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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은 왜 박근혜-김무성 갈등을 바라는가?'박근혜의 여당'과 '보수언론이 원하는 여당'의 균열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16 14:11

‘무대’(무성대장)‘라 불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신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절대충성하던 그간의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다른 ’체질‘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일단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16일자 한겨레 2면 기사
 
물론 2년의 임기 동안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처지로 초장부터 ’강공‘을 퍼붓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무대‘의 첫 모습은 ’비판‘보다는 ’협력‘에 치중한 것이 사실이다. 1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조중동‘ 등 보수언론도 사설에서 비판한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움직임과 관련해 청와대에 쓴소리를 낸 것도 ’무대‘가 아니라 이재오·정병국·김태호 등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들이었다. 정작 ’무대‘는 두 개의 아침 라디오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그래서 그러한 모든 걸 감안해서 최종 결정된 만큼 협조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라며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새누리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대통령과 가진 14일의 오찬 역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대’는 “제가 수락연설에서 말씀드렸지만 우리 모두는 ‘풍우동주(風雨同舟)’다.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며 “대통령을 잘 모시고 잘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무성 대표는 “어떻게 만든 정권인데 대통령을 잘못되게 할 수 있느냐. 대통령이 잘되게 모실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에는 새누리당에서 김 대표 외에 김태호·이인제·김을동 등 신임 최고위원,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윤상현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 16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중도언론과 진보언론들의 경우 김무성 대표의 초반 ‘분위기’를 잘 포착했다. 16일자 <한국일보>는 4면 기사 제목을 <김무성 “풍우동주… 대통령 잘 모시겠다” 일단 허니문 무드>로 잡았다. 같은 날 <한겨레> 역시 2면 기사 제목을 <다시 손잡은 ‘풍우동주’>로 가져갔다. 다만 <경향신문>의 경우 4면 기사 제목을 <김무성 “소수 권력독점 비분강개”… 김기춘 등 친박 핵심 직공>으로 가져갔다. 오찬회동이 아닌 라디오 인터뷰 발언 기사 중 강경한 내용을 골라 제목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오찬회동을 다룬 하단 기사의 제목은 <박 대통령 “호흡 맞추자” 김무성 “잘 모시겠다”>라며 다른 두 언론과 비슷하게 가져갔다.
 
16일자 <조선일보>는 3면에 <“권력 집중은 대통령에도 부담… 분권형 改憲으로 가야”>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구별될 수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려주려는 기획이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2면 기사 제목을 <朴대통령-金대표 5분간 독대… ‘정성근 문제’ 조율한 듯>으로 가져갔다. 화기애애했던 오찬 회동을 다뤘지만 모임의 다른 측면을 짚어냈다.
 
   
▲ 16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압권은 <중앙일보> 3면 기사 제목이었다. <중앙일보>는 다른 언론들이 화기애애했다고 표현한 그 오찬 회동에 대한 기사 제목을 <김무성 “황 후보자 지명? 그 얘기 못 들었는데”>로 가져갔다. 보기에 따라선 ‘이간질’의 의도까지 느껴지는 제목이었다. 
 
최근 정국에서 보수언론들이 박근혜 정부의 처신을 비판하고, 새누리당 내에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들을 지원하거나 대립을 종용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는 데에는 모종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 먼저 이제는 보수언론들도 박근혜 정부가 ‘브레이크’ 없이는 전체 보수진영에 위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낮아진 다음에도 반등의 계기가 딱히 보이지 않는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인사 문제 등에 있어 ‘불통’을 일삼는 현실에 대한 보수언론 나름의 견제구인 셈이다.
 
둘째는 보수언론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의 경험을 통해 특정 정치인이 ‘여당 내의 야당’ 역할을 하는 것이 보수정권의 정권재창출에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라는 추측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사실상 ‘여당 안의 야당’ 역할을 했다. 그랬기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온전히 정권교체로의 열망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가 가능했다. 
 
   
▲ 16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따라서 보수정권이 보기에 ‘레이저빔 쏘는 임금님’에게 완벽하게 순치된 여당은 정권교체를 위한 ‘파란불’ 신호라기 보단 오히려 ‘빨간불’ 신호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보수세력은 흔히 일본의 자민당 집권 체제, ‘1.5 정당’의 틀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공산주의 국가의 일당독재나 과거 한국 사회에 있었던 군부독재가 아닌 다음에야 특정 정당이 오랫동안 통치하려면 그 집권 정당 내부에서의 어느 정도의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박근혜가 원하는 집권 여당’과 ‘보수언론이 원하는 집권 여당’의 균열을 확인할 수 있다. 임기를 채우고 나가면 그만인 현직 대통령과 권력 재창출을 고민해야 하는 이권집단(한국 사회의 보수언론이 사실상 이것이라고 말해도 토를 달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의 입장의 차이다. 보수언론에게도 불안한 ‘박근혜식 통치술’을 견제하기 위해 그들에겐 ‘강단있는 무대’가 필요한 것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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