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심재철, 이하 세월호국조특위) 야당 의원들이 현장조사를 위해 MBC를 찾았지만 사옥으로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잡상인 취급당했다”, “국회를 능멸했다”고 MBC의 행태를 비판했다.

세월호국조특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현미, 김현, 최민희, 부좌현, 김광진 의원들은 세월호 청문회에 앞서 MBC에 대한 선조사가 필요하다며, MBC를 찾았다. 이들은 새누리당 소속 세월호국조특위 심재철 위원장의 사인이 담긴 출장계획안을 가지고 왔으나, MBC는 “국회 내부 공문서일 뿐”이라며 방문 자체를 거부했다. 접견실에서 이야기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 또한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국조특위 위원들은 MBC 건물 밖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돌아가야만 했다.

국정원도 들어갔었는데…MBC, “국회 문서일 뿐”

세월호국조특위 김현미 간사는 “MBC가 국정조사 대상이라서 온 것”이라며 “목포MBC에서 ‘전원구조’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상후 전국부장이 이를 묵살해서 결과적으로 MBC에서 가장 먼저 ‘전원구조’ 오보가 났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간사는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정부의 발표와 현장에서의 구조에 차이가 있다고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이 또한 묵살됐다”고 MBC가 국정조사 대상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 8월 1일 세월호국조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MBC에 대한 현장조사 실시를 위해 상암동을 찾았으나, 문전박대 당했다ⓒ미디어스
김현미 간사는 이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정부기관이 제 때 구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정부가 구조를 신속하게 하지 못한 데에는 언론의 왜곡 보도 역할이 컸다.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세월호국조특위 위원장의 사인이 담긴 출장계획서를 근거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최기화 기획부장은 “검증실시보고서를 가지고 와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김현미 의원이 “새월호 국조특위 여야는 현장조사를 각자 따로 다니기로 합의했다”며 “그동안 현장조사를 가기 전에 위원장에게 출장 계획서에 사인을 받아서 다녔다. 이 문건(출장계획서)을 가지고 청와대 경호실과 해경, 국정원, 검찰 모두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MBC만 안된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세월호국조특위 김현미 간사는 국회 공식 문건을 근거로 현장조사 실시를 하려 했으나, MBC 측에서는 "공식 문건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미디어스
김현미 의원이 MBC에 제시한 문건은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국조특위원장의 사인이 담긴 출장계획서이다. 이날 함께 MBC를 찾은 국회 박병섭 행정실장도 해당 문건이 공식 문건임을 확인시키고 현장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MBC 최기화 기획부장은 “그 문건은 국회 내부 공문서일 뿐”이라면서 “검증실시통지서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방문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문건은 그냥 출장할 때 쓰는 것”이라며 “또, (MBC에 현장조사 하는 것에 대해서) 위원회 의결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MBC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 이날 세월호국조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끝내 MBC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미디어스
최민희 의원은 최기화 부장의 ‘남의 회사에 급작스럽게 쳐들어왔다’고 한 발언을 두고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맞섰다. 최 의원은 “MBC 구성원들이 공영방송의 올바른 보도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측면만 보고 있으니 큰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현 의원은 “왜 세월호 국정조사를 방해하느냐”면서 “MBC는 국민의 것이다. 왜 경비들이 여기를 가로 막고 있느냐”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세월호국조특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MBC가 답을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MBC 건물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세월호 보도 검증하러 왔다가…MBC 정상화 결의하고 간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바닥에 앉아 MBC의 답을 1시간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MBC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김현미 간사는 한숨을 내쉬며 “한 시간이면 필요한 조사를 다 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잡상인 취급을 받고 간다”고 자조했다.

▲ MBC에게 문전박대 당한 야당 의원들이 건물밖에서 자리 잡고 앉아 농성에 들어간 모습ⓒ미디어스
김현미 간사는 “우리는 개인으로 MBC를 찾은 게 아니다”라면서 “국회 여야 합의로 MBC가 세월호국조특위 조사대상이 됐고 새누리당 심재철 위원장의 결재가 된 문건을 가지고 찾았으나 건물에도 못 들어가게 원천봉쇄를 당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오늘 저희는 세월호 참사에 있어서 MBC가 했던 오보와 왜곡보도의 문제점을 조사하러 왔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MBC를 정상화하는 길에 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미 간사는 이어, “MBC는 국회를 능멸했다”면서 “한 언론사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망가졌다는 점에서 절망스럽다”며 “MBC정상화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돌아가는 길에는 MBC의 푸대접이 큰 역할을 했다”고 MBC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김현 의원 역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사대상 중 MBC가 포함된 것”이라면서 “여러 기관을 다녔지만 경비가 나와 가로 막는 곳은 MBC 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MBC는 여야 합의로 세월호국조특위 조사기관으로 포함됐지만 지난 7일 “언론의 자유 침해”라며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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