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가 3회를 맞았다. 그 3회를 본 소감은 참 씁쓸하다.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 소위 센 언니들의 거침없는 입담에 대한 기대감은 더는 유효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15세가 프로그램에서 속궁합을 말하고, 부부관계를 자주 하냐는 말로써 그 강함을 과시하려는 것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고작 이런 잡담이나 늘어놓으려고 심장이 뛴다를 폐지했는지 SBS 예능국의 안목에 실망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 주제는 ‘살아보니 결혼 조건’이라고 해서, 아직 결혼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기혼자들의 노하우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오프닝과 함께 제시한 남편의 월수입이 천만 원 이상일 경우 이혼율이 0%에 가깝다는 기사를 읽는 것부터 토크의 기교는 빵점이었다. 그보다 이혼하지 않는 것이 성공적인 혹은 행복한 결혼의 증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결혼에 대해 너무도 가볍고 피상적인 자세를 노출한 것이었다.

이후 다루어진 소주제들 역시 딱히 귀담아 들을 대목이라고는 없었다. 철지난 잡지 몇 권만 뒤지면 그대로 나올 만한 내용들이었다. 결국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빈수레를 소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매직아이의 선택은 야한 것이었다. 결국 속궁합을 말하고 급기야 결혼 15년차의 지석진에게 부부관계를 자주 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야한 토크마저 식상함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 여전한 한계였다.

혼전 관계가 요즘 세상에 쇼킹할 리도 없고, 그것을 질문이라고 심지어 결혼 조건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게다가 그런 부부간의 은밀한 부분을 아무리 센 언니들이라고 해서 적나라하게 밝힐 리도 없다. 결국은 모범답안에 가까운 이야기들로 피해갈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나마 전문가 자리를 채우고 있는 김창옥이 최대한 근사하게 포장할 수 있었던 것이 민망함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었을 뿐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지만 매직아이는 도무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첫 회에 다룬 분노조절에는 홍진경의 고백으로 잡담이 아닌 담론의 가능성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후로 매직아이는 처음 시험방송 때 지적됐던 산만함에 지나치게 가벼운 정체성을 들키면서 점차 최악의 토크쇼로 추락하고 있다. 말로는 숨어있는 1mm를 찾자고 하지만 숨어있는 1mm는커녕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예능이니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철학이나 의미는 없어도 좋다. 문제는 재미도 없다는 데 있다. 게스트인 지석진에게는 자주 하냐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정작 엠씨들은 손만 잡아도 좋다는 투로 넘어가 버리는데 어떤 호기심이 생길 수 있겠는가. 질문만 세다고 강한 토크가 될 수는 없다. 어차피 엠씨와 게스트가 씨름하듯이 밀고 당길 수 없는 주제를 이야기를 하니 듣는 사람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시청률도 매직아이의 비루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3%대의 시청률이라면 심장이 뛴다와 딱히 다를 것이 없다. 그나마 경쟁 프로그램인 우리동네 예체능이 요즘 경쟁력이 줄어서 이 정도지 농구 때처럼 활발할 때라면 3%의 시청률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낮은 시청률이라면 그나마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쳤던 심장이 뛴다가 백배 낫다. 아직 미완의 캠페인 모세의 기적을 계속할 이유도 있다. 희망 없는 매직아이 대신 심장이 뛴다 시즌2를 기대하는 이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