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연대 구교현 위원장이 지난 월요일(14일) 자기 발로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6월 13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경총 처마에 오르는 비폭력 직접행동을 펼쳤는데, 그 일로 구교현 위원장은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고, 활동가 20명이 선고 받은 벌금을 모두 합치면 1500만원이라고 한다. 올 초 ‘황제노역’ 논란으로 일반 노역수들의 하루 일당이 10만원으로 올랐다지만, 400만원을 모두 몸으로 때우려면 구교현 위원장은 한 달 넘게 노역방에서 지내야 한다.

활동가들의 노역행은 구교현 위원장이 처음이 아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비폭력 직접행동을 했던 평화활동가들도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노역형을 살기 위해 감옥에 가고 있다. 지난 5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최정민, 여옥과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가지회견을 열고 감옥에 스스로 들어갔는데, 아직 재판 중인 사건이 여럿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벌금을 내지 않고 스스로 노역을 살러 감옥에 들어가는 발길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최근 들어 활동가들의 벌금 노역이 늘어나고 있다. 벌금 폭탄 때문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의미 없는 조항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알바연대)

최근 들어 활동가들의 벌금 노역이 늘어난 까닭은, 물론 가장 크게는 벌금 폭탄 때문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의미 없는 조항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 권력은 헌법을 침해 논란을 피하면서도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손발을 묶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게 이른 바 벌금 폭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활동가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몸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걸 국가가 깨달은 것이다. 하기사 활동가들을 구속해봤자 사회적으로 이슈만 커지고, 국가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줄뿐이니 정부의 입장에선 벌금 폭탄만큼 매력적인 방법이 없을 거다. 한 달 벌이보다 몇 배나 많은 벌금을 선고 받은 가난한 활동가들이 결국 노역형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활동가들이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는 까닭이 벌금 낼 돈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알바연대 구교현 위원장은 감옥으로 들어가며 남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갑자기 일확천금이 툭 떨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내일 당장 나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기적보다는 이 일로 알바노동자들의 운동이 알려지고 7월26일 후원주점을 비롯한 지속적인 연대가 쌓여나가길 기대합니다.” 운동을 널리 알리고,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내는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감옥행을 인식하고 있다. 이는 평화활동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권이, 삼성이, 재판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 활동가들에게 높은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활동이 효과적이었고 유효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교도소로 향하겠다.”(최정민) “국가가 저에게 내린 부당한 벌금형에 복종하지 않기 위해 저는 차라리 감옥에 가겠습니다.”(여옥) 이들의 감옥행은 국가에 질질 끌려가는 것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이고,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을 드러냄으로써 국가 정책이 잘못 되었고 활동가들의 직접행동이 효과적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전략적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 혹은 권력의 잘못된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의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잘못된 법을 어기고 기꺼이 감옥에 들어가는 방식, 바로 시민불복종이다. 소로우가 󰡔시민의 불복종󰡕에서 이야기 했고,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이 실천에 옮겼던 시민불복종은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 운동의 전통이다. 비폭력 직접행동과 시민불복종은 주로 함께 붙어 다니기는 하지만 늘 두 개가 일치하는 건 아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이 늘 법을 어기는 건 아니다. 예컨대, 법이 정한 절차를 거친 노동자들의 파업은 합법이지만, 해군 기지를 건설을 막기 위해 공사장 정문을 봉쇄하는 행동은 현행법을 어기 때문에 불법이 된다. 모든 비폭력 직접행동이 불법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 것처럼 모든 시민불복종도 비폭력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민불복종과 비폭력 직접행동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을 들 수 있다.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한 무하마드 알리의 경우를 보면, 법에 따른 국가의 명령을 고의로 어겼으니 시민불복종에 해당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을 폭력적인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펼쳤으니 비폭력직접행동인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활동가들이 공사 차량을 막았던 액션이나, 알바연대 활동가들이 경총 건물 처마에 오른 액션은 철저하게 비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 의도적으로 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비폭력 직접행동과 시민불복종 모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설명이 조금 복잡해졌는데, 시민불복종과 비폭력 직접행동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다. 1960년대에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햄 시에서 일어난 흑인들의 비폭력 직접행동과 시민불복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오늘, 우리는 감옥으로 간다』라는 책이다. 『오늘, 우리는 감옥으로 간다』는 이 투쟁에 적극 참여한 청소년들 가운데 4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과 투쟁 방식을 잘 보여 준다. 1960년대 미국과 지금 한국의 상황은 아주 많이 다르지만, 이들의 택했던 비폭력 직접행동과 시민불복종은 지금 우리 사회 운동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책에는 버밍햄 시 흑인 민권 운동 활동가들이 어떻게 운동을 준비하고 기획하고 연습하고 조직하고 실행했는지, 어떻게 실패하고, 끝내 운동을 성공으로 이끌어 갔는지, 각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들은 인종차별조례를 폐지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고 결국 거리 집회와 불매운동, 흑인 출입 금지 식당에 들어가서 앉기 같은 직접행동으로 버밍햄 시의 감옥을 가득 채우는 이른바 ‘프로젝트C’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뜻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감옥에 가는 것을 주저했고, 참여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흑인 민권 운동 내부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책임론이 커져가고 있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청소년들의 참여였다. 거리에서 잡혀가 감옥을 가득 채운 건 결국 청소년들이었다. 이 책 제목의 화자, 즉 오늘 감옥에 가는 우리는, 바로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의 참여로 분위기는 역전되었다. 소방관들은 시위대에게 물대포 쏘는 것을 거부하였고, 결국 시 당국은 흑인 대표들과 합의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모든 사회 운동이 그렇듯 흑민 민권 운동도 한 번의 승리로 모든 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KKK단의 폭탄 테러로 학생들이 여럿 죽기도 하는 등 많은 희생 끝에 버밍햄 시는 인권차별 조례를 폐지한다. 책은 여기까지 과정을 다루고 있다.

벌금폭탄, 차벽, 손배가압류……. 언젠가부터 한국 정부는 사회운동을 아주 무기력하게 만들려고 작정을 한 거 같다. 활동가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진다.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파업에 대한 손해를 천문학적인 숫자로 청구하고, 활동가들이 직접행동을 하면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하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면 절대 넘어설 수 없도록 차벽을 만들어버린다. 분하지만 차벽 앞에서 우리의 발걸음뿐만 아니라 상상력마저도 한걸음도 나가질 못한다.

물론 어느 누구도 정치적인 주장을 펼쳤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말하자면, 활동가들의 벌금 노역 감옥행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이슈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를 다시금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효과뿐만 아니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현행 법률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상징적으로 드러나게 해준다. 벌금 액수가 줄어드는 것은 차라리 사소한 성과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상상력을 무기력 속에 가둘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도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활동가들이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지지한다. 법과 사회의 잘못된 측면을 자신의 온몸으로 보여주는 떳떳하고 당당한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이 더운 여름날 노역방에서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시민불복종으로,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수감된 분들 모두 건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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