는 피노키오. 거짓과 진실 그대들의 답이요. 길고 짧은 건 눈대중으로 대충.“ 그의 노래 서커스에서 대중을 제페토, 자신을 피노키오라 묘사했던 MC몽. 피노키오의 거짓을 판별하는 건 대중의 마음이며 죄의 ’길이‘ 또한 눈대중으로 대충 비롯된다고 외쳤던 그. 그가 불렀던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MC몽은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의 숙명이자 비애를 되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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