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문제에 대한 견해차로 ‘안티이명박 카페’(http://cafe.daum.net/antimb) 회원 3명이 한 시민으로부터 칼부림을 당한 사건을 방송사들이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KBS의 경우, 사장 교체 후 내부 통제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마저 전혀 다루지 않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 MBC <뉴스데스크> 15번째 꼭지 ‘흉기 휘둘러 중태’(왼쪽), SBS <8뉴스> 9번째 꼭지 ‘‘쇠고기 논쟁’..중상’
사건 당일인 9일 저녁, KBS <뉴스9>은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MBC <뉴스데스크>는 15번째 꼭지 ‘흉기 휘둘러 중태’에서 “농성장을 찾아온 피의자 박씨가 ‘미 쇠고기가 한우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해 언쟁을 벌이다, 박씨를 농성장에서 내보냈는데 다시 흉기를 들고 와 휘둘렀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최근 3개월 동안 촛불집회로 매출이 줄어 화가 나 있었고, 술을 마신 상태여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동시에 보도했다.

SBS <8뉴스>는 9번째 꼭지 ‘‘쇠고기 논쟁’..중상’에서 피해자·피의자 주장을 전함과 동시에 “안티이명박 카페와 광우병대책위원회 등은 공권력의 방조하에 일어난 정치테러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해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과 광우병대책회의는 1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들이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였던 미국 쇠고기 문제로 시민 3명이 ‘회칼테러’를 당했는데도, 사건의 자세한 과정·의문점·의미 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특히 공영방송 KBS는 이를 전혀 다루지 않아 보도태도에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 과정에서 △가해자가 사라진 뒤 2~3분만에 회칼 등을 들고 나타난 점 △범행수법의 잔인함 △경찰이 가해자의 도망을 방치한 점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과 광우병대책회의는 1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들이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였던 미국 쇠고기 문제로 시민 3명이 ‘회칼테러’를 당했는데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곽상아
이들은 “정부가 방송장악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KBS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땡전뉴스’로 회귀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며 “방송사들은 지금이라도 이번 사건의 의미와 의문점 등을 제대로 보여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KBS에 대해 “사회적 의미가 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최대관심사 ‘경제’’ ‘잠시 후 생중계’ 등 두꼭지나 다뤘다. 특히 ‘잠시 후 생중계’는 대통령이 KBS에 도착해 이병순 사장 등과 인사를 하고 방송 준비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전부였다”며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은 이번 사건이 과연 이 기사보다 보도가치가 더 적은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MBC에 대해서도 “한반도 온난화로 작물재배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서울에 열대과일)과, 중국에서 열릴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북한과 경기를 치른다는 내용(내일 남북대결)이 이번 사건인 15번째 꼭지보다 앞에 배치됐다. MBC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뉴스 가치를 정하는지 궁금하다”며 “보도 내용에서도 사건의 의문점 등을 제기한 광우병국민대책위와 피해자의 기자회견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BS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을 나란히 실었으나, 다만 안티이명박카페와 광우병대책위등이 이번 사건을 ‘공권력의 방조 아래 일어난 정치테러’로 규정했다는 내용을 담아 다른 방송사와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연대발언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 방송쪽은 그나마 지켜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사들이 벌써부터 정권의 눈치를 보는 보도를 하고 있다”며 “이런 보도 태도가 지속된다면 시청자들은 수신료 거부 운동, 시청 거부 운동 등을 펼쳐나갈 것이다. 양심있는 기자와 PD들은 국민들이 앞뒤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티이명박카페 회원인 닉네임 ‘너럭바위’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방송사를 장악한 탓에 방송사들이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의혹 투성이인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네티즌과 시민은 사실과 본질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촛불시민에 대한 정치테러라고 볼 수 있는 이 사건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특히 KBS는 사장 교체 후, 보도·편성에 있어서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가 계속되면 후에 시민들이 KBS를 지키기 위해서 더이상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역시 “사장 교체후 KBS가 화면에서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 구호를 삭제하는 등 국민들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KBS가 계속 이런 식으로 정권의 눈치를 보면 (시민과) 갈등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이 KBS를 버리는 순간 KBS 구성원들은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 굴욕적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안티이명박카페 닉네임 ‘너럭바위’에 따르면, 오른쪽 눈부터 관자놀이가 흉기에 찔린 닉네임 ‘친구야놀자’(윤모씨·32세)는 어제 오후 1시부터 5시께까지 대수술을 받고, 현재 서울 백병원에 입원 중이다.

닉네임 ‘매국노저격수’(김모씨·40세)는 뒤통수를 흉기로 찔려 국립의료원에서 32바늘을 꿰맨 후 현재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뒷목과 이마에 흉기를 맞은 닉네임 ‘젠틀맨’(문모씨·40세)은 현재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의자 박모씨가 술이 만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10일 잠정 결론을 내리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너럭바위’는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진실 규명을 위해 시민과 네티즌들 40여명으로 ‘촛불시민진상규명대책위원회’를 구성해 9일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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