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은 매일 아침부터 보도자료를 보냅니다. 별의별 내용이 다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방송·통신기업들의 화두는 ‘창조경제’입니다. 11일 아침 KT가 보낸 자료의 제목은 “ICT로 키운 버섯, 창조농업 이끈다”입니다. SK텔레콤은 비슷한 시각에 태교와 양봉에 ICT를 접합하는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내용을 보냈습니다. 창조경제 공식 응원기업 CJ는 5월 베트남에 ‘새마을운동’을 수출하기도 했죠.

아무리 ‘창조경제’, ‘ICT노믹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조금 웃깁니다. KT는 “강원도 강릉시 샛돌지구(전원마을)에 ICT 기술을 접목한 첨단 농업 재배시설인 ‘스마트 식물공장 Total솔루션’을 구축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샛돌지구 주택 분양 대상자들에게 10평 규모의 스마트 식물공장 지분을 주고, 여기서 키운 버섯을 판 수익으로 귀농생활을 돕겠다는 내용입니다. “국내 최초”입니다.

▲ KT는 강원도 강릉시 샛돌지구(전원 마을)에 ICT 기술을 접목한 첨단 농업 재배시설인 ‘스마트 식물공장 Total솔루션’을 구축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스마트 식물공장 Total 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과 연계해 전원주택 분양과 ICT 융합형 작물 재배시설을 결합한 농업 6차 산업화의 시범 사업이다. (사진=KT)

SK텔레콤이 창사 30주년에 기획한 ‘대학생 ICT비전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은 △ICT를 이용한 새로운 태교 ‘신(新) 태교신기’ △ICT와 양봉의 결합인 ‘Plan bee’ △관광 가이드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T-revel’ △빅데이터를 이용한 색채심리치료 ‘LED Healing’입니다. “ICT가 생산과 소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 변화의 촉매로 작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를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ICT 리더에게 휴가철에 읽을 책을 추천했습니다. △뉴 노멀 △미친듯이 심플 △상상, 현실이 되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융합하라! △컨텍스트의 시대 등 입니다. 제목만 보면 ‘평범한 일상의 맥락을 분석해 미친 듯이 단순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대담하게 실현하되, 여기에 ICT를 융합하면 모든 것을 팔 수 있다’는 이야기네요.

빤한 내용에 ‘창조’를 붙이느라 고생입니다. 물론 저는 귀농 사업, ICT노믹스 모두 훌륭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휴가철에 KT가 추천한 책도 한두 권 읽어볼까 합니다. 굴지의 대기업들은 저 같은 말단 기자와 달리 길고 넓게 보고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이윤을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때로 저는 국가도 민족도 이윤도 다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사업자들의 노고는 십분 이해, 존경합니다.

그럼에도 만약 제게 창조경제 정책을 낼 기회를 준다면 제안할 건 많습니다. 우선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 허가제를 폐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창조경제의 공론장을 만들겠습니다. 대기업 법인세율을 높이고 금융거래세를,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자들에게 특별세금을 매겨 이 돈으로 좋은 IT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원전을 감축하는 대신 다양한 대체에너지를 만드는 데 아낌없이 지원하겠습니다.

▲ 유성기업은 콘센트 사이로 직원감시용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사진=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이뿐만이 아닙니다. 창조경제타운은 세대, 지역별 정보·문화 격차를 줄이는 곳으로 바꾸겠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네이버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자유롭게 IT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창조적 노동자의 필수과제인 노동법과 노사교섭 전략을 가르치겠습니다. 지하철과 열차 무인승무와 1인승무를 폐지해 안전을 강화하겠습니다. 직원감시 목적의 IT기기를 모두 없애겠습니다. 이밖에도 무지 많습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만 못합니다. 그는 뚝심으로 4대강 사업을 강행해 한국의 강에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6월16일 금강 유역에 살던 큰빗이끼벌레는 어른주먹 만했는데 6월27일에는 1m50㎝로 컸고, 7월9일에는 2m까지 자랐다고 합니다. 녹조라떼에 이어 이끼벌레까지,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앞서 한국을 개조, 창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버섯 아래 랜선을 깔지 않고 태교를 위한 공공의료를 강화하겠습니다. 한국은 IT강국이지만 점점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법외노조가 늘고 있습니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노조 진압의 공을 인정받아 ‘창조경제’ 대상을 받았습니다. 방송통신노동자 수백 명이 직장을 잃고 서울 광화문에서 노숙합니다. 저는 이것부터 해결하겠습니다. 여러분, 한 번 밀어주십시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4일차 오전 6시께 한 노동자가 티브로드 유니폼을 입고 자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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