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는 시간문제”라고 호언장담하던 수사당국은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이 사채로 발견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유 전 회장만 검거되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던 박근혜 정권의 입장이 무색해졌다. 그의 은닉재산을 전부 몰수해 세월호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던 계획도 어그러졌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식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세월호 침몰은 청해진해운의 책임이지만 사고를 참사로 키운 것은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잘못된 보도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유 전 회장을 쫓는다는 것 성립되지 않는 공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병언’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건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하는 필요 때문이었고, 언론은 철저히 동조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사채가 돌아온 22일 지상파 및 종편 메인 뉴스에서는 ‘허탈함’만 있을 뿐, 정권의 책임을 묻는 쪽은 드물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유 전 회장만 쫓았던 현 사태를 비판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에 주목한 매체는 JTBC 뿐이었다.
유병언 사체 발견은 TOP…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는 무관심
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를 비롯한 종편 메인뉴스 모두 유병언 전 회장의 사체발견을 톱 뉴스로 배치했다.
방송매체들은 또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사채를 검·경 합동수사단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질타로 이어갔다. 경찰병력 130만을 투입해 수색했던 곳과 불과 2.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사채가 입고 있던 고가의 명품옷들은 유 전 회장이 평소 즐겨 있던 브랜드였을 뿐 아니라, 유 전 회장이 쓴 설교집 <꿈같은 사랑> 글자가 새겨진 가방과 계열사에서 만든 스쿠알렌 병이 함께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들 뉴스 모두 ‘경찰병력 낭비’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방송매체들은 유병언 전 회장의 죽음이 ‘자살인가 혹은 타살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이 부분에서는 방송매체별 약간의 차이를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다.
KBS <뉴스9>는 <“타살은 아니다”…유병언 사망 원인 의문 투성이> 리포트를 통해 “경찰은 일단 타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KBS는 “경찰은 시신에서 반항 흔적이나 상처가 없었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쫓기는 처지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수도 있지만 신도들의 보호 속에 도피해온 만큼 자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유 전 회장이 독사에 물려 숨졌거나, 야산으로 도주 중 실족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물론, 시신의 상태를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밖에 방송매체들은 ‘현상금 5억 원의 향방’, ‘유병언은 누구인가’ 등으로 관련 소식들을 이어가는 등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유병언 검거 실패 책임만 묻는 지상파…세월호 참사, 책임은 누가 지나?
그리고 지상파3사가 공통적으로 이날 뉴스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어떻게 규명해야 하는가의 여부였다.
KBS는 <검·경 엇박자 재현…수뇌부 책임론 불가피> 리포트를 통해 “검찰 수사인력 110명, 경찰 2천5백여 명에 군부대까지 유병언 씨에 대한 추적 작업은 사상 최대 규모로 무려 두 달 동안이나 계속됐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은 유령을 찾아 범정부적인 ‘총력 수색’을 벌인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씨를 체포해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묻겠다던 다짐이 사실상 공염불로 끝나면서 수사팀은 물론 검찰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하게 됐다”고만 끝났다. 지상파 3사는 철저히 유병언 전 회장의 검거 실패에 대한 책임만 물었다.
이 대목에서 유일하게 다른 입장을 표명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다른 부분에 주목해야한다고 리포트한 곳은 JTBC 뿐이었다. JTBC는 유병언 전 회장의 수사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별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수색 동원 경찰만 130만명…순천경찰서장만 책임지나> 리포트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나서서 사과하고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정작 책임진 사람은 현장의 실무자급 수준이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130만 명을 동원하면서 요란스럽게 진행됐던 수사가 초라하게 막을 내렸지만, 책임진 사람은 순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JTBC는 “이런 가운데 오늘(22일)도 여야는 희생자 가족들이 바라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또 미뤘다”며 “희생자 가족들은 내일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서울광장까지 1박2일 동안 도보순례를 하기로 했다”, “일부 가족들은 유 전 회장이 사망함으로써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영향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고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