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를 하루 남긴 29일자 신문들은 여야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본 예측과 전문가 전망을 곁들여 재보궐 선거 판세를 분석했다. 재보궐선거는 총 16개 선거구에서 치러지고 이중에서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국회의원 선거구는 15개이다. 이에 대해 많은 신문들은 여:야의 판세를 9:6 내지는 8:7이라고 보는 각 정당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하고 있다.

▲ 29일자 한겨레 5면 기사
9:6, 8:7 엇갈리는 전망 속, 여야 승리 선언 셈법은?
이러한 판세는 무엇을 보여주는 것일까. 일단 이 지역구들의 ‘원래 주인’을 비교해보자. 새누리당 9, 새정치민주연합 5, 통합진보당 1로 여:야가 9:6이었다. 말하자면 9:6이면 서로 간에 ‘본전치기’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8:7이 나오면 사실상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권 심판론을 말하던 야권이 주장하기엔 쑥쓰러운 수치다.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8석만 얻어도 대승이란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야당의 승리 기준 역시 5석(안철수)에서 8석(박지원)까지 다양하다.
고려해야 할 것은 더 있다. 한국 정치에서 각 정당의 ‘텃밭’을 형성하는 지역 변수다. 15개 지역구 중 새누리당은 영남 2곳, 충청 3곳을 자기들 ‘텃밭’으로 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시 호남 4곳을 ‘텃밭’으로 본다. 이를 빼면 수도권 선거는 6곳이다. 각기 ‘5점’과 ‘4점’을 기본으로 깔고, 수도권 6곳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려고 한다. 수도권 6곳에서 3:3이 나오면 8:7이다. 말하자면 야권이 승리를 선언하는 상황이 이 경우다. 4:2가 나오면 9:6이다. 어째서 새누리당이 이만하면 승리라고 했는지가 납득이 된다.
▲ 29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혼전세의 수도권, 텃밭에선 대덕과 순천곡성이 관건
‘텃밭’이라고 해서 꼭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 2곳, 충청 3곳 중에서 대전 대덕구는 상대적으로 해볼만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보도를 종합해보면 당내에서도 기대는 크지 않다. 반면 새누리당은 호남 4곳 중 전남 순천시·곡성군을 주시하고 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출격한 바로 그 지역이다.
수도권 6군데의 상황은 초박빙이란 것이 대부분의 언론보도의 분석이다. 각 정당의 분석을 소스로 했을 것이니만큼 내용이 대동소이한 것도 당연하다. 수도권 6곳은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을(권선), 경기 수원병(팔달), 경기 수원정(영통), 경기 김포, 경기 평택을이다. 일단 여야 공히 수도권 6곳 모두 박빙으로 본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볼 때 6:0이나 0:6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앞서의 상황과 조합해 새누리당의 최대치를 산출하면 12:3이 나온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대치는 4:11이 된다.
▲ 29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수도권 상황을 더 세밀하게 보면 이렇다. 서울 동작을은 초접전이라고는 하지만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이 지역에서 2008년, 2012년 총선에 연거푸 출마했으며 2012년에 5%대의 만만치 않은 득표율을 보였던 노동당 김종철 후보에 대한 보도는 소외되고 있다.
수원을(권선)에선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백혜련 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윤경선 후보와 정의당 박성종 후보도 출마했다. 경합을 주장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도권 선거 중에서는 가장 새누리당의 우세가 보이는 지역구라는 것이 중론이다.
손학규 살아돌아올까? 전체 판세 가를 '수원 벨트'
수원병(팔달)에는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임미숙 후보, 무소속 강방원 후보, 무소속 이계종 후보 등이 나왔다. 당초 손학규 후보가 많이 뒤진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제는 많이 따라잡았으며 심지어는 뒤집었다는 증언마저 나온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거물정치인인 손학규 후보가 신예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식으로 보도되기도 한다.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사퇴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지가 관건이다.
▲ 29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수원정(영통)엔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과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 이외에도 통합진보당 김식 후보, 노동당 정진우 후보 등이 출마했다. 정의당 천호선 후보는 기동민-노회찬 단일화 이후 이정미 후보와 마찬가지로 사퇴했다. 천호선 후보의 지지율이 10% 가량 나왔던 점, 지역구 유권자들이 매우 젊은 점 등을 들어 박광온 후보 쪽이 다소 유리하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인물경쟁력에선 임태희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니, 역시 접전이란 평가다.
평택을은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후보 외에 쌍용차 해고노동자 출신인 무소속 김득중 후보까지 거론된다. 당초 지역에서 3선한 정장선 후보의 우위를 점쳤으나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김득중 후보의 득표력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유의동 후보가 박빙 우위라는 예측이 있다.
김포에선 당초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를 많이 앞서는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막판 대추격으로 역시 접전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외엔 정의당 김성현 후보, 무소속 고의진 후보, 무소속 이재포 후보가 나왔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는 승부 날 가능성 높아...그래서 문제는 재보선 이후
확률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이 모든 접전 지역구를 한쪽이 독식할 확률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여야의 판세는 대체로 9:6에서 7:9의 사이에 수렴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후자라 하더라도 새누리당은 과반을 지키며, 전자라 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영향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 29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
그렇기에 여야 지도부는 ‘정신승리’의 기준을 제각각 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준은 정당의 기능을 고민하기 보다는 지도부를 신임할 것인가 책임을 물을 것인가의 문제와 더 큰 관련이 있다. 김무성 대표 체제와 김한길-안철수 공동 대표 체제 말이다.
말하자면 그들의 ‘정신승리’는 내부 문제인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국회 의사당 앞에서 참사 유가족들과 야당 여성의원 일부가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정신승리’를 벌써부터 준비하는 정치권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보선 결과보다 그 이후 국면이 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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