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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임명된 '장관'을 오늘 '속보'로 쏘는 언론의 풍경청와대, 2기 내각 장관급 임명 다음날에 알려줘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16 13:31

16일 아침 브리핑에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5명의 장관(급) 후보자를 공식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 5명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외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연합뉴스> 등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받아 이를 '속보'로 송고했다. 

민병욱 대변인은 이 시각 "재송부한 2명에 대해서는 이 시각 현재 재가가 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 후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의 의사를 표했고,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추가적인 임명 재가가 이루어졌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춘추관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의 교육부장관 내정 등 정무직 내정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전날 임명한 국무위원들을 언론이 다음날에 보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에는 각 언론사가 파견한 150명이 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다. 각 언론사에선 ‘엘리트’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어째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어째서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 이에 속보를 쓴 <연합뉴스> 기자는 “아는 바가 없다. 청와대에 물어보라”는 반응했다.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문의해본 결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사전에 상황을 전혀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국무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경우엔 기본적으로 '공식일정'에 들어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건에 대해선 그 같은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민경욱 대변인의 아침 브리핑 발표를 통해 하루 지나 최초 확인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출입기자는 “정성근 등에 대해서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상황이어서 이들이 되든 안 되든 오늘 같이 임명장을 수여하지 않을까 추측했다”라고 설명했다. 그 기자는 “이렇듯 전날 임명장을 수여하고 다음 날 아침에 기자들에게 브리핑 하는 것은 분명히 통상적인 절차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치부 기자들 역시 청와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는 “임명장을 준 것은 아니고 임명을 재가하기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민경욱 대변인이 ‘임명’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라며 저간의 사정을 추측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그러면서도 “청와대가 황당한 일을 한 거다. 국무위원을 어제 임명해놓고 그걸 오늘 알린다는 건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방송국의 정치부 기자 역시 “만약 대통령이 밤 사이에 전자결재를 했다면 있을 수도 있는 것 같다”라고 추측하면서도 “그래도 소통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청와대가 청와대 기자들에게 소통을 안 하는 것을 넘어서, 대통령과 대변인 사이의 소통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정부 치하 청와대 기자실이 같은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시절의 풍경에 비해서도 열악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아예 ‘청와대발 단독’이 사라졌으며,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실 역시 정보통제에만 몰두할 뿐이란 증언도 나왔다. 그래서 청와대의 언론 전략이 이명박 정부 시절엔 ‘매수’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무시’가 아니냐는 푸념도 있었다(링크). 지난 5월에는 청와대에서 비보도 요청을 한 사안을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 등 몇몇 언론이 보도하자 청와대 기자단 내부에서 중징계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링크). 
 
그러나 대통령의 국무임원 임명과 같은 공식적인 업무마저 언론에 제때 정보를 주지 못하는 현실은 청와대가 단지 언론을 무시하고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 이상의 문제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말하자면 대변인이 대통령의 의중을 모르고, 대통령도 몇 시간 후 자신의 의중이 어떻게 변할지를 모르는 상황이라서 이런 혼선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 당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 참사’ 정국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는 역량은 검증 안 된 인사를 쓰다가 새로운 정보보고를 받고 새로운 판단을 내리는 ‘하루살이’ 아니 ‘서너시간 살이’ 정권의 그것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임금’인 것마냥 군림하고 청와대 사람들이 ‘가신’인 것처럼 보위하지만 실제로는 그들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이 정권의 비극이 아닌가 싶다. ‘언론통제’하기 전에 ‘자기통제’부터 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판국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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