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 8일 이후 팔레스타인에서는 2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고 군사작전 중단 및 가자지구 봉쇄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17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청계광장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야만적 공습을 자행하는 이스라엘 규탄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17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청계광장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과 점령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제노동자교류센터, 노동자연대, 반전평화연대(준), 사회진보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참여연대,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평화네트워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주류 언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대등한 교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공격할 때 동원하는 수단은 최첨단 무인기, 아파치 헬리콥터, 군함 등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에서 1대 배치하는 데에 5천만 달러, 1발 쏘는 데 2만 달러가 소요되는 미사일 방어체제 아이언돔까지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 가자와 이집트를 연결해 주는 라파 국경 개방,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석방은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최소한의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자행 중인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 △불법 정착촌 확장을 즉각 중단하고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할 것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화를 중단하고 1967년 점령한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 집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이스라엘의 최신 무기 아이언돔을 홍보하기에 바쁜 언론을 꼬집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사진=미디어스)
노동자연대 김종환 활동가는 “지금 팔레스타인이 맞서 싸우는 것은 단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다. 미국은 이스라엘 공습이 시작되자마자 자신의 시민을 지킬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했고, 영국 역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가장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이런 행태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단지 한 국가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이스라엘의 최신 무기 아이언돔 홍보에 급급한 언론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아이언돔)을 사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몇 년 째 보류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마치 이스라엘 언론처럼 아이언돔의 성능에 대해 자랑해대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성능실험을 마친 검증된 무기라면서. 가격을 떠나서 사람을 상대로 한 공동체를 상대로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이 어떻게 옳다고 할 수 있나. 어떤 이유로도 이런 무차별적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당장 학살과 공격을 멈춰야 한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모여 주셔서 감사… 평화가 왔으면”

각종 단체들은 오후 6시부터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는 2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1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팔레스타인인 이쌈 씨는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200여명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것이기도 하지만, 100년 넘게 지속되는 사람들의 고통을 기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며 “이스라엘은 당장 점령을 멈춰야 한다. 이것이 모든 무제의 뿌리”라고 말했다.

이쌈 씨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늘 항의하고 저항해야 한다. 점령을 멈추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이 자리에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 팔레스타인과 한국에도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 규탄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인 이쌈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파키스탄에서 온 아이브 씨는 “저는 이 자리에 한 명의 무슬림, 힌두인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고 소개했다. 아이브 씨는 “생각해 보라. 여러분의 자녀가 죽는다면, 여러분의 어머니가 살해당한다면, 여러분의 가족이 미사일 한 방으로 몰살당한다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라며 “우리가 오늘 맞서 싸우지 않으면 지금은 팔레스타인이지만 나중에는 우리 부모님, 형제, 친구들이 똑같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맞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현식 노동당 대변인은 “지구 반대편인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매일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170명 이상이 매일 다친 셈인데,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감싸고 돈다”고 꼬집었다.

윤현식 대변인은 “과거 독일 나치에게 학살당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600만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학살의 아픔, 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은 마음대로 (다른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며 “아마 온 인류가 이스라엘의 만행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게릴라 기도회를 제안한 김현우 씨는 “기도회를 제시한 종교인의 입장으로 말하겠다. 물론 사랑과 평화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은 재판을 하고 정의를 지키는 존재이기도 하다”며 “이스라엘이 먼저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가해자이고 강자인데, 누가 먼저 평화를 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현우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문제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약자가 하는 최소한의 저항마저 ‘폭력’이라 부른다면, 그 또한 폭력에 눈 감는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추모행사 위한 소품 ‘혐오물품’이라며 행진 방해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국화가 놓여 있는, 검은 천으로 싸인 관 모양을 함께 들고 행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둘러싸며 이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

▲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추모행진을 하려고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 진행하지 못했다. (사진=미디어스)

참가자들이 “엄연한 집회 방해”, “신고한 집회인데 행진을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 “우리가 무슨 죄인인가. 우리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다.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모르는가” 등 항의가 쏟아졌지만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관은) 혐오용품이라...”라고 답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죽어간 이들을 애도하기 위한 의미로 준비한 관 모양을 ‘혐오용품’이라고 해 집회 참가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관이 혐오용품이라는 것은 누가 판단하는 것인가. 어떤 기준이냐?”라는 물음에도 경찰은 “저희는 지금 법 집행을 하고 있다. (혐오용품 기준은) 말할 수 없다”고만 했다.

비까지 내리면서 날씨가 궂어지고, 경찰의 방해로 이동할 수 없게 되자 집회 참가자들은 결국 추모행진을 포기했다. 추모행진이 무산되자, 집회 참가자들은 관 모양에 흰 국화를 얹고 각자 묵상하는 것으로 이를 대신했다.

▲ 경찰의 저지로 결국 추모행진은 진행되지 못했다. 참가자들이 흰 국화꽃을 관 모양 위에 두고 묵념을 하는 것으로 이날 집회는 마무리됐다. (사진=미디어스)

행사를 진행한 반전평화연대(준) 김어진 감사는 “이런 추모행사에서 경찰이 관을 흉물스러운 물건으로 치부하는 것을 다 들으셨죠?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 2주 동안 워싱턴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 추모행사가 있어왔다. 그런데 유독 서울에서만 추모행사와 행진이 막힌 것을 저희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집회 주최측은 팔레스타인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추모행진을 벌일 예정이었다. 팔레스타인인 아이들이 행렬 가장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미디어스)

▲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설명해 놓은 펼침막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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