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잘 보고하겠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추모하는 100리 도보행진을 유가족들과 함께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의 응답을 촉구합니다-세월호특별법 제정은 안전한 나라를 위한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서한을 들고 청와대를 찾았다. 그러나 제1야당 국회의원 70여 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이들을 맞이한 조윤선 정무수석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향해 “보고하겠다”는 한 마디만 던졌다.

세월호 참사 100일 맞아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1박2일 도보행진을 진행했지만, 대통령에게는상황은 그저 ‘보고받으면 될 일’일 뿐이었다. 그 시각(밤 10시 30분), 유가족들은 광화문 아스팔트 위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슨 서한?

서울광장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세월호 100일을 추모하며 긴급 의총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할 서한을 결의하고 청와대로 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외에 어떠한 당리당략도 고려하지 않는다”며 “이제 대통령 응답할 차례”라고 대통령을 겨냥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4일 세월호 침몰 100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나섰지만 경복궁 역에서 청와대 올라가는 길목에서 막혀 옴짝달짝하지 못했다ⓒ미디어스

하지만 제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서한'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행진이 광화문 4거리에서 막혔듯,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경복궁 역에서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차단'됐다. 유가족들이 있던 대오와는 불과 200~300m에 불과한 지점이었다. 딱, 거기까지가 박근혜 대통령이 허락한 소통의 거리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자리를 깔고 도로위에 주저앉았다.

비공개회의에서도 진척 없어 “안내방송 5번 해서야 길 터주는 경찰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6명의 대표단(박영선·김영록·박범계·김기식·윤후덕·유은혜)이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었으나,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4일 세월호 침몰 100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나섰지만 경복궁 역에서 청와대 올라가는 길목에서 막혀 옴짝달짝하지 못했다ⓒ미디어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4일 세월호 침몰 100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나섰지만 경복궁 역에서 청와대 올라가는 길목에서 막혀 옴짝달짝하지 못했다ⓒ미디어스

조윤선 정무수석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었다”며 “면밀히 잘 보고하겠다”고만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조 정무수석은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야당 의원들과의 좌담을 주선하겠다”는 것 이외에 전향적인 태도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좌담’ 시간 역시 고정되지도 않았다. 그 시각, 유가족들이 참여한 도보행진에 대해 경찰은 제4차, 5차 해산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4일 세월호 침몰 100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나선 가운데, 경찰이 야당 의원들이 폭우로 인해 치고 있던 천막을 철거하는 모습(사진=진선미 의원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4일 세월호 침몰 100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천막을 치다 경찰이 철거를 하는 과정에서 의원 및 보좌관들이 다쳤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사진=진선미 의원실)

새벽 2시 경 유가족들은 폭우로 인한 저체온증 등의 증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집회 내내 경찰의 채증을 감시한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유가족 한 분이 실신을 해서 앰뷸런스가 왔었다”며 “그런데, 경찰들은 자리를 비껴주지 않았다. 앰뷸런스에서 ‘맥박이 뛰지 않는다’, ‘위급하다’는 안내방송을 5번을 해서야 밖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이는 단순히 차벽을 치는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안전’에 대한 대형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전히 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유가족 한 분이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경찰들이 들이닥쳐 ‘유가족이 선동하는 거냐’는 등의 비난하기 했다고 분개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회의 결과 ‘유가족들이 버티고 있는데 우리도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비를 맞으며 밤을 샜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를 피하기 위한 천막을 치려했으나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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