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꺼이 망가지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여가수가 병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건강검진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유채영이 수술 후 계속해서 항암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수술 당시 암세포가 이미 다른 장기로 이전된 상태라 현재 그녀의 상황은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고 한다. 늘 유쾌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웃음을 안겨주던 그녀이기에 이번 소식은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부디 그녀가 몹쓸 병마를 물리치고 예전의 그 미소를 되찾을 수 있기를, 작은 기적을 바라본다.

유명 연예인의 암 투병 소식은 언론에게 좋은 기사거리가 분명하다. 대중의 알권리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고, 실시간 검색어 장사는 물론 대중의 관심까지 불러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사고나 병의 경과를 지켜봐야 할 정도가 아니라 이번처럼 생사가 걸린 문제에서만큼은 언론이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취재라는 명분하에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연기자 겸 가수 유채영 Ⓒ연합뉴스
22일 CBS 노컷뉴스의 한 기자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일부 취재진이 병원까지 찾아오고 가족들의 코멘트를 따기 위해 취재요청을 하고 있어 가족들의 심적 고충이 크다고 한다. 이게 대체 무슨 민폐인가.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좋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인터뷰를 딴단 말인가. 병원을 찾아가 가족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민 기자들은 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한 방송사의 작가는 아침 7시에 전화를 걸어 유채영의 병세를 취재하기도 했으며, 현재 그녀가 입원한 병원에는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유채영 측 관계자는 "고충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달라"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으나, 일부 매체와 기자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병원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또 다른 '기사거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에 박수를 쳐줄 대중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일부 매체와 기자들 때문에 가족들이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과열된 취재경쟁을 비판하고 있다. 이미 많은 보도가 나가서 그녀의 상황이 어떤지는 알려질 대로 알려졌으니, 이제는 조용히 그녀의 경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제 아무리 연예매체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에는 예외를 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사를 넘나들며 병마에 맞서고 있는 한 연예인을 앞에 두고, 그리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가족들을 바라보며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기 위해 '생중계'하듯 보도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독', '특종'과 같은 머리말을 붙여 내보낼 '또 다른 결과'를 위해 '기레기'짓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역지사지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기자들 가족들 중 누군가가 큰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생사를 알 수 없고, 오늘이 고비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현재 심경을 묻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기사화한다고 생각하면, 불편함을 넘어 분노가 치솟지 않을까. 특종보다 중요한 것은 유채영 본인의 건강이며, 오늘도 기적을 꿈꾸며 그녀의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마음이다.

가족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작성된 기사를 반길 대중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취재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그녀의 쾌유를 빌어주는 것이 먼저다. 대중을 향해 웃어주던 그녀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전히 이 세상에는 기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녀가 꼭 건강을 되찾는 것으로 증명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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