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마침내 방영된 ‘괜찮아, 사랑이야’는 티저 표절논란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었다. 그렇지만 그 첫인상만으로 이 드라마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작가가 노희경이고 배우가 조인성과 공효진이다. 로코에 지친 남성이라도 쉽게 호기심을 접기는 어려운 포진이다. 게다가 리메이크였다고는 하지만 노희경의 색깔이 입혀진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여운에 끌려 ‘괜찮아, 사랑이야’를 기다릴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첫 회는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 총체적 난맥상을 보였다. 그저 잘난 두 배우만 보였을 뿐이다. 여기저기 강력하다 못해 지나친 선정적 장면들이 준비됐지만 드라마 전개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우연의 작동이 너무 잦았던 것이 이 드라마를 기다려온 시청자들을 적어도 한 발 정도는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을 것이다. 성동일이 출연키로 한 토크쇼에 공효진이 대타로 출연해서 조인성과 조금은 악연인 인연을 시작하는 정도는 딱히 문제될 것이 아니었다. 토크쇼 내용은 엉망이었다. 두 사람을 억지로 티격태격하게 만들고자 하는 작위만 보였다.

이후 클럽에서 다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데서 모티브가 궁핍했거나 무성의했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불만을 억누를 만했다. 그러나 그 클럽에서 갑자기 공효진의 옛 환자가 발작을 일으킨다는 설정에서는 참기 힘들었다. 거기서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순전히 조인성과 공효진의 힘이다. 그러고 나서 벌어지는 정신분열환자와의 추격전은 문득 이 드라마가 형사물인가 싶을 정도로 불필요한 힘을 썼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청자에게 볼만한 그림을 제공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성의를 봐서 그것까지 험담을 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그것으로 인해 엔딩의 멋진 화면을 끌어낼 수 있었으니 용서가 된다. 그러나 첫 회의 인상은 이래서 과연 이 드라마가 앞으로 괜찮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산만하고 개연성이 빈약한 전개만이 그 우려의 전부는 아니다.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광수의 역할이 문제다. 이광수는 드라마에서 투렛증후군의 연기를 한다. 투렛증후군이란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움직이을 하거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좀 심한 틱장애라는 정도이다. 일반에게는 그다지 익숙한 증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바로 그 점이 문제다. 투렛증후군을 갖고 있는 본인이나 가족들의 반발이 심한 것이다.

물론 작가 노희경이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투렛증후군을 채용한 것에 불손한 의도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남의 일이 아니라 본인과 가족의 문제라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광수의 캐릭터는 그대로 방영됐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에 대한 불만과 성토가 많았다. 첫 방송에 호평과 응원들로 채워져도 부족할 판에 시청자 항의가 쇄도하는 것은 분명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없다.

분명 이 드라마는 로코라도 좀 특별하다.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몸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래서 공효진의 역할이 좀 헌신적인 정신과 의사다. 몸이 감기에도 걸기고, 더 중한 병에도 걸리는 것처럼 마음도 그렇다는 것을 일반에게 설득하고자 한다. 정신과 상담만 받아도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미 있는 시도인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이 드라마를 로코라는 장르에 매몰시키지 않고 사회성과 동행케 하려는 작가의 의욕은 나쁘지 않다.

그에 대한 시청자의 반발과 항의 또한 사회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겪어야 할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럴 것이라 믿는다면 ‘괜찮아, 사랑이야’는 단순한 로코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괜찮아 사랑이야’에 좀 더 인내심을 갖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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