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통위의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포털이 임시조치를 함에 있어 정보 게시자에게 ‘이의제기권’을 주도록 하는 등 일부 개선됐다는 평가다. 또한 방통위는 본인확인기관에 대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이용자 편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인확인기관에 대한 과징금 대체는 개인정보의 보호에 대한 퇴행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연합뉴스
방통위의 ‘임시조치’ 개선…이의신청 이후 10일 이내 결정

이번에 개정된 <정보통신망법> 중 임시조치의 주요 내용은 △이의제기권 신설,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 신설(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 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별도 독립 위원회로 격상) 및 조정기간 단축(60일->30일), △업계 자율심의 강화(자율적 임시조치 대한 배상책임 감면), △인터넷이용자 피해구제센터 설치 근거규정 신설 등이다.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30명 이내(상임1명)로 구성하며 방송통신위원장이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위촉하도록 규정했다. 분쟁조정위 조정기간은 30일(기존 60일)로 단축했으며,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직권조정을 통해 1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명시했다.

방통위가 법 개정을 통해 임시조치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도입한 것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분명한 개선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포털에서 ‘임시조치’ 당했을 경우, 게시자가 이를 복구시키는 데에는 복잡한 절차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게 사실이다. 이런 불편함을 이번 법 개정은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10일 이내(이의신청 기준) 삭제 혹은 복구 결정(직원조정)을 받도록 했다. 다만, 분쟁조정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기까지 해당 정보가 여전히 ‘임시조치’ 상태라는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 2013년 11월 20일 오후3시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전문가 토론회'가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양재동에 위치한 엘타워 5층 메리골드홀에서 진행됐다. 토론자로 나온 NHN 정민하 정책협력실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방통위 양기철 이용자보호과장은 “임시조치의 경우, 한 쪽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보게시자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결정 이전까지 임시조치 되는 것과 관련해)그런 점에서 삭제할 것인지 복원시킬 것인지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신속하게 10일 이내로 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에 대해 시민사회 역시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남은 과제가 있다. 진보넷 장여경 활동가는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가 기업과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10일 이내’라는 운영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매우 부실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확인기관,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 부과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본인확인기관 관련 주요 내용은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 부과,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 산출 근거(위반행위 정보통신서비스의 직전 3개 사업연도의 연평균매출액 기준) 마련 등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방통위가 개인정보의 보호에 대한 퇴행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제도 ‘개선’을 이유로 “업무정지 명령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규정”을 신설했다. 현행 본인확인기관 지정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6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업무정지를 명할 경우, 본인확인 업무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되므로 이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 27일 국회에서 열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정부 대책 평가 및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소비자 집단 소송법 등의 '획기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디어스
그러나 이 부분은 시민사회 뿐 아니라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재검토’를 요청했던 부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진보넷 장여경 활동가는 방통위가 정하고 있는 본인확인기관과 관련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게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과징금’ 대체와 관련해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의 경우 본인확인기관이었던 신용정보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이하 KCB) 직원이 유출의 주범이었다”며 “그런데 KCB는 최근 안전행정부가 오프라인까지 확대해 실시하고 있는 마이핀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KT의 경우 역시 본인확인기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유출이 됐다. 이 같은 사고가 난 곳은 과징금으로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라 아예 본인확인기관 지정을 취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오픈넷은 지난 6월 ‘본인확인기관’의 법적근거가 된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기도 하다. 민간사업자가 개인들의 주민번호 수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또한 지난 3월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통위의 안”이라면서 “그러나 본인확인기관은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집적시키고 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리가 더욱 엄격할 필요가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방통위가 의결한 정보통신망법 개정법률안은 법제처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 상임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실효성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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