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의 관중수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올 전반기 K리그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4401명으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였다.

정규리그의 반환점을 돈 시점인 현재 K리그 누적 관중은 83만6180명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200만 관중 달성도 쉽지 않다. 참고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2004년에 233만1978명이었던 프로야구 전체 관중은 2012년에 700만 명을 넘었고, 작년에는 644만1945명을 기록했다.

K리그 관중수가 1만 명대를 유지했던 것은 2011년(경기당 평균 1만709명)이 마지막이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이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을 달성한 그 다음해까지는 ‘경기당 1만 관중’을 유지하던 K리그는 2012년부터 관중수가 ‘급전직하’했다. 2012년 6천7백 명대로 떨어진 K리그 경기당 관중수는 올해는 4천명 중반대로 떨어진 상황.

올 시즌 월드컵 브레이크 직후 펼쳐진 FC서울과 수원 블루윙스의 ‘슈퍼매치’에 4만6천명이 넘는 관중들이 몰렸던 점을 감안할 때, 이 경기를 제외하고 평균 관중수를 계산하면 더 민망한 수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 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몸을 던져 슛을 막아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관중석에는 빈자리가 많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큰 폭의 수치의 변화에 있어 가장 큰 원인은 역시 2012년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도입한 관중수 실집계 방식 때문이다.

사실 경기당 1만 명 대를 유지하던 시즌에도 K리그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수치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육안으로 봐도 5천 명이 안 되는 관중이 관중석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연맹의 발표는 1만 명을 넘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을 때 겪은 일이다. 후반전이 진행되는 도중 프로연맹에서는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육안으로 봐도 관중석에는 그보다 현저하게 적은 수의 관중들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그때 AFC에서 파견된 관계자가 다가와 프로연맹에서 발표한 관중수를 믿지 못하겠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위에 있던 그 누구도 그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사실 뭐라 설명할 말도 없었다. ‘뻥튀기’ 발표였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관중석 사정을 볼 때 K리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 천 명 수준의 관중수를 유지해오고 있던 셈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유료 관중수를 집계해본다면 더욱 더 참담한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포스트시즌 경기도 아니고 정규 페넌트레이스 경기임에도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야구팬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프로야구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더더욱 우울해지는 K리그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고, 겨울철에 체육관에서 하는 프로농구나 프로배구와 비교해도 흥행 면에서 낫다고 볼 수 없는 K리그의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렇다면 현재 K리그가 직면하고 있는 흥행 부진은 과연 TV 중계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절대적인 이유일까? 아님 K리그 경기가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여기는 팬들의 고정관념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월드컵 중심, 대표팀 중심의 국내 축구팬들의 의식 수준 때문일까?

위에 열거한 이유들이 모두 어느 정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K리그 내부에 있다. 프로연맹, 구단, 언론 모두 현 상황에 대해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월드컵이나 아시안컵과 같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K리그가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팬들이 K리그에 더욱 더 관심을 갖고 그라운드를 찾아줘야 한다는 식의 공익광고형 호소로는 K리그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는 역부족이다.

물론 K리그가 강한 국가대표팀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강한 국가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국내 축구팬들이 K리그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는 팬들을 그라운드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말이다.

▲ 1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 올 시즌 최다 관중인 4만6천549명이 운집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연합뉴스
결국 K리그 스스로, 구단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수원의 모기업은 삼성이다. 서울의 모기업은 GS그룹(과거 LG그룹)이다. 하지만 수원과 서울이 맞붙을 때 팬들은 모기업의 맞대결이라기보다는 서울과 수원의 축구팬들이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말 그대로 과거 수원과 안양(LG치타스)의 ‘지지대 더비’로부터 이어진 ‘더비매치’를 치른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를 찾는다.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한 판 대결이라는 점에서 국가 간 자존심이 걸린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에 못지않은 열기를 내뿜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수원과 서울 두 구단이 펼친 마케팅은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대기업의 자금력이 뒷받침 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철저히 연고 지역의 팬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끌어올릴 수 있고, 축구를 생활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친 결과 현재와도 같은 든든한 팬층을 거느릴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시민구단임에도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철저한유소년 시스템으로 포항 지역 꼬마들을 키워 스틸야드를 누비게 하는 포항 스틸러스의 마케팅내지 구단 운영도 지난 시즌 포항이 외국인 선수 없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몫을 했고, 지역민들로부터 ‘우리팀’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K리그는 상품이다. 상품이 좀 시원치 않아도 마케팅을 잘하면 어느 정도는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프로야구가 최근 들어 질적으로 저하됐다는 지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구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그에 따른 언론-미디어의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K리그의 흥행은 지방 시-도민 구단의 마케팅에 달려 있다. 자기 고장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큰 지방의 축구팬들을 그라운드로 불러 모으기 위해 지방의 시-도민 구단들이 지역의 특색과 성격에 맞는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면 K리그는 적어도 관중동원이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수 연봉 줄 돈도 없는데 무슨 마케팅이냐고? 마케팅은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돈으로만 움직인다고 믿는 순간 K리그의 마케팅이나 흥행은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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