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판타지 청춘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하이스쿨: 러브온>이 찾아왔다. 촉망받는 아역 배우 김새론이 여주인공 이슬비로, 인기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남우현과 이성열이 각각 남자 주인공 신우현과 황성열로 등장한 이 드라마는, 아마도 그룹 인피니트의 팬들이라면 소리 높여 환호할만한 드라마이다.

하지만 케이블도 아닌 지상파에서 대놓고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 두 명을 주인공으로 삼은 노골적인 이 드라마가, 과연 KBS의 공공성에 어울리는가의 문제는 차치한다손 치더라도(이제 새삼 아이돌을 주인공을 삼는 것 자체를 걸고넘어질 상황도 아니니), 연기파 배우 김새론조차 발연기로 만드는 이 어설픈 드라마가 20부작 시리즈로 금요일 밤 8시 55분을 차지하고 들어선다는 건 너무 뻔하고 얕은 편성이 아닐까 싶다.

아이돌이 주인공이라도 좋고, 아직 소녀티도 채 나지 않는 김새론이 고등학생 또래의 역할로 나와도 그렇다 치자. 그럼에도 이야기라도 신선하다면 <하이스쿨: 러브온>의 미덕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스쿨: 러브온> 첫 회는 온통 어디선가 본 듯한 청소년드라마, 혹은 순정만화의 클리셰들로 가득 차있다.

여주인공 김새론은 자칭 천사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녀의 검은 옷에서 알 수 있듯이 저승 하자다. 우리가 <전설의 고향>에서 만났던 저승사자의 현대판인 그녀는, 인간들의 드라마를 보는 게 취미인 호기심 많은 저승사자다. 그런 저승사자 아니 천사인 그녀는 우연히 신우현이 황성열을 칠 뻔하는 상황을 모면케 해주면서 그와 조우한다. 아니 천사 그녀의 일방적인 마주침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연히 신우현의 동급생이 자살하는 현장에 죽은 사람을 데리러 온 그녀는, 동급생 대신 떨어지는 신우현을 구하고 그와 함께 떨어지면서 인간 세계로 들어온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당연히 그녀는 과거에서 현재로 타임슬립이라도 한 것처럼, 그동안 늘 인간 세상을 지켜보거나 드라마에서 섭렵했던 정보는 어디 두고 좌충우돌 사고뭉치가 된다. 그런 그녀를 옆에서 도와주는 건 남자 주인공들이다. 함께 떨어진 그녀를 다짜고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는 신우현, 그녀에게 우산을 건네주는 황성열.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멋진 남자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인 만큼, 당연히 한 인물 한다. 신우현의 불행은 그가 너무 잘 나서, 모든 여자 아이들이 책상 위에 선물을 가득 쌓아놓을 만큼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우현은 엄마, 아버지도 없이 할머니랑 둘이 산다. 황성열의 아버지는 이혼 후 재혼했고, 황성열은 아버지의 재혼이 불륜을 전제로 했다며 새엄마와 갈등 중이다. 두 캐릭터 모두 잘났고 거기에 한 술 더 떠 외로운 존재이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첫 회부터 노골적으로 드라마는 말한다.

1회의 주된 갈등은 신우현이 관심 없어 함에도 학교 1등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요, 그런 자신의 딸을 용납하지 못하는 학부모회장인 엄마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신우현을 그 학교에서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다. 엄마는 대놓고 교실로 찾아와 신우현을 협박하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서로 불러들이고, 담임선생을 매수하여 폭력 학생으로 몰아간다. 막장 드라마 못지않게 실소를 자아내는 엄마의 막무가내 신우현 죽이기는 <하이스쿨: 러브온>의 재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남자 주인공은 물론, 늘 비극적 캐릭터를 연기하다 모처럼 연기하는 깜찍발랄 캐릭터가 몸에 맞지 않는 듯한 김새론까지, <하이스쿨: 러브온>은 중견 연기자들을 제외하고는 연습게임 같은 연기를 보인다. 도대체 지상파, 그것도 KBS에서 이들에게 연기 연습의 장을 굳이 마련해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말이다.

가장 불온한 것은 이 <하이스쿨: 러브온>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라는 점이다. 그간 <학교> 시리즈 등 좋은 청소년 드라마를 선보여왔던 KBS2였기에, <하이스쿨: 러브온>의 시도는 더욱 노골적인 청소년 유혹하기로만 보인다. 가장 뻔하고 얕은, 그래서 청소년의 고민을 논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말초적인 상황들로 범벅하여, 그저 어떻게든 시선이나 끌어보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첫 회였다.

도대체 공영방송의 책임성까지 운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왕의 교실>의 그 진지하던 소녀 김새론은 어디 가고 어색한 천사 이슬비가 되어 나타난 건지, 하다못해 <드라마스페셜>에서도 제법 괜찮았던 청소년 이야기들은 어디다 다 던져 버리고, 제법 연기 잘하던 청소년 연기자들은 다 어디다 두고, 저렇게 뻔한 이야기와 어설픈 연기들로 20부작을 열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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