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사장 구본홍)이 지난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과 권석재 사무국장을 포함한 노조원 6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고발인은 구본홍 사장으로, 9일 접수된 고소장에 포함된 노조원 명단은 YTN지부가 당초 지난 1일 이전에 파악한 명단과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1일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이 회사 쪽이 작성한 고소장을 노조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송선영
YTN지부에 따르면 원래 고소장에는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과 한 여성 노조원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빠졌고, 노 지부장과 권 사무국장이 어제 회사 쪽이 접수한 고소장에 새로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여성 노조원을 고소한다는 비난 여론이 사내에서 거세게 일었고, 또 YTN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돌발영상' 팀장을 고소했다는 여론을 회사 쪽에서 부담스러워 해 고소장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기획실 한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짧게 답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YTN지부는 이날 오후 '구본홍,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고 공정방송 사수를 외쳤던 우리의 동료들이 이제 곧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게 될 엄중한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며 "물밑으로 대화를 제의하면서 대화의 상대방인 노조위원장을 고발하는 행태는 뭐하자는 수작"이나고 비난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구본홍은 YTN 노조의 저항과 외부의 압박 사이에서 판단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의 좌우명이 음수사원(飮水思源)인 만큼 물을 마실 때만 그 근원을 생각하지 말고 YTN 사태에 대해서도 무엇이 근원인지 현명하게 판단해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남대문경찰서장, 사장실 앞 농성 현장 들어가려다 노조 항의 받고 돌아가

이와 관련해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이 10일 오전 10시쯤 "회사 쪽이 노조원 6명을 고소해 직접 현장 조사를 하기 위해 왔다"며 사장실 앞 농성 현장 진입을 시도하다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고 돌아갔다. 경찰서장이 고소 사건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YTN지부는 "언론사에 경찰서장이 고압적인 태도로 자기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치욕적인 일"이라며 "특히 김 서장은 발언 도중에 '노조의 불법 행위' 운운하며 사건 조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범죄혐의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등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서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까지 보였다"고 비난했다.

또 "현재 50일 넘게 계속된 구본홍씨의 출근 저지 과정에서 몸싸움과 같은 물리적인 충돌이 전무한 상태에서 현직 경찰서장의 이같은 태도나 발언 뒤에는 회사 쪽은 물론 정권 차원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YTN지부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제기

한편, YTN지부는 이날 오전 10시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YTN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냈다.

YTN 우리사주조합 조합원 소액주주 24명은 "시작 1분 만에 '날치기 통과' 시킨 YTN 주주총회의 불법성을 밝히기 위해서"라며 회사 쪽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 지난 7월17일 YTN이 오전 9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구본홍 사장 내정자에 대한 대표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용역 직원들이 노조원들을 제지하고 있는 가운데 김재윤 의장과 대주주들이 황급히 퇴장하고 있다. ⓒ송선영
이들은 소장에서 "지난 7월14일 임시 주주총회 개최 과정에서 사측이 용역 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주주들의 입장을 방해했다"며 "주총 연기를 결의하면서 연기 날짜와 장소를 지정하지 않아 상법에 따른 절차를 무시하는 등 소집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난 7월17일 주주총회 역시 사측이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주주들의 주총장 입장을 방해하고, 의장이 적법한 제안 설명과 질의응답 절차를 무시한 채 개회 40여초 만에 폐회를 선언했다"며 "결의 과정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소장은 YTN지부의 소송 대리인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상준 변호사(법무법인 정평)가 접수했다.

YTN은 지난 7월17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DMC 누리꿈스퀘어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본홍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1분 만에 기습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다음은 YTN지부의 성명 전문이다.

구본홍,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다 !

지난 55일 간 단 한번도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 구본홍이 결국 하수인들을 조종해 조합원 6명을 고발했다.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고 공정방송 사수를 외쳤던 우리의 동료들이 이제 곧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게 될 엄중한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맨바닥에 앉아 조합원들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을 연출했던 어제 오전 구본홍의 손은 이미 고발장을 접수한 더러운 손이었다.

부끄럽지 않은가?

차라리 어제 그 자리에서 '고발을 했노라' 선언했어야 그나마 앞뒤라도 맞는다. 소중한 삶의 터전이요 공정방송의 교두보인 YTN에 감히 간부 호위대를 앞세우고 들어와 어디 비장한 표정으로 조합원들을 대면하는가. 그리고 고발을 했으면 스스로 고발인 조사를 받을 것이지 왜 수하 간부를 대신 보내는가.

고발의 내용도 가관이다.

물밑으로 대화를 제의하면서 대화의 상대방인 노조위원장을 고발하는 행태는 뭐하자는 수작인가.

노조가 현재의 국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구본홍과 그의 수하들이 저질러놓은 파국을 수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구본홍은 알고 싶지도 않았을 테고, 알려해도 수하들의 수작에 눈귀가 멀어 알수 없는 상태였으리라.

또 지난 1일 돌발영상 팀장에 대해 보복 인사를 단행한 뒤 거세게 일어난 여론의 역풍에 겁먹어 당초 고발 대상자였던 돌발영상 팀장을 뺀 것도 '구본홍식 꼼수'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돌발영상 PD를 고발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다시한번 '돌발영상' 무력화에 대한 저의를 드러냈다.

언론계 30년 대선배라는 수식에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고 사법처리 수순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결행을 하는 것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YTN 노조가 그정도 협박에 물러날 것으로 보는가? 전경차를 세워두고 공권력이길 포기한 경찰력 투입설을 흘리면 동요할 것으로 보는가? 아직도 구본홍 반대 세력은 2-30명에 불과하다는 불량간부들의 말을 믿고 싶은가?

지난 50여일 동안 아늑한 비밀집무실에 틀여 박혀 있다가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를 앞두고 도발에 나선 저의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구본홍은 YTN 노조의 저항과 외부의 압박 사이에서 판단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좌우명이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 했던가. 물을 마실 때만 그 근원을 생각하지 말고 YTN 사태에 대해서도 무엇이 근원인지 현명하게 판단해보길 권한다.

2008년 9월 10일
구본홍 출근저지 55일, 인사횡포 불복종 투쟁 15일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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